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 치트키’ 키위는 껍질째 먹어도 될까[이설의 한입 스토리]

이설 기자 2026. 8. 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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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삼키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멤버 휴닝카이가 올해 5월 TXT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껍질을 까지 않은 키위를 통째로 베어 물었다.

2023년 미국에서도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주연 배우 제나 오르테가가 키위를 껍질째 먹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현지 전문가들은 "키위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으면 과육만 먹을 때보다 식이섬유를 약 50% 더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 C와 E, 엽산, 마그네슘 등 영양가도 훨씬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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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삼키는 모든 것에는 이야기가 깃들어 있습니다. 식재료의 탄생과 변화, 맛에 얽힌 기억과 감정들을 들여다봅니다.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멤버 휴닝카이(왼쪽)가 올해 5월 TXT 유튜브 채널에서 껍질을 까지 않은 키위를 한입 베어 먹고 있다. 오른쪽은 그룹 앤더블(AND2BLE) 멤버 장하오. TXT 유튜브 캡처

“껍질이 아삭아삭해서 맛있다.”

아이돌 그룹 투모로우바이투게더(TXT) 멤버 휴닝카이가 올해 5월 TXT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껍질을 까지 않은 키위를 통째로 베어 물었다. 이를 다룬 인터넷 매체 기사 댓글에서는 “털이 있는데 어떻게 먹느냐”며 질색하는 반대파와 “다른 과일과 다를 바 없다”는 찬성파가 팽팽히 맞섰다.

2023년 미국에서도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주연 배우 제나 오르테가가 키위를 껍질째 먹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다. 당시 현지 전문가들은 “키위를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어 껍질째 먹으면 과육만 먹을 때보다 식이섬유를 약 50% 더 섭취할 수 있다. 비타민 C와 E, 엽산, 마그네슘 등 영양가도 훨씬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껍질 논쟁’을 비롯해 키위에 대한 관심이 최근 뜨겁다. 그간 키위는 식단에서 샐러드 한구석을 채우거나 고기 육질을 부드럽게 만드는 조연에 머무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건강 트렌드와 맞물리며 혈당 관리, 식이섬유 보충, 수면 장애 개선 등을 동시에 챙길 수 있는 ‘건강 치트키’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신상아 중앙대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키위는 다른 과일에 비해 영양소 밀도가 높고 혈당을 높일 위험은 낮다. 달콤하고 대중적인 맛에 가려져 있지만 영양학적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과일이다”라고 평가했다.

뉴질랜드 선교사가 품은 키위 씨앗

키위의 고향은 뉴질랜드가 아닌 중국 서남부 창장강(양쯔강) 연안이다. 털이 숭숭 난 모양 탓에 ‘원숭이 복숭아’로 불리며 과일보다는 약재나 야생 간식으로 쓰였다. 이 씨앗을 1904년 한 뉴질랜드 선교사가 자국으로 들여왔다. 이후 원예학자 헤이워드 라이트가 10여 년간 품종 개량에 매달린 끝에 1924년 알이 크고 당도가 높은 과일을 탄생시켰다. 오늘날 녹색 키위 표준인 헤이워드 품종이다.

제2차 세계대전 이후인 1950년대, 키위는 본격적인 미국 수출길에 올랐다. 매력은 충분했으나 차이니스 구스베리(Chinese Gooseberry)란 이름이 걸림돌이었다. 본격화하는 냉전 기류 속에서 ‘차이니스’라는 단어에 소비자들이 거부감을 보인 것. 뉴질랜드 과일 수출업자 잭 터너는 리브랜딩으로 위기를 돌파했다. 뉴질랜드 국조(國鳥) 키위새 이름을 따 ‘키위프루트’로 바꾸자 수출은 날개를 달았다.

1970년대 이후엔 요리 가니시(장식)와 디저트 재료로 인기를 끌며 전 세계 유통망에 안착했다. 한국에서는 1980년대 바나나, 파인애플과 함께 고급 과일로 어깨를 나란히 했다. 2000년대에는 달콤한 골드키위가 수입되면서 대중적인 과일로 자리 잡았다.

키위는 지난 100년간 그린키위, 골드키위, 레드키위 등으로 진화했다. 소비 방식은 나라마다 조금씩 다르다.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껍질을 벗겨 생과육으로 먹거나 고기 요리의 연육제로 쓴다. 뉴질랜드와 미국 등에서는 식이섬유와 항산화 성분 섭취를 위해 아침에 통째로 먹는 경우가 많다. 유럽에서는 프로슈토(이탈리아식 생햄)나 치즈를 곁들여 와인 안주로 즐긴다.

게티이미지코리아

단맛 강하지만 혈당지수 낮아

세계적인 과일로 자리 잡은 키위는 즐겁게 건강을 관리하는 헬시 플레저(Healthy Pleasure) 트렌드를 타고 맹활약 중이다. 대표적인 효능은 혈당 관리다. 식후 혈당이 급격히 치솟는 혈당 스파이크가 반복되면 인슐린 저항성이 커져 식곤증, 만성 피로, 가짜 배고픔으로 인한 폭식을 겪기 쉽다. 이를 방치하면 남는 포도당이 내장지방으로 쌓여 비만이 되기 쉽다. 심혈관 질환과 노인성 질환 위험까지 커진다.

키위는 단맛이 강하지만 의외로 혈당지수(GI)가 낮은 과일로 꼽힌다. 품종별 혈당지수는 썬골드키위 48, 루비레드키위 49, 그린키위 51로 모두 낮은 편이다. GI 55 이하는 일반적으로 저GI 식품으로 본다.

키위가 혈당 관리에 도움을 주는 이유는 단순히 당 함량이 적어서가 아니다. 키위에 풍부한 식이섬유가 함께 섭취한 탄수화물의 소화 및 흡수 속도를 늦춰 주기 때문이다. 실제로 식사 전이나 곡물과 함께 키위를 섭취했을 때 식후 혈당 최고치가 낮아졌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신 교수는 “고탄수화물 식사 30분 전이나 식사 맨 처음에 키위를 먹으면 급격한 혈당 상승을 예방하는 데 유리하다”고 설명했다.

먹을 때는 믹서에 갈지 않고 그대로 씹어 먹는 것이 좋다. 과일을 갈면 식이섬유 조직이 잘게 부서져 체내 흡수가 빨라지고 혈당이 급격히 오를 수 있다. 우창윤 내분비내과 전문의는 “그릭 요거트나 견과류 같은 단백질 및 지방질 식품과 곁들여 먹으면 소화 속도를 늦춰 혈당 상승 곡선을 한층 완만하게 다스릴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하지만 혈당 조절이 잘 되지 않는 당뇨병 환자나 당뇨 전 단계 환자는 과일 섭취에 주의해야 한다. 박철영 강북삼성병원 내분비내과 교수는 “건강한 사람은 어떤 과일을 먹어도 혈당 걱정을 크게 하지 않아도 되지만, 당뇨 환자가 안심하고 마음껏 먹을 수 있는 과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저당 과일이란 같은 칼로리를 섭취했을 때 상대적으로 혈당 상승 위험이 덜하다는 뜻이므로, 반드시 개인의 혈당 반응을 확인하며 적정량을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인스타그램에 게시된 파이버맥싱 관련 영상들. 인스타그램 캡처

식이섬유 극대화하는 파이버맥싱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와 웰빙 업계에서는 식이섬유(Fiber) 섭취를 최대화(Maxing)하는 식습관 파이버맥싱(Fibermaxxing)이 화제다.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단백질 열풍에 이어 식이섬유 섭취를 극대화하는 트렌드가 부상하고 있다”고 보도했고 AP통신은 “정제 탄수화물 위주 식단이 부른 장 건강 악화와 혈당 스파이크 문제에 대한 경각심이 파이버맥싱 유행을 이끌었다”고 분석했다.

식이섬유는 장 환경을 개선하고 대장암 발병 위험을 낮춘다. 특히 수용성 식이섬유는 포만감을 지속시키고 천연 식욕 억제 호르몬(GLP-1) 분비를 촉진해 혈당 안정과 체중 감량을 돕는다. 하지만 현대인의 식이섬유 섭취량은 하루 권장량(한국 성인 기준 25~30g)에 크게 못 미친다.

키위는 이 같은 파이버맥싱에 가장 적합한 과일로 꼽힌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탁월한 수분 흡수력이다. 키위 식이섬유는 위장에서 수분을 듬뿍 머금고 젤리처럼 크게 부풀어 오른다. 이 방어막이 탄수화물 흡수를 늦추고 배변 활동을 돕는다.

둘째, 천연 소화제 액티니딘이다. 식이섬유나 단백질 섭취를 갑자기 늘리면 속이 더부룩해지기 쉽다. 이때 키위에 풍부한 단백질 분해 효소 액티니딘이 천연 소화제 역할을 해 뱃속의 불편함을 해소한다.

셋째, 장 건강 개선 효과다. 키위는 만성 변비 환자의 장 활동을 촉진하고 과민성대장증후군 증상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넷플릭스 시리즈 ‘웬즈데이’ 주연 배우 제나 오르테가가 키위를 껍질째 먹는 모습. 유튜브 캡처

수면 유도 효과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수면장애 환자는 130만 명을 넘어섰다. 불규칙한 생활 리듬과 스트레스를 비롯해 원인도 다양하다. 근본적인 해결이 어렵다 보니 술을 마시거나 수면제에 의존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 수면제를 오남용하거나 술과 함께 복용하면 심각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이런 가운데 키위의 수면 유도 효능이 주목받고 있다. 2011년 대만 타이베이의대 연구진이 수면 문제를 호소하는 성인을 대상으로 4주간 시험한 결과, 취침 1시간 전 키위 2개를 먹은 참가자들의 잠드는 데 걸리는 시간이 평균 35.4% 단축됐다. 총수면시간은 13.4% 늘었고, 수면 중 깨는 횟수도 줄었다. 뉴질랜드 연구팀의 최근 조사에서도 매일 키위 2개를 섭취할 경우 비타민 C 보충제를 먹을 때보다 짧은, 단 4일 만에 기분과 활력이 개선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 교수에 따르면 키위에 함유된 세로토닌과 멜라토닌 같은 수면 유도 물질 덕분에 이런 효과가 나타난다. 뇌의 신경전달물질을 안정시키고 수면 호르몬 분비를 촉진해 우리 몸이 깊은 휴식 모드에 들어가도록 돕는 원리다. 또 키위 1개에는 약 82mg(성인 여성 하루 권장 섭취량)의 비타민 C가 들어 있어 수면 중 면역력을 강화하고 다음 날의 피로를 푸는 데도 도움이 된다.

이설 기자 sno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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