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임차인에 월세 2천만원 요구해 권리금 무산…대법 “권리금 방해 여부 다시 심리”

임유진 기자 2026. 8. 30.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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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기존 임차인보다 월세를 3배가량 높게 요구해 신규 계약이 무산되고 권리금 계약까지 해제됐다면, 임대인이 '현저히 고액의 차임'을 요구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는지 면밀히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상 '현저히 고액의 차임' 여부를 판단할 때는 주변 시세뿐만 아니라 "기존 임차인과의 차임 및 보증금과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요구하는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 상가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거래관행과 경제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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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인 A씨, 임차인 B씨에 월세 600만→2천400만원 인상 요구
B씨, 신규임차인 C씨와 22억원 권리금 계약 체결했다가 무산
대법원, 원심 파기하고 “적정 차임 심리 후 방해 여부 재판단” 환송
법원 로고. 연합뉴스


건물주가 새 임차인에게 기존 임차인보다 월세를 3배가량 높게 요구해 신규 계약이 무산되고 권리금 계약까지 해제됐다면, 임대인이 ‘현저히 고액의 차임’을 요구해 권리금 회수를 방해했는지 면밀히 심리해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지난달 임대인 A씨와 임차인 B씨 사이의 건물 인도 및 손해배상(반소) 청구 소송에서 임차인의 반소 손해배상 청구를 배척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부산지법으로 돌려보냈다.

임차인 B씨는 보증금 1억원, 월세 600만원에 계약을 맺고 A씨 소유 상가에서 약국을 운영해 왔다. 2023년 건물주 A씨가 월세 2천400만원으로 증액을 요구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계약 갱신 거절을 통지했다.

이에 B씨는 신규 임차인 C씨와 22억원 규모의 권리금 계약을 체결했으나, A씨가 C씨에게 보증금 5억원과 월세 2천만원을 새 조건으로 제시하면서 계약이 결렬됐다. C씨의 임대차 계약이 무산되면서 B씨와 C씨 간 권리금 계약도 해제됐다.

이후 A씨는 임대차 종료를 이유로 B씨를 상대로 건물 인도 소송을 제기했고, B씨는 A씨가 현저히 높은 차임을 요구해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했다며 손해배상 맞소송(반소)을 냈다.

쟁점은 A씨의 월 차임 요구가 상가임대차법상 ‘현저히 고액의 차임을 요구’한 것으로서 권리금 회수 기회를 방해한 행위로 볼 수 있는지였다.

상가임대차법 제10조의4(권리금 회수기회 보호 등)는 임대인이 임대차 종료를 앞두고 임차인이 신규 임차인으로부터 권리금을 지급받는 것을 방해해서는 안 된다고 정한다. 권리금 회수기회 방해 행위 중 하나로 ‘조세·공과금, 주변 상가건물의 차임 및 보증금, 그 밖의 부담에 따른 금액에 비춰 현저히 고액의 차임과 보증금을 요구하는 행위’도 포함된다.

1심과 2심은 해당 약국이 이른바 ‘문전약국’으로 월평균 조제료 수입이 2023년 기준 1억원에 달한다는 점을 들어 임대인의 요구가 과도하지 않다고 봤다.

하지만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상가임대차법상 ‘현저히 고액의 차임’ 여부를 판단할 때는 주변 시세뿐만 아니라 “기존 임차인과의 차임 및 보증금과 임대인이 신규 임차인이 되려는 자에게 요구하는 차임 및 보증금의 차이, 상가건물의 시세 및 적정 차임, 거래관행과 경제 상황 등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어 대법원은 “임대인이 요구하는 차임이 기존 차임에 비춰 현저히 고액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있는 경우에는 적정 차임이 확인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곧바로 임차인의 청구를 배척할 게 아니라 감정 등을 통해 요구액이 현저히 고액에 해당하는지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밝혔다.

또 대법원은 A씨가 요구한 월세가 기존의 333%, 환산보증금 기준 357%에 달해 현저히 고액으로 볼 여지가 크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별다른 협상 여지 없이 고액을 요구해 B씨나 C씨에게 계약을 단념하게 만든 것은 임차인이 유·무형의 재산적 가치를 회수할 수 있도록 보장해 임차인을 보호하려는 ‘상가임대차법’의 입법 취지를 잠탈하는 행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법원은 원심이 적정 차임 및 보증금을 먼저 심리한 뒤 손해배상 성립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한다고 결정했다.

임유진 기자 iyj721@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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