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결 30주년 공연…'길거리에서 대극장까지' 마술인생 집약

권지현 2026. 8. 29.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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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6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일 때, 마로니에공원 거리에서 처음 공연하던 시절 '언젠간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극장에 설 것'이라 상상했는데 현실이 됐네요."

지난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특별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을 연 국내 대표 일루셔니스트(마술사) 이은결은 데뷔 무대를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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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헬기 등장 무대부터 소박한 그림자극까지…서사적 요소 두드러져
이은결 데뷔 30주년 기념공연 [EG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연합뉴스) 권지현 기자 = "1996년 고등학교 2학년 학생일 때, 마로니에공원 거리에서 처음 공연하던 시절 '언젠간 세종문화회관과 같은 대극장에 설 것'이라 상상했는데 현실이 됐네요."

지난 28일 세종문화회관에서 특별공연 '원 오브 원'(one of one)을 연 국내 대표 일루셔니스트(마술사) 이은결은 데뷔 무대를 돌아보며 감회에 젖었다.

지난 22일 개막한 공연은 그의 데뷔 30주년을 기념해 이은결이 구축해온 공연 예술을 집약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콘셉트에 걸맞게 그가 데뷔 무대부터 걸어온 길을 되짚거나, 예술 세계에 영감을 준 아티스트들을 오마주하는 무대들이 펼쳐졌다.

허공 위에서 난데없이 생겨난 듯한 거대 헬리콥터 모형을 타고 극적으로 등장한 이은결은 화려한 탈출 마술 등을 선보인 뒤 "대극장에 서게 해주신 관객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며 그의 30년 마술 인생을 거슬러 올라갔다.

무대 위 스크린에 풋풋한 데뷔 영상과, 각종 세계 마술 대회를 휩쓸던 수상 영상 등을 띄운 그는 그 당시 자주 선보였던 비둘기 마술과 카드 마술 등을 노련하게 선보이며 마술 팬들을 그리움에 젖게 했다.

이은결은 '마술 올림픽'이라 불리는 세계마술연맹(FISM) 챔피언십 대회에서 한국인 최초 수상과 최초 부문별 1위로 유명해진 바 있다.

20여 년 전 그의 첫 콘서트 기획 노트에 적혀 있던 아이디어를 차용한 순서도 있었다. 무대 밑으로 내려와 관객과 함께 보자기와 곡물을 이용한 깜짝 소공연을 펼친 그는 "지금 보니 정말 엉뚱하고 황당한 아이디어도 많다"며 '한국의 전통 마술'이라고 웃음 지었다.

이은결 데뷔 30주년 기념공연 [EG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후반부 무대는 트릭을 사용한 마술 그 자체보다 서사와 상징이 있는 환상적 쇼를 추구하는 이은결의 예술 세계를 좀 더 구체적으로 보여줬다.

그는 마술사 대신 영단어 '일루셔니스트'로 본인을 소개하는 이유에 대해 '상상 연출가'로서의 측면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밝혀 왔다.

그의 예술 세계에 큰 영향을 준 영화 제작자 조르주 멜리에스의 특수 효과 영상을 소개한 이은결은 마임을 결합한 마술과 영상, 모션 그래픽을 더해 영화 같은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어린 시절 꿈과 상상에서 영감을 받은 우주선 마술과 일명 '핑거 발레'(finger ballet)라 불리는 그의 고유 손가락 마술, 대형 장막을 이용한 파도 마술 등도 이어졌다.

공연은 의외의 무대로 막을 내렸다. "아프리카 공연 당시 소박한 손가락 마술에 관객이 크게 호응하는 것이 인상깊었다"는 그는 디즈니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의 삽입곡에 맞춰 손가락 인형 그림자극을 선보였다.

단 두 손만으로 토끼, 악어, 원주민과 같은 다양한 캐릭터를 순식간에 만들어내는 기술은 감탄을 자아냈다. 머리카락을 이용해 아프리카 초원을 표현한 부분에서는 기발한 재치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이은결 데뷔 30주년 기념공연 [EG컴퍼니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공연은 전체적으로 트릭과 최신 기계 장치를 사용한 마술의 나열보다는 자전적 이야기 등 다양한 모티프를 차용한 극적 쇼에 가까웠다. '연출가'로서 이은결이 추구하는 방향성이 두드러졌다.

중간 휴식 없이 120분 동안 춤 등을 포함한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체력과, 마술사의 '기본 중 기본'인 손가락 기교를 30년간 녹슬지 않게 단련한 모습에서는 장인 정신을 느낄 수 있었다.

공연은 다음 달 6일까지 이어진다.

fat@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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