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전통 오브제의 단정함 — RE: WEAVE LEGACY '화문석에서부터 공작선까지'

최영은 기자 2026. 8. 29.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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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문석 격자무늬 화소로 해석
자연 완초로 지속가능성 탐색
장인 부채가 건네는 맑은 고요
용산 한복판, 로파서울에서 우리 전통 공예 전시를 열고 있다. 벽면에 걸린 무형유산 이광구 장인의 공작선 부채 /최영은 기자

용산 한복판, 로파서울에서 우리 전통 공예 전시를 열고 있다. 벽면에 걸린 무형유산 이광구 장인의 공작선 부채,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 건져 올린 오래된 기물들, 그 사이사이 숨 쉬는 분재와 공예 작품들. 과거와 현대의 시간이 어우러지는 풍경이 펼쳐진다.

호흡의 격자 : 무한히 반복되는 장인의 픽셀
전시는 화문석(花紋席)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꽃무늬를 놓은 자리라는 뜻의 화문석은 왕골의 일종인 완초를 엮어 다양한 문양의 자리를 만드는 전통 공예다. 일본의 다다미와 다른 점은 다다미는 민무늬의 규격화된 형태로 이어져 온 반면 화문석은 장인들이 표현하고 담아내고 싶었던 상징과 무늬를 자유롭게 담아내던 공예라는 것이다.
전시는 화문석(花紋席)을 들여다보는 것에서 시작된다. /최영은 기자

하나의 공예품이자 오랜 시간 우리의 생활 속에서 사람과 공간을 잇던 자리. 전시는 이러한 자리의 개념을 전체 공간으로 확장하면서 동시에 전통 공예의 조형적 구조를 오늘의 시각 언어로 재해석했다. 강화 화문석의 전통을 잇는 공예가 박윤환과 함께 구성했다.

완초가 교차하고 반복되며 면을 이루는 이미지에 주목해보자. 화문석의 가로세로 격자는 현대 디자인에서 안정감을 주는 그리드와 닮아 있고 더 나아가 디지털 이미지를 구성하는 가장 작은 단위인 픽셀로 재해석된다. 

화학 공정 없이 오직 자연의 재료인 완초로 완성된 이 기물들은 수명을 다하면 다시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점에서 최근 우리가 찾던 지속 가능한 디자인의 해답을 제시하기도 한다.

겹겹이 쌓인 겹 : 시간, 공간, 사물
전시는 세 개의 겹으로 이루어진다. 전통과 현대가 만나는 접점의 겹, 답십리 고미술상가에서 발굴해 낸 오래된 기물들이 만드는 시간의 겹, 그리고 화문석 위에 놓인 사물들이 완성하는 풍경의 겹이다.

전시 동선은 자리의 시작에서 시작해 아카이브월, 자리에서 방으로, 일상의 사물들, 생활의 풍경, 손과 자리로 이어진다. 각 섹션마다 전통 공예의 다른 층위를 마주하게 된다.

'아카이브월'에서는 화문석을 만드는 재료와 도구, 그리고 완성된 결과물을 살펴본다. '자리에서 방으로' 섹션의 중앙 구조물을 통해서는 자리에서 확장된 하나의 방을 경험한다. 관람객은 공예를 바라보는 것에서 나아가 직접 그 안에 자리하게 된다.
자리에서 방으로 섹션의 중앙 구조물을 통해서는 자리에서 확장된 하나의 방을 경험한다. /최영은 기자

'일상의 사물들' 섹션에서는 오래된 생활 기물과 현대 작가의 작품이 자연스럽게 관계를 맺는다. 시간이 다르고 쓰임이 다른 사물들이 오늘의 공간 안에서 새로운 호흡을 얻는 순간이다. '생활의 풍경'에서는 창 앞에 드리운 화문석이 빛을 가리고 공간을 나누는 하나의 면으로 작동한다. 과거의 재료와 사물에 오늘의 감각을 더해 익숙하면서도 힙한 동시대의 풍경으로 다시 엮어냈다.

단정함의 풍경 : 일상에 내려앉은 고요
마지막 섹션 '손과 자리'에서는 무형유산 이광구 장인의 공작선(孔雀扇)을 만날 수 있다. 공작선은 펼쳐진 공작의 꼬리를 닮은 전통 부채로 대나무 살을 펼쳐 면을 만들고 그 위에 한지를 붙여 완성한다. 자연 소재가 빚어내는 완벽한 대칭과 균형은 그 자체로 단정함을 자아낸다.
마지막 섹션 '손과 자리'에서는 무형유산 이광구 장인의 공작선(孔雀扇)을 만날 수 있다. /최영은 기자

전통 작품 오브제들은 완고할 만큼 자신만의 속도를 지키고 있다. 화문석 한 장을 엮기 위해 수만 번 교차했을 손길, 공작선 하나를 위해 대나무를 깎고 다듬었을 시간은 빨리 감기로 재생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장인의 정직한 땀방울이 만들어낸 느림의 물리적 시간은 속도전에 지친 우리의 일상에 고요를 내려놓는다. 가장 트렌디한 도시 한복판에서 마주하는 전통 공예의 본질. 내 공간에 들이고 싶은 이 단정한 사물들이 건네는 숨고르기를 직접 경험해 보길 바란다.

팝업 전시 <RE: WEAVE LEGACY>는 8월 15일부터 9월 6일까지 로파서울 용산 스토어 4층에서 진행된다.

☞화문석=완초를 손으로 정교하게 엮어 만든 한국의 전통 돗자리로, 꽃무늬를 놓아 장식하는 아름다운 전통 공예품이다.

☞완초=왕골의 일종으로, 질기고 부드러우며 광택이 있어 전통 돗자리나 바구니 등의 전통 공예품 제작에 주로 쓰이는 자연 재료다.

☞공작선=펼쳐진 공작의 꼬리깃 모양을 닮은 한국의 전통 부채로, 대나무 살을 넓게 펼쳐 한지를 붙여 만든 단아한 공예품이다.

여성경제신문 최영은 기자
ourcye@seoulmedia.co.kr

*여성경제신문 기사는 기자 혹은 외부 필자가 작성 후 AI를 이용해 교정교열하고 문장을 다듬었음을 밝힙니다. 기사에 포함된 이미지 중 AI로 생성한 이미지는 사진 캡션에 밝혀두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