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란드 눈독’ 트럼프로 커진 불안감에도···아이슬란드 EU 가입 협상 재개 불발

박채연 기자 2026. 8. 30.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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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 레이캬비크 시청에서 한 시민이 유럽연합(EU) 가입 협상 재개 여부를 묻는 국민투표에 참여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아이슬란드가 13년 만에 유럽연합(EU) 가입 협상을 재개할지를 두고 29일(현지시간) 진행한 국민투표가 끝내 부결됐다.

아이슬란드 공영방송 RUV는 ‘아이슬란드가 EU와 가입 협상을 재개해야 하는가’에 대한 국민투표 결과 반대가 52.8%로 찬성(47.2%)을 앞섰다고 3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개표 초반에는 찬성이 다소 앞섰으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반대가 우세해졌고 이후 조금씩 격차가 벌어졌다.

이번 투표는 29일 오전 9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됐다. 22만5000명이 투표에 참여해 투표율은 82.5%를 기록했다. 수도 레이캬비크에서는 찬성표가 우세했지만, 남부와 북서부 지역에서는 반대표가 많았다.

국민투표를 앞두고 EU 가입을 통해 북극 패권 경쟁으로 커진 안보 위기를 타개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찬성 측과 아이슬란드 주요 산업에 대한 타격을 우려하는 반대 측이 팽팽히 맞섰다. 협상 재개에 찬성하는 측은 북극 패권 경쟁이 심화하는 지정학적 격변기에 EU 가입으로 안보를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그린란드 영유권을 지속해서 주장하고, 그 과정에서 아이슬란드와 그린란드를 혼동해 발언하자 아이슬란드 내부의 불안감도 커진 바 있다. 아이슬란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회원국 중 군대를 보유하지 않은 유일한 회원국이다.

EU 가입을 통해 불안정한 경제 상황을 해소하려는 기대도 있었다. 아이슬란드는 내수 시장이 좁고 관광업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외부의 경제적 충격에 취약한데 EU 합류로 안정성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크리스트룬 프로스타도티르 총리가 이끄는 집권당도 EU 가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반대 측은 EU 가입이 아이슬란드 주권에 잠재적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아이슬란드인 귀드문뒤르 브륀욜프손(62)은 뉴욕타임스(NYT)에 “EU에 권한을 넘기면서 국민과 의사결정권자들 사이의 거리가 벌어질 것이 우려된다”고 했다.

특히 농어민들은 EU 규정이 적용되면 농어업에서 직접적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고 봤다. EU 시장 내에서 경쟁이 심화될 수 있고, 자국 주변 해역의 어업권에 대한 통제력을 잃을 수 있다는 것이다. 1944년 덴마크로부터 독립한 아이슬란드가 주변 유럽 강대국에 휘둘리지 않아온 것은 주요 산업인 어업 덕분이란 국민적 인식도 영향을 미쳤다.

블룸버그통신은 “EU가 가입 협상 절차를 앞당기고 13년간 중단됐던 회원국 확대를 재개하려 한 것을 고려했을 때 이번 국민투표는 EU의 지정학적 신뢰도를 시험하는 무대이기도 하다”며 “반대 의견이 더 많을 경우, 아이슬란드 국민이 급변하는 지정학적 정세를 그다지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아이슬란드는 2009년 금융 위기 이후 EU 가입을 신청해 협상이 진행됐지만, 2013년 EU 가입에 회의적인 정부가 집권하면서 협상이 중단된 바 있다.


☞ 이견만 확인한 그린란드 3자 회동···‘트럼프 달래기’ 나선 유럽
     https://www.khan.co.kr/article/202601151556001

박채연 기자 applau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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