[르포]“물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 단 두 시간 만에”···흙더미만 남은 네팔 둥게바자르 마을의 신음

박민규 기자 2026. 8. 30. 21:0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누와코트 등 네팔 북부지역 상업시설 중심지
마을 전체 토사에 파묻혀 쑥대밭···복구 작업 한창
“목숨만 건져” “앞으로 어떻게 사나” 주민들 침통
가족 잃은 사람들, 실종자 소식만 ‘오매불망’
한국 정부 신속대응팀도 곳곳에서 현장 수색
네팔 당국과 주민들이 30일(현지시간) 누와코트 둥게바자르 마을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민규 기자

“목숨만 건지고 빈손으로 나와 당장 입을 옷도 먹을 것도 남의 손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30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둥게바자르 마을에서 만난 루푸왓 파렐(29)이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말했다. 본래 이곳에서 상점을 운영하던 그는 지난 26일 발생한 대홍수로 모든 걸 잃었다고 했다.

둥게바자르는 누와코트·라수와 등 네팔 북부 지역의 상업시설이 밀집된 지역경제의 중심지였다. 대홍수의 시작점으로 지목된 북쪽 랑탕리룽 지역과는 약 40~60km 거리다. 며칠 전만 해도 호텔과 식당, 상점으로 북적이던 이곳은 마을 옆을 흐르는 트리슐리강이 상류로부터 쏟아져 내려온 토사와 함께 범람하면서 삽시간에 폐허가 됐다. 군부대와 네팔 당국의 사전 대피 안내로 인명 피해가 크지 않았다는 것이 유일한 위안거리다.

주민들은 “마을 전체가 침수되기까지 두 시간가량 걸렸다”고 말했다. 마을은 쏟아져 내린 토사로 건물 1층이 완전히 파묻히고 도로가 끊겨 복구와 통제가 이어지고 있었다. 마을 입구에 있는 농업은행 건물도 흙더미에 잠긴 1층은 보이지 않고 2층부터 노출된 상태였다. 주변 상가와 주택들 역시 1층은 토사로 메워져 주민들은 2~3층이나 옥상에 머물며 현장을 지켜보고 있었다. 발이 빠지는 진흙 위로 굴착기 등 중장비 여러 대와 작업복을 입은 인력들이 투입돼 복구 작업을 진행 중이었다.

네팔 당국과 주민들이 30일(현지시간) 누와코트 둥게바자르 마을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민규 기자

침수 피해를 입은 둥게바자르 주민들은 인근 주택이나 임시 거처에 머물고 있다. 상점을 운영하던 아이슈 리잘(30)은 “이곳에서 가족과 함께 살며 쌀과 과일을 파는 가게를 운영했다”며 “물이 들어찰 때 대피해 현재는 인근 다른 집에서 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 복구 작업만 하염없이 지켜보고 있지만 전 재산이 흙더미에 묻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막막하다”고 말했다.

주민 로빈드라 파우델(28)은 “집을 잃은 주민들은 지인의 집이나 인근 대피소인 군부대 시설에서 지내고 있다”며 “물이 모든 것을 빼앗아갔다”고 말했다. 일부 주민들은 뭐라도 건질 수 있나 하는 생각에 이곳저곳 마을을 배회했지만 눈에 보이는 건 온통 흙더미뿐이었다.

네팔 주민들이 30일(현지시간) 누와코트 둥게바자르 마을을 둘러보고 있다. 박민규 기자

트리슐리강은 유량이 급격히 늘어난 흙탕물이 여전히 빠른 속도로 흐르고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네팔군 관계자는 “트리슐리강의 수위가 급상승해 도로와 주택을 덮쳤다”며 “원래 더 위쪽까지 길이 이어져 있었지만 도로가 다 끊겨 차로는 이곳이 갈 수 있는 마지막 지점”이라고 말했다.

이곳에서 북쪽으로 더 올라가면 한국인 노동자들이 실종된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공사 현장 등이 있지만, 다리와 도로가 유실돼 차량으로 접근할 수 있는 수해 지역은 이곳이 마지막이다. 현재 북쪽 지역은 도로가 완전히 끊겨 헬기 등 항공 수단으로만 접근할 수 있다.

네팔 당국과 주민들이 30일(현지시간) 누와코트 둥게바자르 마을에서 수해 복구 작업을 벌이고 있다. 박민규 기자

현장에서는 안전 통제가 강화되고 있었다. 현장을 통제하는 네팔 경찰 관계자는 “지반이 약해져 있어 추가 유실 위험이 있다”며 “신분증이나 허가증을 확인한 뒤 공인된 구조 및 복구 인력만 진입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낮 12시쯤에는 한국 정부 합동 신속대응팀 관계자들이 둥게바자르 마을에 도착했다. 실종된 노동자들이 떠내려왔을 가능성이 있는지 등을 확인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이들은 카메라 등 장비를 동원해 피해 현장과 도로 유실 상태를 촬영하고 주변 지형을 확인한 뒤 서둘러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

현장에서는 민간단체와 자원봉사자들의 구호 활동도 이어졌다. 구호단체 관계자들과 자원봉사자들은 주민들에게 방진 마스크를 배부했고, 의료진도 현장을 둘러보며 환자 상태를 확인했다. 마을 인근 공터에는 무료 급식 및 식수 배급소가 설치됐다. 현지 주민들과 아이들이 생수통을 나르며 일손을 돕기도 했다. 카트만두에서 비두르 방면으로는 구호물자를 실은 대형 트럭들이 꼬리를 물고 계속 진입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파견된 수색·구조 관계자들이 30일(현지시간) 누와코트 둥게바자르 마을에서 수해 현장 상황을 살펴보고 있다. 박민규 기자

마을 인근 트리슐리 군사기지에는 실종된 가족의 소식을 확인하려는 주민 200여명이 모여 있었다. 기지 연병장에는 헬기 5대 이상이 수시로 이착륙을 반복하며 구호물자 수송과 상공 수색 작업을 준비했다. 가족·친구가 실종된 사람들은 상류 고립 지역을 오가는 군 헬기가 착륙할 때마다 군 관계자에게 탑승자 명단을 확인했다. 샤브루베시 인근에 거주하는 형 가족과 연락이 끊겼다는 람 슈레스타(42)는 “홍수 이후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며 “헬기가 올 때마다 명단을 확인하고 있다”고 말했다.

누와코트 | 박민규 기자 mingyu01@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