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냐 워라밸이냐.. 직장인 '현실' 들여다보니

홍성민 2026. 8. 29.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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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 의미 70.3%가 생계수단 꼽아…자아실현은 8.3% 그쳐
급여·복지가 최우선…직장 만족도 높일 해법도 보상·워라밸
남성은 급여, 여성은 워라밸…세대별 직업 선택 기준도 달라
AI로 이직 고민한 직장인 67.1%…기술 변화는 현실이 돼

[지데일리] 한국 직장인 10명 중 7명은 직업을 ‘꿈을 이루는 수단’보다 ‘먹고살기 위한 수단’으로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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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이 삶의 만족도와 정체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다고 보면서도 자신의 가치관과 직업이 잘 맞는다고 느끼는 비율은 상대적으로 낮았다. 급여와 복지, 일과 삶의 균형을 둘러싼 현실적인 요구가 직업 선택과 만족도를 좌우하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에 따른 이직 고민도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엘림넷의 온라인 설문 플랫폼 나우앤서베이는 전국 만 20세 이상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내 직업관을 진단해 볼까? – 한국 직장인의 직업에 대한 인식 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는 8월 14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다.

조사에서 직업의 가장 큰 의미를 묻자 70.3%가 ‘경제적 안정과 생계수단’을 선택했다. ‘자아실현’은 8.3%, ‘삶의 만족’은 8.2%, ‘사회적 지위’는 5.5%에 그쳤다. 직업을 바라보는 한국 직장인의 시선이 여전히 경제적 안정에 강하게 맞춰져 있다는 의미다.

직업이 삶의 만족도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87.4%, 정체성에 영향을 준다는 응답은 84.6%로 높았다. 하지만 ‘내 가치관과 직업이 잘 맞는다’는 응답은 58.2%에 머물렀다. 직업이 개인의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지만,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와 일 사이의 연결고리는 충분히 형성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새 직업을 선택할 때 가장 중요하게 보는 요소 역시 현실적인 조건이었다. ‘급여 및 복지’가 47.2%로 가장 높았고 ‘일과 삶의 균형’이 19.1%로 뒤를 이었다. 직업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필요한 변화로도 ‘공정한 보상·인센티브 확대’가 30.9%, ‘워라밸 강화’가 27.0%로 나타났다. 직업을 선택할 때와 현재 직장에 대한 개선 요구가 보상과 시간의 문제에 집중된 셈이다.

성별과 연령에 따른 차이도 확인됐다. 남성은 급여를 49.8%로 가장 중시했지만 여성은 워라밸을 22.7%로 선택해 남성의 17.0%보다 높았다. 20대에서는 성장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기는 비율이 16.3%로 두드러졌고, 50대에서는 급여가 52.6%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경력과 생애주기에 따라 직업에서 기대하는 가치가 달라지는 모습이다.

직업을 바라보는 관점은 만족도와도 연결됐다. 직업을 ‘자아실현의 기회’라고 인식한 응답자는 가치관 부합도에서 3.94점, 자기실현 가능성에서 4.00점을 기록했다. ‘경제적 생계수단’이라고 답한 응답자의 3.45점과 3.61점보다 높았다. 같은 일자리라도 개인이 그 일을 어떤 의미로 받아들이느냐가 직업 만족감에 영향을 줄 가능성을 보여준다.

연령이 높을수록 직업이 삶에 미치는 영향과 가치관의 부합 정도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삶의 만족도 영향 점수는 20대 4.07점에서 60대 이상 4.55점으로 상승했고, 가치관 부합도 역시 3.42점에서 3.86점으로 높아졌다. 직장생활을 거치면서 자신에게 맞는 일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반영됐을 가능성이 있다.

AI는 직업관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최근 1년 사이 AI 기술 발전으로 이직이나 직업 변경을 고민한 적이 있다는 응답은 67.1%에 달했다. 이 가운데 11.1%는 이직이나 직업 변경을 준비하거나 실행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AI가 고용시장에 미칠 영향에 대한 관심이 미래 전망에 머물지 않고 직장인의 경력 설계와 행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AI가 자신의 직업 전망에 미칠 영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비율은 남성 57.6%, 여성 48.8%로 성별 격차가 있었다. 전체 순긍정도는 +34.3%포인트였으며 남성은 +39.8%포인트, 여성은 +24.7%포인트를 기록했다. 

특히 AI로 인해 이직을 준비하거나 경험한 응답자일수록 AI의 직업 전망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경향도 나타났다. 기술 변화에 대응해 행동하는 직장인이 AI를 위협보다 새로운 기회로 인식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결과다.

이번 조사에서 드러난 핵심 문제는 직업의 중요성과 직업 만족 사이의 간극이다. 직업이 생계에 필수적이고 삶의 정체성까지 좌우하지만, 많은 직장인이 자신의 가치관과 일의 불일치를 경험하고 있다. 

기업이 급여 수준을 높이는 것만으로 직업 만족도를 충분히 끌어올리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공정한 평가와 보상, 유연한 근무환경, 성장 기회, 직무 전환 교육 등을 함께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가 커질 수밖에 없다.

특히 AI 확산 과정에서 기업이 생산성 향상만 강조한다면 직장인의 불안과 이직 압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기술 변화에 적응할 수 있도록 재교육과 직무 전환 기회를 제공하고, 근로자가 자신의 경력 방향을 주도적으로 설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과제로 떠올랐다. 

이번 조사는 한국 직장인의 직업관이 경제적 안정이라는 현실적 기반 위에 서 있는 동시에, 더 나은 삶과 자신의 가치에 맞는 일을 향한 요구가 함께 커지고 있음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