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탄천물재생센터 가보니…용산 대신 탄천?, 탄천은 어디로?

성채리 기자 2026. 8. 30.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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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지하철 3호선 대청역을 나와 마루공원을 따라 걸으면 탄천물재생센터가 나온다.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탄천물재생센터 활용안이 새 협상 카드로 떠올랐다.

서울시는 현재 탄천물재생센터의 처리시설을 이전·지하화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하기보다 용산공원 일부를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주민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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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학여울역 도보권…직주근접 입지 호평
하루 90만㎥ 하수 처리시설…이전 후보지는 미공개
1만3000호 공급안의 '빈칸' 채워야
국토부, 용산공원 활용 별도 검토…정부·서울시 공방
서울 강남구 탄천물재생센터의 하수처리시설 뒤로 송파구 롯데월드타워가 보인다. 서울시는 센터를 이전·지하화하고 해당 부지에 최대 1만3000가구의 청년주택과 첨단산업시설을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성채리 수습기자

서울 지하철 3호선 대청역을 나와 마루공원을 따라 걸으면 탄천물재생센터가 나온다. 주변에는 개포·일원동 주거지를 비롯해 학교와 공원 등이 들어서 있다. 탄천 건너편으로는 송파구 아파트 단지와 롯데월드타워도 시야에 들어왔다.

정부와 서울시가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놓고 평행선을 달리는 가운데 탄천물재생센터 활용안이 새 협상 카드로 떠올랐다. 서울시가 최대 1만3000가구 공급 구상을 제시하고 국토교통부가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지만 이전 장소와 공급 시점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6일 김윤덕 국토부 장관과의 만남에서 센터를 이전하고 이곳에 가칭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방안을 제안했다.

센터 부지는 약 39만3000㎡ 규모다. 서울시는 부지 절반가량에 청년주택을 배치하면 최소 1만가구에서 최대 1만3000가구를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인근 동부도로사업소와 세텍(SETEC) 부지까지 연계하는 복합개발 구상이다.

◆ 강남 직주근접 갖춘 39만㎡

입지에 대한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대청역과 학여울역을 걸어서 이용할 수 있고 수서역도 가깝다. 강남 업무지구와 잠실 등으로 이동하기 쉽고 도로와 생활 기반시설도 갖춰져 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용산은 앞으로 기반시설이 갖춰질 곳이라면 탄천 일대는 이미 교통과 생활 기반이 마련된 상태"라며 "강남권 일자리와 주택 수요를 고려하면 직주근접 측면에서도 유리하다"고 평가했다. 이어 "공원으로 쓰이는 용산보다 기피시설에 가까운 물재생센터를 주거·산업단지로 바꾸는 편이 토지 활용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일원동의 한 부동산공인중개업소 관계자도 "하수처리장과 소각장 등 기피시설이 빠진다면 입지는 압구정동 못지않다"며 "잠실과 강남 업무지구 접근성이 좋고 탄천 주변으로 산책로도 잘 갖춰져 있다"고 말했다.

탄천 카드가 급부상한 배경에는 용산공원 주택 공급을 둘러싼 정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있다. 김 장관과 오 시장은 지난 20일과 26일 두 차례 만나 서울 주택 공급 방안을 논의했지만 용산공원 일부를 활용하는 문제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 2034년 이전·지하화 계획이지만…

정부는 서울시가 제안한 탄천 부지를 적극 검토한다고 밝혔지만 양측이 접점을 찾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탄천물재생센터는 하루 최대 90만㎥의 하수를 처리하는 서울 동남권의 핵심 기반시설이다. 이전을 결정하더라도 시설을 옮길 부지를 확보하고 해당 지역 주민과 자치단체를 설득해야 한다.

김 장관은 지난 27일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탄천물재생센터는 옮기는 결정보다 이전 부지와 장소를 선정하는 게 더 어렵다"며 이전지 확보를 핵심 과제로 꼽았다. 서울시는 시설 이전에 4~5년, 이후 주택 건설에 다시 4~5년가량이 필요할 것으로 보고 있어 단기간에 공급 효과를 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전 부지를 찾지 못할 경우 기존 처리시설을 지하화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된다.

서울시는 현재 탄천물재생센터의 처리시설을 이전·지하화하는 민간투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26년 서울시 업무보고'에 따르면 하루 80만톤 규모의 시설을 2034년까지 이전·지하화하는 계획을 내놨다. 다만 지하화로 악취·경관 문제를 줄이더라도 대규모 하수처리시설을 받아야 하는 이전 지역 주민의 반발을 피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 기대와 회의 엇갈린 주민 반응

탄천물재생센터 현장에서는 센터 이전을 반기면서도 사업의 실현 가능성과 주택 유형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대청역 인근의 A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하수처리장이 옮겨가고 청년들이 들어오면 고령층이 많은 동네가 활기를 찾을 것"이라면서도 "임대주택만 들어온다면 주민들이 선호하진 않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B중개업소 관계자는 "날이 안 좋을 때 악취도 심한 곳인데, 혐오시설을 받아줄 지역을 찾는 것부터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며 "이전 장소가 빠진 만큼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 용산공원 공급안에 맞서 내놓은 정치적 맞불이 아닌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탄천물재생센터를 이전하기보다 용산공원 일부를 활용하는 편이 현실적이라는 주민 의견도 나왔다.

일원동의 한 주민은 "이용률이 그리 높지 않은데 넓은 부지 전체를 공원으로 두는 것은 아깝다"며 "청년들에게 집이 있어야 결혼하고 아이도 낳을 텐데, 집이 없으면 공원에서 뛰어놀 아이들도 사라질 것 아니냐"고 말했다.

탄천 구상은 정치권 공방으로도 번지고 있다. 김영배 더불어민주당 서울시당위원장은 이전지가 빠진 공급안을 두고 "10년 후에나 시행 가능할까 말까 한 허황된 정치적 주장"이라고 비판했다.

국토부는 서울시가 제출한 자료를 토대로 공급 물량과 실제 공급 가능 시점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용산공원 활용안을 백지화하거나 탄천을 공식 대체지로 보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