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가 너무 빨리 들어와요”…진흙밭에 잠긴 네팔 수해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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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수십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흙탕물이 굉음을 내며 사납게 요동쳤다. 30일(현지시각) 한겨레가 수도 카트만두에서 험준한 산길을 세시간 남짓 달려 네팔 누와코트현 비두르시 둥게바자르 마을 초입에 다다랐을 때, 먼저 덮쳐온 것은 참혹한 광경보다 거대한 소리였다.
기자의 발이 순식간에 진흙탕에 빠져 무릎까지 잠기자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다가와 간신히 끌어올리기도 했다. 네팔 스카우트 소속 자원봉사자 아유슈만 귄켈(23)은 "진흙이 워낙 질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가재도구를 조금이라도 건져보겠다고 내려오는 주민들을 되돌려 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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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이 수십미터에 이르는 거대한 흙탕물이 굉음을 내며 사납게 요동쳤다. 상류에서부터 집어삼킨 토사와 각종 잔해물을 품은 검은 물길이 하류로 거칠게 쏟아졌다. 30일(현지시각) 한겨레가 수도 카트만두에서 험준한 산길을 세시간 남짓 달려 네팔 누와코트현 비두르시 둥게바자르 마을 초입에 다다랐을 때, 먼저 덮쳐온 것은 참혹한 광경보다 거대한 소리였다. 마을을 감싸고 흐르던 트리슐리강은 며칠 전 닥친 대홍수의 상흔을 둔탁한 파열음으로 증언하고 있었다.
한국인 9명이 실종된 어퍼트리슐리-1(UT-1) 수력발전소 건설 현장에서 남쪽으로 20여㎞ 떨어진 둥게바자르는 거대한 늪에 빠진 유령도시가 됐다. 강가에 바로 면한 2층 주택은 1층 전체가 두꺼운 펄에 파묻혀 언뜻 보면 단층집처럼 보였다. 겉보기엔 마른 흙처럼 단단해 보이지만, 발을 딛는 순간 바닥이 푹 꺼져 빨려 들어갔다. 기자의 발이 순식간에 진흙탕에 빠져 무릎까지 잠기자 주변에 있던 경찰들이 다가와 간신히 끌어올리기도 했다. 네팔 스카우트 소속 자원봉사자 아유슈만 귄켈(23)은 “진흙이 워낙 질어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위험하다. 가재도구를 조금이라도 건져보겠다고 내려오는 주민들을 되돌려 보내는 중”이라고 말했다.


둥게바자르에서 트리슐리 강줄기를 따라 남쪽으로 6∼7㎞ 내려간 곳에 있는 데비가트 마을의 상황은 더 처참했다. 마을 입구부터 코를 찌르는 악취가 진동했다. 2층 주택들은 대부분 절반쯤 진흙에 잠겨 있었고, 부러진 나뭇가지와 엿가락처럼 휜 철근, 부서진 석조물이 거리에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주민 너덧명이 달라붙어 진흙 속에 처박힌 오토바이를 끌어내는 가운데, 한쪽에서는 수습된 주검을 들것에 실어 나르는 구조대가 눈에 띄었다.
디팍 치트라카르(54)는 1층 절반이 흙더미에 묻힌 전파상에서 건져낸 전구와 가스통 따위를 묵묵히 닦아 포장하고 있었다. 젊은 시절부터 한 푼 두 푼 모아 세운 15년 된 일터였지만, 초토화된 가게 안에서 온전한 물건을 찾기 힘들었다. 벽면을 가득 채웠던 수납장은 상품 대신 흙탕물 찌꺼기만 남아 텅 비어 있었다. 치트라카르는 “홍수가 난다며 대피하라는 말을 솔직히 믿지 않았다. 아내가 억지로 끌고 나가 간신히 몸만 빠져나왔다”며 “다음 날이 원래 마을 사람들이 다 모여 보름달 아래서 밤새 춤추고 웃던 ‘자트라’ 축제 날인데, 이제 다 사라져버렸다”고 허탈하게 말했다.


데비가트 주민들이 몸을 피한 인근 비두르의 한 초등학교 임시대피소는 이재민들로 가득했다. 다섯살배기 아들의 손을 꼭 쥔 사비타 파리와르(28)는 남편과 함께 트리슐리강에서 공사용 모래를 채취해 나르는 일로 생계를 이어왔다고 했다. “그날도 오전 9시까지 일하고 집에 돌아와 남편, 아이와 요리를 하고 있는데 당장 대피하라는 전화를 받았어요. 아이를 안고 무작정 높은 지대로 뛰었죠. 뒤를 돌아보니 거대한 물살이 우리 집을 그대로 집어삼키고 있었어요.” 파리와르는 강가에 남아 늦게까지 일하던 동료들의 연락이 모두 끊겼다며 눈물을 훔쳤다.
네팔 바그마티주 누와코트와 라수와에서 대홍수의 직격탄을 맞은 사상자들은 수도 카트만두의 병원으로 대거 이송되고 있다. 전날(29일) 찾은 네팔 최대 규모 병원인 카트만두 트리부반 대학병원은 부상자와 가족 생사를 확인하려는 시민들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누와코트에서 온 유버라즈 라마(29)가 누나와 매형, 다른 조카들의 죽음을 이미 확인했지만, 세살 난 조카의 생사는 여전히 확인하지 못했다고 했다. 그는 조카의 사진을 벽면에 붙이며 “천사 같은 아이다. 제발 도와달라”고 호소했다. 아모르 럼질(39)은 두산에너빌리티와 한국남동발전의 라수와 지역 댐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스물일곱살 동생이 실종됐다고 했다. “5년을 두산 사무실에서 일해서 한국 사람들하고도 형, 동생 하면서 친하게 지냈습니다. 지금 두산에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요.”

막대한 희생자 수와 역부족인 시스템 탓에,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는 모습은 혼란스러웠다. 이날 트라부반 대학 병원 맞은편 칸티어린이병원 앞에는, 병원에 안치된 주검 모습이 담긴 사진이 내걸렸다. 사진이 걸리자 순식간에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와, 서로를 밀치며 혹시 있을지 모를 가족 얼굴을 찾았다. 대부분 진흙이 묻고 물에 부은 모습이었다. 경찰은 “병원에 주검 70~80구 정도가 안치돼 있다”며 “아직은 괜찮은데 곧 안치 장소도 부족해질 것 같다. 가족들이 찾아가는 것에 비해 사망자가 오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고 전했다.
비두르/글·사진 정봉비 기자
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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