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850원대까지 ‘뚝’ 떨어지자… 4대 은행 엔화 예금 1.3조엔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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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10월 일본 여행을 앞둔 직장인 A씨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860원대까지 떨어지자 최근 은행 앱을 통해 100만원을 추가로 환전했다.
그런데도 엔화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원·엔 환율이 심리적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100엔당 900원을 밑돌면서 엔화가 충분히 싸졌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내려오면서 여행 목적의 환전뿐 아니라 향후 반등을 기대한 분할 매수도 늘고 있다"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오르면 신규 매수는 줄고 기존 예금에서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견조한 경기·물가 흐름은 엔화 강세를 이끌 수 있지만, 일본 정부의 확장재정과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는 반등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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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이후 석 달 만에 잔액 60% 급증
日 금리 인상 땐 차익 실현 자금 이탈 가능
![[연합뉴스]](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30/dt/20260830165531574paqc.png)
오는 10월 일본 여행을 앞둔 직장인 A씨는 원·엔 환율이 100엔당 860원대까지 떨어지자 최근 은행 앱을 통해 100만원을 추가로 환전했다. 환율이 900원 아래로 내려온 뒤 여윳돈이 생길 때마다 엔화를 사들이고 있지만 고민도 커졌다. A씨는 "지금이 저점인 것 같아 꾸준히 환전하고 있다"면서도 "환율이 더 떨어질지, 일본은행이 기준금리를 올리면 다시 오를지 몰라 한꺼번에 큰돈을 바꾸기는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원·엔 환율이 2024년 7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내려가면서 '엔테크'(엔화+재테크) 수요가 다시 늘고 있다. 엔화가 충분히 싸졌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향후 반등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며 엔화를 사들이면서 4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한 달 새 30% 넘게 급증한 것이다.
다만 향후 엔화예금의 흐름은 일본은행의 통화정책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르면 다음 달 일본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반등할 경우 신규 매수세가 둔화하고 차익 실현을 위한 자금 이탈이 나타날 수 있기 때문이다.
◇ 4대 은행 엔화예금 한 달 사이에 33% 증가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지난 27일 기준 엔화예금 잔액은 총 1조3164억엔으로 집계됐다. 지난 달 말 9897억엔보다 3267억엔, 33.0% 늘어난 규모다. 최근 환율을 적용하면 한 달 새 약 2조8000억원어치의 엔화가 추가로 쌓인 셈이다.
엔화예금은 원·엔 환율이 100엔당 974.62원까지 올랐던 지난 5월 8229억엔까지 줄었다. 하지만 이후 환율이 하락하자 엔화를 사들이는 자금이 다시 유입되면서 석 달 만에 60.0%(4934억엔) 급증했다.
통상 외화예금은 이자보다는 환율 상승에 따른 환차익을 기대하고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 원화로 엔화를 사서 예치해 뒀다가 엔화 가치가 오르면 다시 원화로 바꾸는 방식이다. 엔화는 국내 기업의 대출 수요가 적어 은행이 예치 자금을 운용하기 어려운 만큼 예금 금리도 사실상 0% 수준이다.
그런데도 엔화예금에 자금이 몰리는 것은 원·엔 환율이 심리적 기준선으로 여겨지는 100엔당 900원을 밑돌면서 엔화가 충분히 싸졌다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일본 여행을 앞둔 실수요자뿐 아니라 향후 반등에 따른 환차익을 노린 투자 수요도 함께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28일 100엔당 858.77원까지 떨어졌다. 지난 5월 기록한 연중 최고점보다 약 116원 하락한 것으로, 2024년 7월 이후 2년 1개월 만의 최저 수준이다. 지난달 1일 955.63원과 비교해도 두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약 97원 내렸다.
환율 하락으로 같은 금액의 원화로 살 수 있는 엔화도 크게 늘었다. 지난달 초 환율로 100만원을 바꿨다면 약 10만4645엔을 받을 수 있었지만 현재 환율로는 약 11만6445엔을 살 수 있다. 같은 돈으로 약 1만1800엔을 더 받을 수 있게 된 것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원·엔 환율이 800원대로 내려오면서 여행 목적의 환전뿐 아니라 향후 반등을 기대한 분할 매수도 늘고 있다"며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으로 엔화가 오르면 신규 매수는 줄고 기존 예금에서는 차익 실현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다"고 말했다.
◇ 9월 일본 기준금리 인상… 엔화 반등할까
앞으로 엔화의 방향을 가를 변수는 일본은행의 추가 기준금리 인상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6월 정책금리를 1.00%로 올린 데 이어 이르면 다음 달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
일본은행의 9월 금리 인상 전망도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25일 로이터통신이 이코노미스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응답자의 57%가 일본은행이 9월 기준금리를 올릴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달 조사에서 올해 3분기 인상을 전망한 응답자가 5%에 그쳤던 것과 비교하면 인상 기대가 크게 높아졌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면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줄면서 엔화 가치가 반등할 가능성이 있다.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은 엔화를 팔고 달러를 사들이는 거래의 유인이 약해지기 때문이다. 일본의 견조한 성장세와 물가 상승 압력도 엔화 강세를 뒷받침할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엔화가 반등하면 엔화예금으로 유입되는 자금의 흐름도 달라질 수 있다. 엔화의 저가 매력이 낮아지면서 신규 매수세가 둔화하는 반면, 낮은 환율에 엔화를 사들인 투자자들은 환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예금을 인출할 수 있어서다.
다만 일본은행이 금리를 올리더라도 엔화가 곧바로 큰 폭의 강세로 돌아설지는 불확실하다. 미국과 일본의 금리 차이가 상단 기준 2.75%포인트로 여전히 큰 데다 일본 정부의 확장 재정 기조가 엔화 약세 압력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 정부는 재정 건전화보다 성장과 투자를 뒷받침하기 위한 적극적인 재정지출을 앞세우고 있다. 국채 발행 확대와 재정규율 약화에 대한 우려가 커진 가운데 식료품 소비세율 인하에 따른 세수 감소 가능성도 일본 재정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현재의 기록적인 엔저가 곧바로 끝나기보다는 내년 상반기까지 서서히 완화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과 견조한 경기·물가 흐름은 엔화 강세를 이끌 수 있지만, 일본 정부의 확장재정과 재원 마련에 대한 우려는 반등폭을 제한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우혜영 LS증권 애널리스트는 "엔화 약세 요인과 강세 요인이 혼재해 있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타이밍"이라며 "지금부터 내년 2분기 초중순까지는 초엔저 상황이 보통의 엔저 수준으로 빠르게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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