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사라지는 가게들…불어난 인건비 때문일까? 대면이 불편해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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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의 이슈와 현상을 짚어봅니다.
사람이, 정확하게는 사장 또는 직원이 없는 가게를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결국 앞으로 가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사람과 기계의 몫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우리가 그리워하게 될 것은 가게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필요할 때 질문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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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6000개→2026년 1만 2000개
3년새 2배로 ↑…업계선 10만개 이상 추정
영업이익률 하락속 인건비 증가가 주 요인
‘비대면 소비’가 편한 젊은층 증가 영향도
“점원 있는 가게가 더 특별한 시대 올 것...
일자리 감소·‘디지털 소외’ 해법 찾아야”

카페에 들어섰는데 직원은 보이지 않는다. “어서 오세요”라는 인사를 건네는 사람도, 메뉴판을 들고 주문을 받으러 오는 이도 없다. 방문객은 키오스크 앞에 서서 메뉴를 골랐다. 원하는 옵션을 선택한 뒤 직접 카드를 꽂고 결제했다. 커피머신은 이용자가 고른 원두를 갈아 커피를 추출했다. 커피가 완성되자 그는 매장을 한번 훑어본 뒤 빈 자리로 향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이런 풍경은 낯설었다. 이제는 아니다. 사람이, 정확하게는 사장 또는 직원이 없는 가게를 우리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게 됐다. 무인 아이스크림 가게와 카페처럼 처음 문을 열 때부터 점원을 두지 않는 매장이 빠른 속도로 늘어난 결과다. 편의점과 빵집, 반려동물용품점, 문구점 등 업종도 다양하다.

변화의 속도는 수치로도 확인된다. 소방청에 따르면 2023년 6323개였던 전국 무인 점포는 2024년 9030개로 늘어났다. 소방청은 사진관과 세탁소, 아이스크림 가게, 밀키트 판매점, 스터디카페 숫자만을 셌다.
실제 무인 점포는 이보다 훨씬 더 많다는 의미다. 신한카드 빅데이터를 살펴보면 2022년 7900개였던 점포수는 지난해 1만 개를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삼성카드는 가맹점 기준 현재 무인 점포를 약 1만 2000개로 추산한다.
점원이 완전히 자취를 감추지는 않았지만 눈에 띄게 줄어든 매장도 증가하고 있다. 테이블오더와 키오스크 등 무인 주문기의 확산이 그 배경이다. 테이블오더를 설치한 일반 음식점과 카페가 늘어나면서 더 이상 점원이 주문을 받거나 계산을 할 필요가 없게 된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가 올해 3월 발표한 2025년 외식업체 경영실태조사 결과에 의하면 무인 주문기 도입률은 2021년 4.5%에서 2025년 13.0%로 수직상승했다. 유형은 키오스크 57.1%, 테이블오더 23.6%, 방문객 휴대전화(QR) 19.3%였다. 이번 조사는 전국 3138개 외식업체를 대상으로 이뤄졌다.

왜 매장에서 점원이 사라지고 있을까. 첫째 이유는 역시 돈이다. 외식업체의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비용을 줄여야 할 압박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농식품부 조사 결과를 살펴보면 2020년부터 2024년까지 외식업체 매출은 41.4% 증가했다. 매출 증가세만 놓고 보면 ‘나쁘지 않네’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용 구조를 들여다보면 얘기가 달라진다. 같은 기간 영업비용은 46.7% 늘어났다. 매출보다 비용이 더 빠르게 증가하면서 영업이익률은 2020년 12.1%에서 2024년 8.7%로 떨어졌다. 특히 영업비용에서 식재료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36.3%에서 40.7%로 커졌다.

임차료 부담도 만만치 않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외식업체 경영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2024년 전체 외식업체의 평균 임차료는 연간 2190만 원에 달했다. 식재료비와 임차료, 전기 및 가스 요금 등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외식업체 수익성을 압박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가파르게 오르고 있는 인건비는 업주에게 선택의 여지를 앗아가고 있다. 2021년 시간당 8720원이었던 최저임금은 올해 1만 320원으로 올랐다. 5년 새 18.3%가 오른 것이다. 내년에는 1만 700원으로 올해에 비해 3.7% 더 오른다.
송치영 소상공인연합회장은 “내년 최저임금 인상으로 4인 고용 사업장의 경우 4대 보험 부담분을 포함하면 연간 1000만여 원 이상의 추가 부담이 발생하게 됐다”며 “소상공인 10명 중 4명은 한 달 평균 영업이익이 200만 원에도 미치지 못한다. 2027년 최저임금 월 환산액인 223만 6300원조차 가져가지 못하는 실정이다”고 토로했다.

상황이 이렇자 점원을 아예 두지 않거나 주문 접수와 결제처럼 반복적인 업무를 기계에 맡기는 매장이 늘고 있다. 경기도 일산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한 자영업자는 “접수와 결제가 별 것 아닌 것 같아도 테이블오더가 없으면 그 업무를 담당할 직원을 한 명 둘 수 밖에 없다”면서 “키오스크를 활용하면 인력이 부족한 시간대에도 매장을 운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체인점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실제 일부 파리바게뜨 점포는 낮에는 상주 직원을 두는 일반 매장으로, 심야·새벽시간대에는 무인 점포로 운영하고 있다. 이달 현재 GS25·CU·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편의점 4사 전체 매장의 약 8%는 이같은 방식으로 이른바 ‘하이브리드’ 점포다.

테이블오더와 키오스크가 일상적인 매장 풍경으로 자리 잡으면서 가게에서 사람의 역할이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무인’이 하는 업무의 범위는 비단 주문 접수와 결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일례로 교촌치킨과 bhc의 일부 매장에서는 닭을 튀기는 업무를 로봇이 맡고 있다. 조리 로봇을 배치한 김밥집도 눈에 띈다. 맘스터치는 한 걸음 더 나가 서비스 로봇 전문기업과 인공지능(AI) 기반 완전 무인 매장 시스템을 개발 중이다.
하지만 매장에서 점원이 사라지는 이유를 업주의 사정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소비자 입장에서도 직원과 마주하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 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메뉴를 고르는 동안 직원의 시선이 신경 쓰이거나, 추가 주문이나 문의를 위해 직원에게 말을 거는 것을 불편하게 여기는 이들에게 무인 시스템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있다.
비대면 소비는 특히 젊은 세대로부터 각광 받는다. 롯데멤버스의 2023년 조사에 따르면 10대의 69.7%, 20대의 73.5%, 30대의 60.3%가 키오스크를 통한 주문을 선호했다. 그 이유를 묻는 질문에는 ‘직원 눈치를 보지 않아도 돼서’라는 응답이 33.6%로 가장 많았다. 이어 ‘메뉴 선택 및 결제 시간이 빨라서’ 24.2%, ‘대기시간이 짧아서’ 19.5% 순이었다. 이 조사는 전국 10대 이상 남녀 133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결국 매장 무인화는 인건비를 절감하려는 점주의 이해와 ‘비대면 소비’를 선호하는 소비자의 수요가 맞물린 결과로 볼 수 있다. 문제는 모든 소비자가 이를 편리하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특히 디지털 취약계층에게 테이블오더나 키오스크는 서비스 이용을 힘들게 만드는 장벽이다. 화면에서 메뉴를 찾고 옵션을 고르는 것부터 어려울 수 있다. 주문을 하면서 실수를 했을 때 수정하기도 쉽지 않다.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의 시선까지 의식하다 보면 주문 자체가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
매장마다 제각각인 키오스크의 접근성 문제도 지적된다. 한국소비자원이 소비자 5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응답자의 84.8%는 업종이나 브랜드마다 다른 키오스크의 주문 순서와 조작 방법을 표준화할 필요가 있다고 답했다. 이용 방법 안내가 부족하거나 글씨가 지나치게 작아 이용하기 불편하다는 답변도 있었다.

노동의 측면에서 보면 무인화는 노동 담당자를 직원에게서 소비자로 바꾸는 과정이기도 하다. 쉽게 말해 점원의 업무가 줄어든 만큼 소비자가 해야 하는 일이 늘어난 것이다. 직원이 주문을 받는 식당에서는 메뉴판을 보다가 의문이 생기면 “이건 어떤 음식인가요”라고 물어볼 수 있다. 원치 않는 재료가 있으면 “이걸 빼고 주세요”라며 부탁하는 것도 가능하다. 주문한 음식과 음료를 확인하는 것도 점원의 업무였다. 하지만 키오스크 앞에 선 소비자는 이 모든 일을 직접 해야한다.
직원이 해야할 일이 줄어든다는 것은 곧 일자리가 감소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2023년 서울시 음식점·주점 2000곳을 조사한 결과 키오스크를 도입한 음식점에서는 판매·서빙 근로자가 약 11.5% 줄어들었다. 특히 키오스크가 수행하는 주문 접수와 결제 등의 업무를 주로 담당하는 29세 이하 근로자는 23.1%나 감소했다. 무인화로 인한 일자리 감소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대목이다.

무인화는 앞으로도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비용을 줄이려는 업주의 필요와 빠르고 편리한 서비스를 원하는 소비자의 요구가 지속될 것이라는 점이 이같은 전망에 힘을 싣는다. 그렇다고 사람의 역할이 아예 사라질 것이라고 보는 시각은 많지 않다. 기계는 반복되는 단순 업무를 빠르게 처리하는 데 강하지만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데는 약하다. 반면 사람은 고객의 상황을 파악하고 예외적인 요구에 대처하는 등 기계가 하기 어려운 역할을 수행할 수 있다.
결국 앞으로 가게에서 제공되는 서비스는 사람과 기계의 몫으로 나뉠 가능성이 크다. 단순한 업무는 기계가 맡고, 설명이나 판단이 필요할 일은 사람이 담당하는 식이다. 중요한 것은 무인화를 하더라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순간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선택지를 남겨두는 것이다. 기계를 다룰 수 있는 능력이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조건이 돼서는 안된다.

가게에서 사람이 사라지는 변화는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는 점원이 직접 주문을 받는 가게가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우리가 그리워하게 될 것은 가게에 사람이 있었다는 사실보다, 필요할 때 질문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었던 평범한 일상일지도 모른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무인 점포는 사업자 입장에서는 인건비를 절감할 수 있고, 소비자는 상품을 편히 고를 수 있는 등 여러 이점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더 늘어날 것”이라며 “새로운 형태의 시스템도 나올텐데 기업과 사업주, 정부는 무인화가 가져다주는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소비자가 없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지훈 기자 jh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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