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인플레에 할 일”이 또 ‘말로만 인상’은 아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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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워시 의장이 자신의 첫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비교적 선명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았다. 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 워시 의장이 다음달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곧바로 올릴 수 있을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워시 의장은 "PCE 가격지수로 측정되는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 2%는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며 "단기 금리는 (물가 안정, 최대 고용이라는) 이중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이 임명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의식해 당분간 금리는 그대로 둔 채, 대차대조표 축소 등 우회 수단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할 것이라고 관측한 일부 시각을 뒤집는 발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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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시 첫 잭슨홀미팅에 예년보다 열기 “후끈‘
물가 리스크 고조에 연준 매파 목소리 커져
“2% 넘는 인플레 우려...단기 금리로 대응”
“고용은 안정”...예상 밖 선명한 긴축 메시지
증시는 하락...올 0.50%P 인상 확률 50%

케빈 워시 의장이 자신의 첫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시장의 예상을 깨고 비교적 선명한 매파(통화긴축 선호) 발언을 내놓았다. 경제 근간에 깔린 기저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의 문제가 고용보다 훨씬 우려된다는 점을 분명히 하면서, 물가를 잡을 수단으로 대차대조표 축소(양적긴축·QT) 등이 아닌 기준금리 인상의 카드를 쓸 수 있음을 강하게 시사했다. 월가는 워시 의장의 시장 관리 의지에 대한 기대와 매파 본색에 대한 걱정 사이에서 다소 혼란스러워 하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워시 의장이 다시 한 번 물가 억제 임무라는 원칙론만 언급한 것인데 시장에서 지나치게 확대 해석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도 나온다. 시장 참여자들은 앞으로 워시 의장이 다음달 15~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금리를 곧바로 올릴 수 있을지에 이목을 집중하고 있다.

취재 열기는 이튿날인 28일에도 계속 이어졌다. 로비를 가득 채운 미국과 일본 기자들은 행사장을 오가는 연준 관계자들을 통해 통화정책 동향을 알아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잭슨홀미팅은 1978년 시작돼 올해 49회째를 맞는 행사다. 전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 총재, 재무장관, 경제학자,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금융계 경영인 등 엄선된 120~150명만 참석한다.
올해 잭슨홀미팅에 대한 이례적으로 높은 관심은 그간 워시 의장이 통화정책 방향에 대해 침묵을 지킨 사이 중동 전쟁 장기화, 인공지능(AI) 투자 경쟁 등에 따른 인플레이션(물가 상승) 우려가 상당히 커진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잭슨홀미팅 직전 나온 경제지표들도 고물가가 여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가리켰다. 특히 잭슨홀미팅 개막 전날인 26일 발표된 미국의 지난달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는 전년 동월보다 3.7% 상승해 시장 전망치(3.6%)를 웃돌았다. 근원 PCE 상승률도 3.3%로 6월과 같은 수준에 머물렀다. 연준의 목표치인 전품목 PCE 가격지수 상승률 2%를 모두 크게 웃돈 수치였다. 게다가 이달 들어서도 이란 전쟁은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고, 거대 기술기업(빅테크)들의 AI 투자 규모도 날로 확대되고 있다.
여기에 미국 재무부까지 최근 장기 금리 안정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면서 연준을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미국 30년물 국채 금리가 19년 만의 최고치인 5.3%대까지 올라가자, 다음 날인 지난 19일 장기 국채 바이백(재매입) 규모를 회당 20억 달러에서 40억 달러 이상으로 두 배 넘게 확대한다고 전격 발표했다.
이는 연준이 금리를 올리지 않아도 시장이 알아서 긴축을 실시한다는 워시 의장의 생각과는 배치되는 정책이었다. 워시 의장은 지난달 29일 FOMC 정례회의 기자회견 당시 “금융시장이 스스로 긴축을 진행하고 있다”며 연준까지 기준금리를 성급하게 올릴 필요가 없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영국 중앙은행인 영란은행(BOE)의 앤드루 베일리 총재는 현장에서 서울경제신문 취재진과 만나 미국 재무부의 국채 매입 동향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 “다른 나라의 정책에 대해서는 평가할 수 없다”며 말을 아꼈다.

오스탄 굴스비 시카고연은 총재는 같은 날 ‘라피드 리스폰스’라는 팟캐스트에서 “단기적으로 가장 크게 우려하는 것은 물가 상승이 아직 통제되지 않고 있다는 점”이라며 “모두가 경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연준 주요 인사 가운데 수전 콜린스 보스턴연은 총재 정도만 로이터통신 인터뷰에서 “최근 물가 지표는 혼재됐다”며 물가 상승률이 점진적으로 둔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애초 많은 시장 참여자들은 워시 의장이 취임 이후 늘 그랬듯 잭슨홀미팅에서도 모호한 입장만 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워시 의장은 6월16~17일 첫 FOMC정례회의 때부터 포워드 가이던스(통화정책 방향에 대한 사전 예고 지침)를 금리 결정문에서 삭제했다. 결정문 내 경제 상황 진단 문구도 6~7월 FOMC 회의 연속으로 짧게 유지했다.
또 지난달 1일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주최 연례 정책 포럼에서는 점도표(연준 위원들의 금리 전망치를 점으로 표시해 분기마다 발표하는 표)조차 조만간 폐지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워시 의장은 7월 FOMC 회의에서 45년 만에 현재의 연 8회 정례회의 횟수 자체를 줄이는 방안까지 위원들에게 제안했다. 워시 의장이 잭슨홀미팅 연설도 최대한 짧게 끝낼 수 있다는 예측이 나온 이유다.

워시 의장은 세부적으로 최근 6개월 물가 상승률이 연율 기준 4.1%라며, PCE와 소비자물가지수(CPI)의 전반적인 물가지표와 근원 물가 지표가 모두 연준의 목표치 2%를 웃돌고 있다고 설명했다. 시장에서는 6~7월 CPI 상승률이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점을 찍었던 5월보다 둔화됐다고 반겼지만, 이를 다르게 해석했다. 워시 의장은 “올여름 PCE와 CPI가 예상보다 좋았으나, 그것이 근본적으로 추세적이고 의미 있는 개선을 의미하지는 않는다”고 봤다. 워시 의장은 “PCE 가격지수로 측정되는 연준의 물가 안정 목표 2%는 확고하고, 고정된 목표”라며 “단기 금리는 (물가 안정, 최대 고용이라는) 이중책무를 달성하기 위한 주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워시 의장이 임명권자인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의중을 의식해 당분간 금리는 그대로 둔 채, 대차대조표 축소 등 우회 수단으로 물가 상승에 대응할 것이라고 관측한 일부 시각을 뒤집는 발언이었다.
워시 의장은 “65개월 동안 지속된 높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중앙은행에 있다”며 “그것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이라고 밝혔다. 이어 “종합적으로 볼 때 전반적인 금융 여건을 긴축적이라고 표현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워시 의장은 물가와 함께 연준 정책의 양대 축인 노동시장에 대해서는 “상당히 안정적”이라는 대조적인 평가를 내렸다. 7월 고용보고서 발표 이후 노동시장 악화에 대한 시장의 우려가 커졌지만, 사실상 이를 불식시키는 언급이었다. 워시 의장은 “실업률은 4.1%로 역사적 기준으로 여전히 낮고, 몇 년 동안 크게 변하지 않았다”며 “강력한 실시간 지표인 실업수당 청구 건수는 수십 년 만에 최저 수준에 근접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현재로서는 노동 시장이 완전 고용과 일치한다고 믿는다”고 부연했다. 워시 의장은 AI 혁신에 따른 생산성 향상 등을 거론하며 기업과 소비자 지출도 견고하게 유지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날 워시 의장이 예상 밖으로 선명한 입장을 내비치자 뉴욕 증시는 요동을 쳤다. 지난달 29일 워시 의장이 인플레이션을 시장에만 맡기고 늑장 대응할 수 있다는 우려에 하락했던 증시는 이날 워시 의장 연설 직후 일제히 뛰어올랐다. 그러다가 통화긴축이 결국 위험자산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고개를 들며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0.02%),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25%), 나스닥종합지수(-0.52%)는 모두 하락 마감했다.
워시 의장이 단기 금리 수단을 강조한 까닭에 국채시장에서는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금리가 0.12%포인트 오른 4.35%를 기록했다. 글로벌 채권 추종지표(벤치마크)인 10년물 금리도 0.05%포인트 상승한 4.72%를 나타냈다. 장기물인 30년물 금리는 5.2% 수준에서 크게 움직이지 않았다.
업종별로는 반도체 관련주들이 주로 타격을 입었다.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가 3.47% 급락했고, 2027 회계연도(5~7월) 호실적에 힘입어 전날 8.74% 급등했던 엔비디아도 4.6% 하락했다.
금리 경로 확률도 단숨에 역전됐다. 시카고상업거래소(CME)의 페드워치에 따르면 28일 연방기금금리선물시장은 연준이 다음달 15~16일 FOMC 회의에서 금리를 동결할 확률을 전날 64.6%에서 43.0%로 낮췄다. 반대로 인상 확률은 35.4%에서 57.0%로 높여 잡았다. 연준이 올해 내내 금리를 동결할 확률도 25.9%에서 11.1%로 급락했고, 인상할 가능성은 74.1%에서 88.9%로 수직 상승했다. 연내 0.50%포인트 이상 인상할 확률도 50.5%로 올라갔다.
통화정책 방향을 암시하지 않겠다는 워시 의장이 잭슨홀미팅에서 반전의 모습을 보인 것은 불확실한 경제 상황에 대한 정돈된 메시지를 내달라는 시장의 요구가 그만큼 컸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관건은 월가가 받아들인 것처럼 워시 의장이 정말로 금리 인상 의지를 전파한 게 맞는지다. 11월 3일 미국 중간선거까지 두 차례 FOMC 회의를 남긴 상황에서 줄기차게 저금리를 요구하는 트럼프 행정부의 압박을 무시하기도 쉽지 않은 까닭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워시 의장이 연준 내 매파 의견이 지나치게 다수가 된 점을 앞세워 어물쩍 금리를 올리는 시나리오도 제시하고 있다.

와이오밍=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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