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서 만나는 우리동네 문화유산]점촌 도심 속 70년 세월 품은 ‘돌교회’…문경 근대사를 말하다

강남진 2026. 8. 29. 0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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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점촌동의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주변 건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건축물 하나가 눈길을 붙잡는다.

문경시는 이러한 역사·건축적 가치를 인정해 2022년 6월 점촌침례교회를 문경시 보호문화유산 제5호로 지정했다.

점촌침례교회 역시 1909년 첫 예배에서부터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 거부, 1950년대 예배당 건립 과정, 이후 점촌 도심의 성장과 변화까지 정리하면 문경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오래된 교회 한 채'가 아니라 문경 근현대사를 기억하는 '도시의 문화유산'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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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경시 점촌동 도심에 자리한 점촌침례교회 예배당 전경. 석조 외벽과 하늘로 높게 뻗은 첨탑, 뾰족한 아치형 창문과 스테인드글라스가 어우러진 독특한 근대 교회건축 양식을 보여준다. 1950년대 건립된 이 예배당은 오랜 세월 점촌의 변화와 함께해 온 지역 근대문화유산이다. 강남진 기자

문경시 점촌동의 오래된 골목길을 걷다 보면 주변 건물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의 건축물 하나가 눈길을 붙잡는다. 거친 돌을 차곡차곡 쌓아 올린 외벽과 하늘을 향해 솟은 첨탑, 길게 뻗은 아치형 창문. 지역민들에게 오랫동안 '돌교회'로 불려온 점촌침례교회 예배당이다.

화려하거나 웅장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건물에는 100년이 넘는 문경 기독교 역사와 일제강점기, 해방, 한국전쟁 이후의 시대상이 켜켜이 쌓여 있다. 단순한 종교시설을 넘어 점촌이라는 도시가 성장해 온 시간을 지켜본 근대문화유산인 셈이다.

점촌침례교회의 역사는 19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김창원·김상규·박래원 등이 점촌의 한 행랑채에서 첫 예배를 드린 것이 시작이었다. 당시 문경은 개신교가 제대로 뿌리를 내리지 못했던 지역이었다. 캐나다 출신 선교사 말콤 펜윅의 선교활동이 경북지역으로 확산되는 과정에서 점촌에도 새로운 종교문화가 들어오기 시작했다. 점촌침례교회는 이후 문경지역 침례교 전파의 중심 역할을 했다.

교회의 역사가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다. 일제강점기에는 신사참배를 거부한 신도들이 투옥되는 시련을 겪었다. 이후 해방과 한국전쟁이라는 격동의 시간을 지나면서도 신앙공동체의 명맥을 이어갔다. 지금 남아 있는 예배당 역시 이런 시대적 배경 속에서 탄생했다.

현재의 예배당은 1954년 착공해 1957년 완공됐다. 전쟁의 상흔이 채 가시지 않았던 시절 교인들이 힘을 모아 헌금하고 건물을 세웠다는 점에서 건축물 자체를 넘어 당시 지역공동체의 모습을 보여주는 흔적이기도 하다.

◆돌로 남은 1950년대 건축의 흔적

문경시 점촌동 도심 한가운데 자리한 점촌침례교회 예배당을 상공에서 바라본 모습. 주택과 상가가 밀집한 점촌 원도심 속에서 높게 솟은 첨탑과 석조 예배당이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오랜 세월 도시의 성장과 변화를 함께해 온 점촌의 대표적인 근대문화유산이다. 강남진 기자

점촌침례교회 예배당의 가치는 독특한 건축양식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건물은 로마네스크 양식을 바탕으로 고딕양식을 차용한 근대 교회건축물로 평가받는다. 석조 벽체와 목조 지붕 트러스가 결합돼 있고, 비대칭으로 솟아 있는 첨탑과 아치형 창, 장미창, 벽면을 지지하는 버트레스 등이 특징이다. 특히 돌로 마감된 외벽은 오늘날 콘크리트 건축물에서는 좀처럼 느끼기 어려운 묵직한 인상을 준다.

외관과 내부의 대비도 흥미롭다. 서양의 전통적인 교회건축을 연상시키는 외부와 달리 내부는 기둥을 최소화한 장방형 강당 구조를 갖췄다. 많은 신도가 한 공간에서 설교자를 바라볼 수 있도록 한 개신교 예배의 실용성이 반영된 것이다.

때문에 이 예배당은 서양 종교건축 양식이 한국에 들어와 지역의 현실과 만나 어떤 모습으로 변해갔는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평가된다. 특히 1950년대 한국 교회건축이 전통적인 서양식 형태에서 한국적인 실용성을 갖춘 공간으로 변화하던 과도기적 특징을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1999년 내부 수선으로 일부 모습이 달라졌지만, 건립 당시 외관과 지붕의 목조 트러스 구조 등은 비교적 잘 보존돼 있다.

◆종교시설 넘어 '점촌의 기억'

이 건물이 갖는 의미는 건축사에만 머물지 않는다.

1909년 시작된 교회의 역사를 따라가다 보면 일제강점기와 해방, 한국전쟁, 산업화로 이어지는 문경 근현대사의 한 단면을 만날 수 있다.

특히 점촌은 문경지역 석탄산업과 철도의 성장에 힘입어 근현대기에 급격하게 성장한 도시다. 사람들이 모이고 상권과 주거지가 형성되는 과정에서 교회와 학교, 시장 등 생활공간 역시 함께 자리를 잡았다.

점촌침례교회 역시 그런 도시의 변화를 묵묵히 지켜봤다.

예배당이 완공된 1957년 이후 수십 년 동안 수많은 지역민이 이곳을 오갔다. 누군가에게는 종교 공간이었고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매일 골목길에서 마주하던 익숙한 풍경이었다. 세월이 흐르며 주변 건물과 도로의 모습은 계속 변했지만 돌로 지어진 예배당은 같은 자리를 지켰다.

그래서 이곳의 문화유산적 가치를 특정 종교의 역사만으로 바라보기에는 부족하다. 건물 자체가 점촌이라는 도시의 성장과 주민들의 삶을 기억하는 하나의 '도시 기록물'이기 때문이다.

◆2022년 문경시 보호문화유산 제5호 지정

문경시는 이러한 역사·건축적 가치를 인정해 2022년 6월 점촌침례교회를 문경시 보호문화유산 제5호로 지정했다. 현재 소재지는 문경시 점촌2길 55이며,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예배당은 1957년 조성된 건축물이다.

특히 문경지역 기독교 전파 과정뿐만 아니라 근대기 종교건축의 변화상을 실제 건축물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존 가치가 인정됐다.

문경의 문화유산이라고 하면 흔히 문경새재와 조령관문, 봉암사와 대승사, 고모산성 같은 전통문화유산부터 떠올리기 쉽다.

그러나 문화유산의 시간은 조선이나 고려에서 멈추지 않는다.

우리 부모와 조부모 세대가 살아온 근현대의 공간도 시간이 흐르면 한 도시의 역사가 된다. 오래된 역과 탄광시설, 학교, 성당과 교회, 시장과 골목길 역시 지역의 성장 과정을 설명하는 소중한 기록이다.

점촌침례교회 예배당이 갖는 의미도 바로 여기에 있다.

◆오래된 건물을 넘어 살아 있는 문화유산으로

이제 과제는 '보존'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근대문화유산은 단순히 건물을 그대로 남겨두는 것만으로 그 가치가 시민들에게 전달되기 어렵다. 건물이 품고 있는 사람과 시대의 이야기를 발굴하고 이를 시민과 관광객에게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살아 있는 문화유산이 된다.

점촌침례교회 역시 1909년 첫 예배에서부터 일제강점기의 신사참배 거부, 1950년대 예배당 건립 과정, 이후 점촌 도심의 성장과 변화까지 정리하면 문경 근현대사를 보여주는 하나의 역사 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특히 옛 사진과 교회 기록, 당시 건축에 참여했던 교인들의 이야기, 오랜 기간 이곳을 기억하고 있는 주민들의 증언 등을 체계적으로 확보한다면 건축물 중심의 문화유산을 넘어 '사람의 이야기'를 품은 지역사 자료로 확장할 수 있다.

점촌의 골목 한편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돌교회.

문경시 점촌침례교회 예배당에서 신도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다. 1950년대 건립된 석조 예배당은 외관의 고딕풍 아치형 창과 함께 내부에도 스테인드글라스 등 옛 교회건축의 흔적을 간직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실제 예배공간으로 사용되는 살아 있는 근대문화유산이다. < 점촌침례교회 제공

1957년 세워진 돌벽에는 어느덧 70년 가까운 시간이 내려앉았다. 그러나 그 안에 담긴 역사는 건물보다 훨씬 길다. 1909년 작은 행랑채에서 시작된 첫 예배로부터 헤아리면 100년을 훌쩍 넘어선다.

도시는 끊임없이 새 건물을 짓고 오래된 것을 허문다. 그래서 과거의 모습을 간직한 공간은 시간이 지날수록 더욱 귀해진다.

점촌침례교회 예배당은 오늘도 점촌 도심 한복판에서 말없이 그 시간을 증언하고 있다.

'오래된 교회 한 채'가 아니라 문경 근현대사를 기억하는 '도시의 문화유산'으로 바라봐야 하는 이유다.

강남진기자 75kangnj@yeongna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