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폭염에도 강남 마을버스 에어컨 끄고 달린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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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이 덮친 올여름, 에어컨을 거의 틀지 못한 채 달려야 했던 버스가 있습니다.
강남01 마을버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촌을 출발해 삼성서울병원을 지나 코엑스로 가는, '알짜' 노선입니다.
강남01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A 운수회사는 올해 전기버스 운행 대수를 기존의 3배로 늘렸습니다.
출발지에서 충전을 못 하다 보니, 강남01 마을버스는 경기 성남시 차고지에서 충전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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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폭염이 덮친 올여름, 에어컨을 거의 틀지 못한 채 달려야 했던 버스가 있습니다.
강남01 마을버스, 서울 강남구 일원동 아파트촌을 출발해 삼성서울병원을 지나 코엑스로 가는, '알짜' 노선입니다.
버스를 직접 타봤습니다.
타자마자 후덥지근함이 느껴졌고, 에어컨에서는 '실바람'이 나왔습니다. 승객들은 "에어컨 좀 틀어달라", "에어컨 튼 것 맞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기사들은 에어컨을 세게 틀지 못합니다. 이렇게 냉방을 아껴야 하는 이유가 뭘까요?
■ 주민 반발에 버스 충전소 '없던 일'
전기버스 충전소 때문입니다.
강남01 마을버스를 운행하는 A 운수회사는 올해 전기버스 운행 대수를 기존의 3배로 늘렸습니다. 버스 기사들이 실시간으로 버스를 충전할 장소도 필요해졌습니다.

최적의 장소는 노선 출발지인 B 아파트 앞. 기사들이 출발 전 대기하며 충전할 수 있는 곳입니다. 운수회사는 구청 허가를 받아 지난 4월 충전소 설치를 마쳤습니다.
한국전력에 비용 납부까지 하고, 전기만 끌어오면 되는 상황.
예상치 못한 변수는 B 아파트였습니다. 화재 위험이 우려되니, 충전소를 옮기라는 민원이 제기됐습니다.
B 아파트 인근 건물주
저는 좀 죄송하지만, 사람이 간사해요. 화재 위험도 있고 저기 (배터리가) 중국산이잖아요. 좀 입장을 바꿔놓고 (생각해 보면)….

결국 다 지어놓은 충전소를 한 번도 써 보지 못하고, 버스들은 몇 달째 '절전 운행'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 운행 횟수 줄면서 승객 피해로
줄어드는 건 냉방뿐만이 아닙니다.

출발지에서 충전을 못 하다 보니, 강남01 마을버스는 경기 성남시 차고지에서 충전해야 합니다.
충전은 퇴근 후나 출근 전, 하루에 한 번만 합니다. 배터리가 떨어질 때마다 차고지를 갈 수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하루 한 번으로는 기존대로 운행하기 쉽지 않습니다. 냉방을 아무리 아껴도, 1회 충전으로는 전기버스 배터리가 간당간당합니다. 결국 기사들은 1~2회씩 버스 운행 횟수를 줄일 수밖에 없습니다.
차고지 관계자
(원래 운행이) 10탕이면 9탕으로. 10탕을 뛸 수가 없어요 충전이 안 돼서. 10탕 뛰던 걸 9탕 뛰면 (기사도) 월급이 깎이죠.
피해는 기사와 마을버스 승객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강남01 버스는 한 달에 12만 명 넘게 이용합니다.
■ 대체 부지 정했지만 '절전'은 그대로
운수회사는 구청과 협의해 충전소를 지을 대체 부지를 다시 찾았습니다. 아파트나 주거 단지, 그리고 민원에서도 멀리 떨어진 공영 주차장입니다.
하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습니다.

새 부지는 노선 출발지가 아니라 중간에 있습니다. 기사들은 배차 간격에 쫓겨 운전합니다. 노선을 이탈해 제3의 장소로 가서 충전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결국 새 부지에 새 충전소를 짓더라도, '1일 1 충전'과 '절전' 운행은 그대로일 수밖에 없습니다.
A 운수회사 대표
새 부지를 마련해도 일 끝나고 가야 해요. 만약 중간에 급하게 충전해야 해서 새로 마련된 충전소로 가면, 배차 간격이 늘어나죠. 한 대가 빠져야 하니까. 승객을 다 내려놓고, 그쪽으로 일부러 가서 또 충전을 하고 다시 복귀하고 이런 문제가 반복돼요. 그러면 회사 입장에서도 마이너스고, 승객 입장에서도 배차 간격은 늘어날 수밖에 없는 거고.
강남01 마을버스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서울시는 2030년까지 마을버스의 100%를 전기나 수소버스로 전환할 계획입니다.
그만큼 충전소도 늘어날 수밖에 없고, 충전소를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마을버스가 '찜통 버스'가 될 수 있는 겁니다. 여름엔 '찜통 버스'지만 겨울엔 '한파 버스'가 될 수도 있습니다.

충전소 인근 주민 우려와 승객 편의 사이 적절한 해법이 필요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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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윤 기자 (dobb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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