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삼킨 대홍수 배후엔 ‘영구동토층’…지구 붕괴 뇌관 터졌다

고재원 기자(ko.jaewon@mk.co.kr) 2026. 8. 30.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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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한 지진이나 기상 이변이 아니었다. 수 천명의 사상·실종자를 낸 네팔·티베트 국경 대홍수의 근본 원인은 연중 섭씨 0도 이하로 지반을 지탱하던 '영구동토층'의 붕괴라는 분석이 나왔다.

예란 에크스트룀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물리학 교수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지구 온난화가 이번 붕괴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수치화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히말라야의 빙하와 영구동토층 해빙이 사태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산악 지리학자인 알턴 바이어스 콜로라도대 교수 역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그 위에 얹힌 산과 얼음의 구조적 무결성이 약화돼 파괴적인 산사태와 하류 홍수를 유발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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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기상이변 아닌 빙하 붕괴발 ‘얼음 쓰나미’
과학계 “이번 참사 기후재앙의 예고편에 불과”
네팔 중북부와 중국 티베트자치구 접경지대에서 벌어진 홍수와 산사태에 시민들이 도망가는 모습. [X]
단순한 지진이나 기상 이변이 아니었다. 수 천명의 사상·실종자를 낸 네팔·티베트 국경 대홍수의 근본 원인은 연중 섭씨 0도 이하로 지반을 지탱하던 ‘영구동토층’의 붕괴라는 분석이 나왔다.

과학자들은 얼어붙은 토양이 녹아내리며 빚어진 이번 참사를 인류를 덮칠 기후 재앙의 예고편으로 규정했다.

30일 과학기술계에 따르면 미국 지질조사국(USGS)은 이번 사태가 빙하 붕괴로 인한 대규모 산사태와 갑작스러운 홍수 때문에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얼음과 암석 붕괴 자체만으로 규모 5.2의 지진을 일으킬만큼 강력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과학계는 이처럼 거대한 빙하와 암석이 한꺼번에 쏟아져 내린 배경에 영구동토층의 해빙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한다.

영구동토층은 지층 온도가 연중 섭씨 0도 이하로 유지되어 꽁꽁 얼어붙은 토양과 암석층을 뜻한다. 북반구 육지 면적의 약 5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이 지층은 수만 년간 산비탈의 거대한 빙하와 암반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자연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

자연의 접착제 녹아내리자 뚜렷한 징후 없이 ‘와르르’
전문가들은 기후변화로 이 접착제가 녹아내리면서 지반의 구조적 안정성이 급격히 무너졌다고 분석했다.

예란 에크스트룀 미국 컬럼비아대 지구물리학 교수는 과학전문지 네이처에 “지구 온난화가 이번 붕괴에 미친 영향을 정확히 수치화하려면 시간이 걸리겠지만, 히말라야의 빙하와 영구동토층 해빙이 사태에 기여한 것은 분명하다”고 진단했다.

산악 지리학자인 알턴 바이어스 콜로라도대 교수 역시 “영구동토층이 녹으면 그 위에 얹힌 산과 얼음의 구조적 무결성이 약화돼 파괴적인 산사태와 하류 홍수를 유발하게 된다”고 경고했다.

복잡한 원인 나열을 떠나 온난화로 약화된 기반암이 뚜렷한 방아쇠 없이도 돌발 붕괴를 일으켰다는 핵심 기전에 학계가 동의하고 있는 것이다.

오재호 나노웨더 대표(부경대 명예교수)는 과학소통기구인 사이언스미디어센터(SMC)에 “중요한 점은 온난화와 빙하 약화는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진행되지만, 실제 붕괴와 홍수는 수분에서 수십 분 사이에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이라며 “기후변화가 느리게 진행된다고 해서 재난도 느리게 오는 것은 아니다”고 경고했다.

27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코트 지역 트리슐리강에서 일어난 대규모 홍수와 산사태로 주택들이 진흙에 뒤덮여 있다. 재해가 발생한 네팔과 인근 중국 르카쩌시 지룽현에서 실종자가 최소 1300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로이터 = 연합뉴스]
전 세계 고산지대·한국도 돌발 재난 사정권
더 큰 문제는 영구동토층 붕괴가 비단 히말라야만의 위기가 아니라는 점이다.

영구동토층은 유럽의 알프스나 남미의 안데스산맥 등 전 세계 주요 고산지대에도 광범위하게 분포해 있다.

과학자들은 이들 지역에서도 기후변화로 인해 영구동토층이 녹아내리고 있지만, 지표면 아래 보이지 않는 곳에서 진행되는 해빙의 정확한 규모나 열화 정도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고 우려한다.

오랜 시간 서서히 녹아내리던 영구동토층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 예고 없이 산 전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의미다.

학계는 “세계 곳곳의 고산지대 역시 미래에 네팔 사태와 같은 돌발적인 연쇄 재난에 극도로 취약해질 수 있다”며 위험 지역에 대한 선제적 감시 체계 도입을 시급히 주문했다.

한국도 이 같은 위험에서 안전하지 않다. 최명기 대한민국산업현장교수단 교수는 “한국은 빙하가 없어 이번 네팔 사태와 같은 빙하호 붕괴형 재난이 직접 발생할 가능성은 낮다”면서도 “최근 몇 년간 국지성 집중호우와 극한강우의 빈도·강도가 뚜렷이 늘어나면서 산지와 계곡부의 급경사지 붕괴, 돌발홍수 위험은 이미 국내에서도 현실화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1.6조톤 탄소 시한폭탄…4만 년 전 ‘좀비 바이러스’ 부활 우려
무엇보다 영구동토층의 융해가 산사태라는 물리적 파괴로만 끝나지 않을 것이란 우려가 제기된다.

영구동토층에는 최대 1조6000억 톤의 이산화탄소가 매장되어 있으며, 이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량의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가 28배나 높은 메탄 역시 엄청난 양이 갇혀 있다. 영구동토층이 녹아 막대한 온실가스가 대기 중으로 방출되면 온난화가 온난화를 부르는 통제 불능의 악순환이 시작될 것이란 전망이다.

녹고 있는 빙하. 게티이미지뱅크
전문가들은 녹아내리는 영구동토층은 인류가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보건 위협도 불러일으킬 것이라 경고하고 나섰다.

프랑스 엑스마르세유대 장미셸 클라베리 교수 연구팀은 지난 2023년 약 4만 8500년 동안 시베리아 영구동토층에 언 상태로 있던 고대 바이러스가 번식력을 가진 채 되살아났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팀은 시베리아 전역의 7개 지역 영구동토층에서 인류가 처음 보는 13종의 바이러스를 발견했다. 약 4만 8500년 전의 바이러스는 호수 16m 아래 영구동토층에서, 약 2만 2700년 전의 판도라바이러스 계열 바이러스는 매머드 털에서 각각 검출됐다.

단세포 동물인 아메바를 미끼로 실험한 결과, 이들 대부분이 세포를 감염시킬 수 있는 전염성을 고스란히 유지하고 있었다. 연구팀은 고대 바이러스가 깨어나면 인류 공중 보건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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