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리 괴사에도 치료 거부한 노숙인…두 달간 경찰 설득에 마음 열었다 [따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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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숙자 다리에 파리가 붙어있어요. 냄새도 나는데 한 자세로 계속 가만히 계세요."
당초 해당 병원은 섬망 증세와 다리 치료가 모두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노숙인을 확인한 뒤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최 경위는 "당연히 병원도 치료를 못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며 "의사가 처음엔 자세히 보지도 않고 (노숙인의) 외관만 본 채 거부하길래 제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채희창 대구 중부경찰서장은 "앞으로도 장기 노숙인 등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발굴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치료와 사회 복귀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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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오전 6시경 대구 중부경찰서 중앙파출소 소속 최성렬 경위(43)는 노숙인 관련 신고를 접수하고 119구급대와 함께 현장에 출동했다. 오랜 시간 바깥 생활을 한 듯 더벅머리에 턱수염이 덥수룩한 남성이 반월당역 인근 벤치에 앉아 있었다. 초여름 날씨에도 긴 점퍼에 긴 바지 차림이었던 그는 한쪽 다리를 다른 쪽 다리에 올린 채 미동조차 하지 않았다.
최 경위가 가까이 다가가자 심한 냄새가 났다. 노숙인의 다리에서는 진물이 흘러 바닥까지 젖었다. 최 경위와 119구급대원 모두 치료가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그러나 노숙인은 치료를 완강히 거부했다. 상처도 보여주지 않았다.
최 경위는 27일 기자에게 당시를 회상하며 “저도 그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본인도 굉장히 힘들어 보이셨는데 아무 말씀도 안 하시더라”고 털어놨다.

최 경위는 인근을 순찰할 때마다 노숙인을 찾아갔다. “치료하셔야 해요”, “식사는 하셨어요”라고 말을 건넸지만 노숙인은 대답하지 않았다. 때로는 “저리 가라”고 소리를 질렀다.
최 경위는 포기하지 않았다. “햇볕 뜨거운데 저쪽 그늘에 있으세요”, “커피 좀 드세요”라며 살뜰히 챙겼다. 주변의 다른 노숙인을 통해 정보를 알아내려고도 했다. 하지만 다른 노숙인들도 “저분은 대화를 안 한다. 말을 아예 못 하는 건지도 모르겠다”며 “다리에서 냄새가 나서 우리도 가까이 가지 못한다”고 했다.
노숙인의 다리 상태는 점점 악화했다. 최 경위는 “다리가 괴사해 진물이 물펌프처럼 푹푹 나오더라. 파리도 붙어 있었다”며 “계속 신경이 쓰였다. 관련 신고도 끊임없이 들어왔다”고 전했다.
간신히 노숙인의 인적 사항을 알아냈으나 그에게는 섬망 증세가 있었다. 최 경위는 “20여 년간 노숙 생활을 해오셨다. 나이는 60대고 실제 주소는 달성군이었다. 주민등록상 본인이 맞는데 자꾸 다른 사람 이름을 대시더라”며 “사회적으로 완전히 고립된 취약계층이었다”고 설명했다.
응급입원도 고려했지만 쉽지 않았다. 최 경위는 “경찰 판단하에 자·타해 위험이 있다고 생각되면 3일 정도 응급입원을 시킬 수 있다. 하지만 단기간에는 치료가 어려운 상태였다”고 했다.

● “도움받을 수 있을 때 병원 가자”…끝내 구급차 올라
결국 최 경위는 이달 19일 “선생님, 도움받을 수 있을 때 병원에 가자. 분명히 이제 기회가 없다”며 “나도 할 만큼 했다. 선생님도 도와주면 좋겠다”고 간절히 요청했다. 그러자 노숙인은 고개를 살짝 돌리며 반응했다.
끈질긴 설득 끝에 노숙인은 119구급차에 탑승했다. 곧바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가 가능한 한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서 바지를 찢자 구더기 수십 마리가 떨어졌다. 최 경위는 “깜짝 놀랐다. 다리의 뼈가 보일 정도로 구더기가 쌓여 살을 파먹는 상황이었다”며 “본인은 심각성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하고 계셨다”고 말했다.
당초 해당 병원은 섬망 증세와 다리 치료가 모두 가능하다고 답했지만 노숙인을 확인한 뒤 치료를 거부했다고 한다. 최 경위는 “당연히 병원도 치료를 못 하는 이유가 있겠지만 조금은 섭섭한 마음이 들었다”며 “의사가 처음엔 자세히 보지도 않고 (노숙인의) 외관만 본 채 거부하길래 제가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고 토로했다.
이후 2~3시간가량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찾은 끝에 대구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로 옮겨 치료받았다. 다만 병상 부족 문제와 노숙인의 결핵 진단으로 현재는 다른 병원에서 치료받고 있다.

그는 “그동안 이분이 편하게 웃으면서 지내실 수 있었는데 20여 년간 계속 (노숙) 생활을 해오신 것 아니냐”며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경찰로서 제가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며 “부끄럽다. 다른 경찰 직원들도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덧붙였다.
채희창 대구 중부경찰서장은 “앞으로도 장기 노숙인 등 도움이 필요한 시민을 발굴하고 유관기관과 협력해 치료와 사회 복귀를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이혜원 기자 hyew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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