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퍼져 나간 성관계 영상, 정신과 치료까지 받은 피해 여중생…법원 “남학생 전학 과하다”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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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중생과의 성관계 영상을 친구들에게 무단 유포한 중학생을 강제전학 처분한 것은 과도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의 공동저자인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도 "이미 학교에 소문이 난 이상 피해학생이 기존 학교에 계속 다니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학생이 전학을 갔고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이 고려되면서 전학 처분이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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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 강제전학 처분…불복 소송 제기
가해학생 측 “학습권 중대한 침해…취소해야”
법원서 승소…“전학은 과도하다” 판결
학폭사건 전문 변호사들 “법 취지 고려 판단”

[헤럴드경제=안세연 기자] 같은 학교에 다니던 여중생과의 성관계 영상을 친구들에게 무단 유포한 중학생을 강제전학 처분한 것은 과도하므로 취소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피해학생이 이미 전학을 가 분리 조치가 이뤄진 이상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없고,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이 고려됐다.
30일 법조계에 따르면 인천지법 행정2부(부장 송종선)는 가해 중학생 A군이 “강제전학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해당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지난달 24일 A군 승소 판결했다.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 따르면 A군은 지난해 1월께 피해학생과 성관계를 가졌다. 동의 하에 성관계 장면을 촬영했다. 이후 A군은 무단으로 자신의 친구 3명에게 해당 영상을 보여줬다. 이들 중 1명에겐 메신저로 전송했다. 결국 영상이 다수에게 재유포되면서 A군과 피해학생이 다니던 학교에 성관계 소문이 퍼져나갔다.
피해학생의 신고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가 열렸다. 학폭위는 지난해 6월 출석정지 10일, 특별 교육이수 5시간 등의 조치를 내렸다. 피해학생은 “해당 처분을 가중해달라”는 취지로 행정심판을 제기했고 받아들여졌다. 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징계 수위를 강제전학 처분으로 올렸다.
위원회는 “A군의 행위로 여러 학생에게 해당 영상이 유포됐다”며 “매우 중대한 성범죄 사안”이라고 판단했다. 이어 “피해학생이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다”며 “사건 특성상 소문이 완전히 사라지기 어렵다”고 했다. 아울러 “영상이 완전히 삭제됐는지, 더 이상 유포될 가능성이 없는지 알 수 없다”고 했다.
그러자 A군 측은 지난 1월 “강제전학은 재량권을 일탈·남용해 위법하다. 취소해달라”며 법원에 소송을 냈다.
재판 과정에서 A군 측은 “전학 조치로 A군의 학습권이 중대하게 제한받을 수 있다”며 “피해학생이 이미 전학을 간 이상 추가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미 출석정지 10일 등 조치가 이뤄졌다”며 “자신의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원 [헤럴드경제DB]](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8/30/ned/20260830074713007wbdm.jpg)
법원은 A군의 주장을 받아들이면서 강제전학 처분을 취소했다.
재판부는 “A군의 행위는 피해학생의 모습이 디지털상 복제·확산할 위험을 초래하는 행위”라며 “다수의 학생이 영상 속 인물이 피해학생임을 알아봐 피해학생의 정신적 고통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짚었다.
하지만 “피해학생의 보호, 가해 학생의 선도 등 공익적 목적에 비해 A군의 불이익이 지나치게 큰 것으로 보인다”며 “재량권을 일탈·남용했으므로 취소해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그 이유에 대해 법원은 “전학 처분은 A군이 그동안 학교 내에서 이룬 성과나 교우 관계 등을 박탈하는 것으로 무거운 조치”라고 운을 뗐다.
이어 “실현될 경우 A군이 단기간에 새로운 교육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어려움에 놓일 뿐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전학 온 학생이라는 인식 때문에 새로운 교류와 건강한 관계를 형성하지 못할 가능성이 있다”며 “전학 처분은 분쟁 조정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1심은 “피해학생이 전학을 간 이상 격리를 위한 전학 조치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으로 볼 수 없다”며 “현재까지 피해학생에게 추가적 피해 우려가 있는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이어 “A군이 반성문과 피해학생에 대한 사과편지를 작성하는 등 반성의 태도를 보였다”며 “A군의 부모도 A군을 건강한 사회구성원으로 선도하기 위해 최선을 노력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A군이 성인권 특별교육 강의를 이수하는 등 재발 방지를 위해 힘쓰고 있다”며 “기존에 특별한 비행을 저지른 전력도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이 판결은 지난 15일 확정됐다. 1심 판결에 대해 교육청 측에서 항소하지 않았다.
한편 A군은 이 사건으로 학교폭력 징계와 별개로 가정법원에서 소년법상 보호 처분을 받았다. 교육시설 수강·사회봉사 명령을 받았다.
판결을 분석한 학교폭력 전문 변호사들은 학교폭력예방법의 취지를 고려한 판단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한변호사협회(변협) 등록 국내 1호 학교폭력 분야 전문 변호사인 노윤호 법무법인 사월 변호사는 “전학 처분이 피해학생과 물리적 분리 필요성이 인정될 때 내려진다는 취지를 고려할 때 전학은 최소침해의 원칙에 반한다는 측면이 있다”며 “행위가 무겁다고 하여 무조건 무거운 징계를 내리는 것은 징벌적 목적만 남을 뿐 학교폭력예방법의 목적에도 반한다”고 밝혔다.
박지영 법무법인 흰뫼 변호사 역시 “학폭위 경험상 충분히 나올 수 있는 판결로 생각된다”며 “학교폭력 사건은 그 특성상 법리적인 부분 외에도 구체적인 사정을 고려해 어떤 조치가 가해자와 피해자에게 가장 적합한지를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학생이 전학을 가지 않았다면 결과가 달랐겠지만 이미 피해학생이 전학을 가버린 상황에선 그 의미가 퇴색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장난이 폭력이 되는 순간’의 공동저자인 김영미 법무법인 숭인 변호사도 “이미 학교에 소문이 난 이상 피해학생이 기존 학교에 계속 다니는 것은 어려운 일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피해학생이 전학을 갔고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이 고려되면서 전학 처분이 취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박성욱 법무법인 선 변호사 역시 “이번 판결은 중학생인 A군이 ‘의무교육 대상’인 학생인 점과 피해학생과 합의가 이뤄진 점 등을 특별히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며 “헌법상 의무교육 대상자인 A군에게 학습권을 보장하는 것도 국가의 의무인 만큼 이를 엄격하게 판단한 것으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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