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동포루는 왜 안팎 지붕이 다른 형식일까? 上 [이강웅의 수원화성이야기]

경기일보 2026. 8. 30.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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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루(砲樓)는 포를 쏘는 곳으로 화성 시설물 중 최강의 요새이다. 화성에는 동, 서, 남, 그리고 북동, 북서포루 5개 포루가 있다.

북동포루와 북서포루의 지붕은 한 건물 한 지붕인데도 바깥쪽은 우진각 형식이고, 안쪽은 맞배 형식이다.

북성, 장안문, 팔달문, 화홍문, 그리고 북동포루, 북서포루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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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강웅 고건축전문가
북동포루 지붕은 안팎이 서로 다른 형식이다. 작가 제공


포루(砲樓)는 포를 쏘는 곳으로 화성 시설물 중 최강의 요새이다. 화성에는 동, 서, 남, 그리고 북동, 북서포루 5개 포루가 있다. 유독 북에만 2개가 있다. 2개인 이유는 방어에 취약한 화홍문을 위해 특별히 북동포루를 배치했기 때문이다. 북동포루와 북서포루는 함께 ‘북성포루’라 부르기도 한다.

북동포루와 북서포루의 지붕은 한 건물 한 지붕인데도 바깥쪽은 우진각 형식이고, 안쪽은 맞배 형식이다. 같은 지붕에 두 가지 형식을 함께 한 이형 지붕은 한국에서 유일무이하다. 화성 최대 미스터리가 됐다. 왜 이런 특이한 지붕이 되었을까. 문제를 풀기 전 ‘지붕’의 의미와 당시 ‘조선 건축’에 대해 알아야 한다.

먼저 ‘지붕’은 목조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햇빛, 비, 눈 등 자연현상에서 보호하는 역할을 하거나 채광, 바람,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역할을 한다. 그리고 아름다움의 표현이나 위계를 구분하는 역할도 한다. 맞배, 우진각, 팔작 등 지붕 형식, 공포 형식, 처마와 추녀 형식, 잡상 형식, 회 바름 형식 등으로 건축물의 위계를 구분한다.

다음, ‘조선 건축’은 영조(營造) 규범(規範)을 엄격히 지켰다. 규(規)나 범(範)이나 모두 법을 의미한다. 지금의 건축법이다. 현대 건축법은 환경, 경제성, 도시 내 균형배치를 위한 수단이라면 당시 영조 규범은 위계(位階)를 위한 수단이었다. 위계는 꼭 지켜야 할 디자인 요소였다. 궁궐건축, 서원건축, 사찰건축, 민가건축 간의 위계나, 같은 건축 안에서 건물 간 위계는 법이었다.

북동포루 지붕 밖은 우진각이고, 안은 맞배지붕이다. 작가 제공


이처럼 지붕의 중요성과 건축 규범을 이해한다면, 북성포루 이형 지붕은 규범에 어긋나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떤 것이 원칙일까. 당연히 안팎 모두 우진각 지붕이 원칙이다. 목구조에서 나무 부재가 적에게 노출되는 맞배보다 기와에 은폐되는 우진각이 전략적으로 유리하다. 나머지 서포루, 남포루, 동포루 모두 안팎이 우진각인 것을 보면 우진각 지붕이 원칙이다. 그러면 이형 지붕은 실수였을까, 의도였을까.

규범으로 보면 실수일 리 없다. 의도한 것이다. 나머지 3곳 포루가 안팎으로 모두 우진각인 것이 이를 말해준다. 의도적이라면 당초 설계부터 일까, 아니면 중도에 설계를 바꿨을까. 역시 처음부터 이런 설계는 상상할 수 없다. 따라서 공사 중 ‘어떤 상황’으로 인해 한쪽을 맞배지붕으로 변경한 것이다. 여기서 ‘어떤 상황’이 이형 지붕 미스터리의 답이 된다. 먼저 북동포루와 북서포루만 가진 특징을 찾아보자.

첫째, 모두 평지성에 지은 시설물이란 특징이다. 나머지 3곳은 모두 산상성에 지었다. 북성포루 2곳은 평지성에 속한다. 둘째, 모두 화성 성역을 시작하자마자 바로 착공했다는 특징이다. 화성 성역이 시작하는 해(1794년)에 착공하고 완성했다. 반면에 나지 다른 3곳은 성역이 거의 끝나는 때(1796년)에 착공하고 준공했다.

이런 포루의 공사 일정을 보자. 공사 시기는 인력, 자재, 장비의 수요와 공급에 직접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더구나 화성 성역은 정조가 ‘파일럿 프로젝트 기법’을 채택해 품질과 공사 기간을 관리한 공사다. ‘파일럿 프로젝트 관리’와 ‘을묘원행(乙卯園幸)’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자.

북성포루 외에 나머지 포루는 안팎이 우진각 지붕이다. 작가 제공


‘파일럿 프로젝트’란 대규모 공사, 반복 공사, 장기 공사, 최초로 시도하는 공사에 적용하는 관리기법이다. 대상 공사를 선택하고, 공사 초기 빠른 기간 내에 해당 공사를 완료한다. 공사를 하며 나타난 문제점에 대해 대책을 준비해 나머지 공사에서 시행착오를 없애는 관리기법이다. 주로 대형공사, 장기 공사에 적용한다.

파일럿 프로젝트 기법을 적용했다는 근거는 무엇일까. 착공 1년 전 정조는 채제공에게 “성역이 곧 시작될 터인데 경은 화성 성역에 대한 좋은 의견이 있는가”라고 물었다. 채제공은 후에 화성성역 총책임자가 된 사람이다. 이에 채제공은 “성역은 먼저 어렵고 쉬움을 잘 가려서 어려운 것을 먼저하고 쉬운 것을 뒤에 하여야 모든 실마리가 잡힐 것입니다”라고 답했다.

답변 중 ‘선기난(先其難)’, 즉 ‘어려운 것을 먼저하고’가 파일럿 프로젝트의 개념이고, ‘심탁난이(審度難易)’, 즉 ‘어렵고 쉬움을 잘 가려서’가 파일럿 프로젝트의 대상 선정이다. 정조와 채제공의 대화에서 파일럿 프로젝트 기법을 적용했음을 알 수 있다. 파일럿 프로젝트의 2대 요건인 대상과 기간은 무엇이었을까.

첫째, 대상을 보자. 북성, 장안문, 팔달문, 화홍문, 그리고 북동포루, 북서포루로 정했다. 평지성으로 산상성보다 높고, 대규모 내탁이 있는 화성 핵심공사다. 문은 문루, 옹성, 적대가 한 시스템으로 묶여 움직인다. 북수문은 수문, 교량, 정자, 포진지 역할을 겸하는 최초의 복합건축이어서 대상으로 삼았다.

북동포루와 북서포루는 파일럿 프로젝트 대상이었다. 작가 제공


북성포루 2곳은 왜 포함했을까? 포루는 전체를 벽돌로 짓는 조선 최초 건축이고, 화성에서 지하 부분을 사용하는 유일한 건축물이다. 성 시설물에서 지하의 개념은 내탁 위 레벨을 기준으로 한다. 또한 3면 벽에 수많은 포혈을 뚫고 비어 있는 내부를 사용하는 특별한 건축이다. 모두 최초, 유일, 특별이란 의미가 붙은 건축이라서 대상에 포함했다.

둘째, 기간을 보자. 정조는 파일럿 프로젝트 기간을 1년으로 정했다. 1795년 2월이다. 정조는 이날을 을묘원행 일로 정한다. 정조의 마음속 을묘원행 목적은 파일럿 프로젝트의 확인이다. 다음 두 가지가 증명한다. 하나는, 기간으로 정한 1년은 전체 공기 10년의 10분의 1과 맞아떨어지는 점이다. 다른 하나는, 어머니 환갑잔치를 치른 날과 원행일이 맞아떨어지는 점이다. 어머니 생일이 6월인데 이례적으로 4개월이나 당겼기 때문이다. 정조의 강한 의지가 느껴진다.

이래서 을묘원행은 화성 성역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원행이다. 참여 인원도, 머문 기간도, 치른 행사도 최대였다. ‘을묘원행’은 1795년 을묘년 윤이월 19일부터 어머니와 함께 사도세자의 능을 참배한 후 화성에서 여러 행사를 치르는 일정이다. 그러나 정조 마음속엔 오로지 화성 성역만 있었다.

글·사진 이강웅 고건축전문가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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