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수의 인터스텔라]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고? 정신차려! " 美과학자 팩폭 인터뷰

김지수 작가 2026. 8. 29.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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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이스X가 여러분을 달과 화성 궁극적으로 그 너머까지 데려다줄 수 있길 바랍니다." 지난 6월 12일,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상장하는 날 일론 머스크는 말했다.

과학적 엄밀성에 엉뚱발랄한 그림을 곁들인 최고의 우주 실용서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휴고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고, 최고 권위의 과학도서상인 '로열소사이어티 트레베리 과학서상'을 받았다.

-달이든 화성이든 당신들이 제시한 체크리스트를 조금만 살펴보면 과학에 문외한인 저도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는 건' 무모한 발상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우주는 통째로 인간을 해치려 드는 환경입니다. 별이 폭발하면 그 주변은 수많은 우주 탄환이 날아다니는 사격장이 됩니다. 극한 온도와 유독한 토양, 전하를 띤 날카로운 유릿가루가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기도 해요. 그나마 탄소, 산소, 물이 갖춰져 있는 화성의 지하 동굴에서 생존한다 해도 현재는 미소 중력으로 뼈는 약해지고 체액은 역류하며, 정자와 난자는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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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험해, 상상 이상으로
SF소설이 주식시장으로… 114조 태운 스페이스 X
지구 문제 우주에 간다고 해결되지 않아
우주 부동산, 입지는 달, 환경은 화성
국력 과시 외에 우주로 급발진할 이유 없어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의 저자 켈리 와이너스미스, 잭 와이너스미스 부부. 잭은 미국 최고의 과학 만화가, 켈리는 생명과학부 교수다.

“스페이스X가 여러분을 달과 화성 궁극적으로 그 너머까지 데려다줄 수 있길 바랍니다.” 지난 6월 12일, 스페이스X가 나스닥에 상장하는 날 일론 머스크는 말했다. 2002년 이 회사를 세울 때부터 그는 인류를 다른 행성에 보내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스페이스X는 미국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기업공개(IPO)로 857억 달러를 조달했다.

나는 늘 궁금했다. 한편에선 AI 자동화로 인간의 노동과 정체성이 흔들리고, 한편에선 데이터센터가 압도적인 물과 전기를 먹으며 인간의 서식지를 침범해 오는 와중에, 우리는 근미래에 어떤 계산서를 받아볼 것인가? 빅테크와 반도체 기업들이 투자와 실적을 장담해도, 변동성과 유동성이 극한의 롤러코스터를 타는 것으로 우리는 미래의 불확실성에 몸을 떨고 있다.

그렇게 어떤 문명이 어떤 시장에 정착할지 예측도 검증도 불가한 안개 속에서 ‘근미래에 화성에 인구 100만 도시를 세우겠다’는 머스크의 무모한 꿈에 투자자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었던 것은 무슨 까닭일까? 우주라고 쓰고 나면 ‘꿈’과 ‘먹튀’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측량할 수 없는 아량이 백지 수표로 환전되는 까닭은?

빅테크 기업들이 주인 없는 컴퓨터 속 가상 공간을 먼저 치고 나가 빈 땅에 깃발을 꽂고 영토를 차지하자, 전기차로 영역을 넓혀가던 이 기업가는 우주선과 위성을 만들어 저궤도와 달, 화성, 소행성을 선점하는 21세기 알렉산더가 되려 한다. 그렇다면 따져보자. 우주 공간은 그가 선전하는 대로 정말 살만한 곳인가?

철학과 예술의 정신적 지주로서 우리가 흠모했던 곳. ‘별이 빛나는’ 밤하늘이 아닌 벽과 지붕이 있는 ‘실거주지’, 생육하고 번성하는 몸의 ‘번식처’로서 천공의 우주는 합당한가? 팩트 체크를 위해 이 우주 부동산을 ‘임장’해 보는 것이 마땅하지 않은가? 이미 114조 원이나 계약금을 태운 마당에.

미국의 우주 덕후인 잭&켈리 와이너스미스 부부 연구가 4년간 우주 생태학, 법학, 심리학, 정치 외교까지 척후 활동을 벌인 후 쓴 보고서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이 ‘우주 부동산 임장’을 위한 가장 믿을만한 안내서다. 그들은 단언한다.

“우주가 지구보다 더 나은 선택지가 되려면, 재난 하나만으로는 턱없이 부족하다. 기후변화와 핵전쟁에, 좀비와 늑대인간까지 덮친 지구라 하더라도 여전히 화성보다는 훨씬 살기 좋은 곳이다.”

어디서 어떤 집을 짓고 살 수 있는지, 누가 땅을 소유할 것이며 분쟁이 생기면 어떤 법으로 해결할 것인지, 공기와 물과 식량은 확보할 수 있는지, 낮은 중력과 방사선에서 임신과 출산, 수술은 가능한지… 이 부부 연구가의 이야기를 신중하게 들어보자.

▲영화 ‘마션’의 한 장면.

잭 와이너스미스는 7천만 명의 괴짜들을 사로잡은 미국 최고의 과학 만화가이며, 아내인 켈리 와이너 스미스는 텍사스 라이스대학교의 생명과학부 교수다. 과학적 엄밀성에 엉뚱발랄한 그림을 곁들인 최고의 우주 실용서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은 휴고상 논픽션 부문을 수상했고, 최고 권위의 과학도서상인 ‘로열소사이어티 트레베리 과학서상’을 받았다.

-지구가 살기 험해 화성으로 가겠다는 건 ‘지저분한 방을 피해 폐기물 매립지로 이사해 살겠다는 것과 같다’고 주장하셨지요? -60도, 공기 없음, 독성 먼지 폭풍… 이렇게 험한 화성을 저도 살만한 곳으로 오해한 건 영화 ‘마션’을 보고 나서였어요.

“영화 ‘마션’이 화성 거주의 난이도를 다소 과소평가한 면은 물론 있지요. 예를 들어 화성 표면의 흙에는 독성 화학 물질(과염소산염)이 포함되어 있어서, 맷 데이먼이 키워 먹은 감자는 실제로는 독성이 강해 먹을 수 없어요.

하지만 주인공이 영화 내내 엄청난 고생을 하는 걸 보면 화성을 딱히 살기 좋은 곳으로 묘사했다고 보기도 어렵죠. SF작가들은 우주라는 가혹한 환경을 빌려 문화와 사회에 관한 질문을 던져왔어요. 킴 스탠리 로빈슨의 ‘화성 3부작’이나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가 그렇듯이요.

문제는 일론 머스크 같은 영향력 있는 빅테크 기업인의 발언에 있어요. 머스크는 향후 2~30년 안에 화성 표면에 100만 명이 자급자족하는 정착지를 만들 수 있다고 반복적으로 주장했습니다. 저희에게는 이 말이 SF 소설 수준의 명백한 허구로 들리지만, 세계 최고 부자가 10년 안에 화성으로 사람들을 실어 나르겠다며 로켓에 천문학적인 돈을 쏟아붓고 있으니, 대중이 믿는 것도 무리는 아니죠.”

-아시다시피 스페이스X는 상장 초기 주식 시장에서 114조 원의 자금을 빨아들인 블랙홀이었어요. 사람들은 진심으로 ‘화성 이주 프로젝트’가 가능하다고 생각하는 걸까요?

“글쎄요. 그렇게 된 데에는 스페이스X가 대중이 ‘불가능’하다고 여겼던 일을 실제로 증명해 낸 적이 있기 때문일 거예요. 저렴한 재사용 로켓이라는 개념은 1950년대부터 존재했지만, 과거 우주왕복선은 비용이 너무 많이 들고 위험했었죠. 그런데 스페이스X의 팰컨 9은 성공을 거두었을 뿐만 아니라, 현재 그 어떤 국가나 기업도 지난 10년간 이들이 보여준 성과를 감히 따라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스페이스X의 미래 가치는 여러 미래지향적인 아이디어들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저희는 우주 기반 데이터 센터 같은 몇몇 구상에는 상당히 회의적입니다. 여하튼 스페이스X가 과거에 불가능을 한 번 깨뜨린 적이 있다 보니 투자자들은 다시 한번 기적이 일어나기를 기대하는 것 같아요.”

▲스페이스X 펠컨 9의 하단 추진체.

-달이든 화성이든 당신들이 제시한 체크리스트를 조금만 살펴보면 과학에 문외한인 저도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는 건’ 무모한 발상이라는 걸 단번에 알 수 있었어요. 그런데 왜 똑똑하고 영향력 있는 전문가들은 입을 닫고 있지요? 파티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아서?

“속마음을 저희가 어떻게 다 알겠습니까? 다만 우주 열광론자들은 대체로 몇 가지 지점에서 저희와 생각이 다르더군요. 첫째, 낙관주의의 함정입니다. 엔지니어들은 대개 어떤 일이 ‘어려울 것’이라고 하면 흥분하지만, ‘불가능할 것 같다’고 하면 짜증을 냅니다. 좋은 자질이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항상 옳은 것은 아니지요.

두 번째 자원에 대한 환상입니다. 우주로 가면 엄청난 부를 거머쥘 수 있으며, 반대 의견을 내는 사람은 인류의 발전을 가로막는 방해꾼이라고 믿는 부류지요. 하지만 저희가 보기엔 달이나 화성에 막대한 부가 잠겨 있지는 않습니다. 우주의 ‘부동산’과 넘치는 자원이 지구의 전쟁을 막아줄 거라는 주장에는 전쟁 전문가들도 동의하지 않고 있고요.

세 번째 지구 탈출론. 인류 문명이 쇠퇴하고 있으며, 우주 정착지라는 새로운 개척지가 인류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줄 것이라 믿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지구에서 겪고 있는 어떤 문제도 우주가 나간다고 해결되지 않습니다.”

-베저스의 블루 오리진은 사람을 태우고 정기적으로 고도 100km까지 올라가고, 스페이스X도 관광객을 달 궤도로 보내는 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우주 덕후이자 우주 회의주의자인 당신들이 보기에, 제프 베저스나 일론 머스크 같은 민간 기업의 경영자들이 공유지인 우주에 뛰어들어 가격 경쟁을 벌이며 위성을 장악하는 데는 문제가 없나요?

“관광과 위성 영역만 놓고 본다면, 사실 그들은 제재를 꽤 잘 받는 편이랍니다. 가끔 우주 카우보이처럼 호기로운 말을 뱉긴 해도, 결국 국제법을 준수하고 정부 기관에 발사 승인을 요청하며 나름의 규율을 따르고 있으니까요.

물론 머스크가 스타링크 접근권을 통제함으로써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개인적으로 개입했던 사건은 우려스러운 대목입니다만, 이것이 국제법을 명백히 위반한 것은 아닙니다. 만약 머스크가 지구 법의 구속을 받지 않는 국가를 화성에 세우겠다고 나선다면, 그때부터는 상황이 정말 심각해지겠지요.”

▲스페이스X의 무인화물 우주선.

-혹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은 보셨습니까? 멍청하고 탐욕스러운 독재자와 우주 빈민 노동자들을 보며 착잡하더군요.

“아쉽게도 아직 그 영화는 보지 못했네요. 다만 모두가 생명 유지 장치라는 기술에 절대적으로 의존해야 하는 환경인 건 분명해요. 그건 공기, 물, 식량에 대한 접근권을 쥔 소수(민간 기업)가 막강한 권력을 쥐게 된다는 뜻입니다.

반대로 생각하면, 사람을 화성에 보내는 비용이 상상을 초월하는 만큼 그곳에 도착한 인력 한 명 한 명의 가치는 엄청나게 귀해질 수밖에 없어요. 그렇다면 그들이 권력자를 상대로 상당한 협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충분히 가능하지 않을까요.”

-‘인간이 달에 살게 된다면 개미, 지렁이, 두더지처럼 지하에 살아야 한다’던 전 NASA 비행 의학 책임자인 제임스 로건 박사의 말을 인용하셨더군요. 근사한 거주지나 좋은 뷰는 꿈도 꿀 수 없다는 건가요?

“지구에는 두꺼운 대기와 행성 전체를 감싸는 강력한 자기장이 있습니다. 이 둘이 함께 작용하면서 대부분의 우주 방사선이 지표면에 도달하지 못하도록 막아주죠. 하지만 달과 화성에는 이런 보호막이 없고, 유리는 방사선을 차단하는 데 좋은 재료도 아닙니다. 우주 정착지를 그린 삽화에서 흔히 보는 아름다운 유리 돔 안에서 살게 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우리가 접한 달과 화성의 가까운 미래 정착에 관한 진지한 제안들은 모두 거주지를 흙으로 된 두꺼운 층 아래에 묻거나, 용암 동굴 안에 숨기거나, 화성의 동굴에 배치하는 식이었어요. 심지어 일부 우주 건축가들조차 이런 유리 돔 이미지가 계속 퍼지는 데 답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그런 건축물은 거주민과 정원을 강렬한 태양 빛에 그대로 노출해 구워버릴 뿐 아니라, 동시에 우주 방사선에도 그대로 노출시킬 뿐이라고요.”

-우주가 그렇게 험한가요?

“우주는 통째로 인간을 해치려 드는 환경입니다. 별이 폭발하면 그 주변은 수많은 우주 탄환이 날아다니는 사격장이 됩니다. 극한 온도와 유독한 토양, 전하를 띤 날카로운 유릿가루가 지평선 끝까지 이어져 있기도 해요. 그나마 탄소, 산소, 물이 갖춰져 있는 화성의 지하 동굴에서 생존한다 해도 현재는 미소 중력으로 뼈는 약해지고 체액은 역류하며, 정자와 난자는 방사선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상황을 피할 수 없어요.”

▲영화 ‘인터스텔라’의 한 장면.

-그럼에도 리얼리티쇼에서 화성 정착민을 선발하겠다고 했을 때, 편도 티켓임에도 수천 명의 지원자가 가족을 두고 떠나겠다고 몰려들었다는 게 놀랍네요. 자원 채굴로 벼락부자가 될 가능성도 점검해 보셨죠?

“네, 일단 달에서 직접 채굴하고 정제한 뒤 지구로 실어와도 이윤이 남을만한 광물은 없습니다. 우주 물류비용이 아무리 낮아지더라도 ‘고가, 저중량, 채굴 난이도 낮음’이라는 3가지 조건을 동시에 충족할만한 자원이 없어요. 흔히 얘기하는 헬륨-3는 굳이 달에 가지 않아도 생산할 수 있습니다.

소행성의 원자재를 채굴하는 일도 현재는 경제성이 없어요. 다만 먼 미래에 우주에 정착지를 세운다면 소행성의 원자재를 건설 자재로 쓸 수는 있겠지요.”

-부동산 가치도 따져봅시다. 사막보다 뜨겁고 남극보다 추우며 돈 될 만한 광물도 없는 달이 화성을 제치고 우주 상급지가 된 건 어떤 매력 때문이지요?

“일단 입지가 좋습니다. 교통이 좋아요. 지구에서 가깝잖아요. 편도로 약 3일이면 갈 수 있고, 거의 아무 때나 출발할 수 있습니다. 반면 화성까지는 약 6~9개월이 걸리고, 그마저도 2년에 한 번씩만 출발 기회가 옵니다. 이건 몇 가지 실질적인 차이로 이어집니다. 달에서는 지구에 있는 엔지니어(그리고 가족)와 거의 실시간으로 대화를 나눌 수 있지만, 화성과 지구 사이의 대화는 편도로만 최소 3분이 지연됩니다.

또 달로 가는 도중이나 달에 도착한 뒤 뭔가 잘못되더라도, 탈출해서 지구로 돌아올 가능성이 어느 정도 있습니다. 아폴로 13호의 우주비행사들이 몸소 겪었던 것처럼요. 반면 화성에서 문제가 생기면 빠르게 돌아올 방법이 없습니다. 달은 또 중력이 낮고 대기가 거의 없습니다. 인간의 건강 측면에서는 좋지 않은 조건이지만, 로켓을 발사하는 것은 훨씬 쉽게 만들어 줍니다. 그러니 언젠가 달에서 직접 제조 활동을 할 수 있게 된다면, 발사 비용이 지구보다 더 저렴해질 수도 있어요.

다만 만약 화성이 달만큼 가기 쉬운 곳이었다면, 저희는 언제든 화성을 택했을 겁니다. 화성에는 인간이 생존하는 데 필요한 기본적인 자원들이 훨씬 더 풍부하니까요. 예를 들어 화성에는 달보다 물이 훨씬 많습니다. 반면 달은 지구상 모든 생명체를 이루는 기본 원소인 탄소가 극도로 부족합니다.”

▲우주 상급지 달.

-고백하자면 개인적으로 몸을 지닌 생명체로서 우주에서의 ‘인간은 길이가 2m 정도 되는 액체 기둥’이라는 설명에서 가장 ‘현타’가 오더군요. 무중력 험지에서 먹고 싸고 임신하고 양육한다는 게 어떤 상황인지… 혈액이 뇌까지 공급이 안 될 수도 있고, 장기들이 몸속에서 둥둥 떠다닐지도 모른다니, 헉!

“출혈이나 호흡 곤란 시에 시도하는 외상 의학은 우주에서 한 번도 시행된 적이 없어요. 실제 외상 환자를 대상으로 한 수술 역시 마찬가지죠. 무중력 상태에서는 장기와 창자가 위로 둥둥 떠서 수술이 극도로 복잡해집니다.

게다가 지구에서는 피가 아래로 흐르지만, 우주에서는 상처 부위에 피가 돔 형태로 맺히거나 작은 구체를 형성해 허공을 떠다니게 되죠. 그나마 화성에 도착하면 화성의 중력이 지구의 40% 수준은 되기 때문에 상황이 조금은 나아질 수 있겠습니다.”

-생활적인 문제를 이야기해 보지요. 어쨌든 우주에 정착한다고 가정하면 자급자족은 가능할까요? 식량과 물, 화장실 상태는 어떻습니까?

“화성에는 물이 풍부하고 식량을 재배하는 것도 가능은 합니다만, 매우 어렵습니다. 화성 표면을 뒤덮은 거친 흙 속에 들어 있는 과염소산염 때문이죠. 과염소산염은 우리 몸의 갑상샘 호르몬 작용을 교란하는 독성 화학물질입니다. 그럼에도 우주에서는 맛을 잘 느끼지 못하기 때문에 자극적인 음식을 탐하게 됩니다.

화장실도 난제예요. 우주비행사들은 배설물 흡입 시스템이 고장 나 실내에 떠다니는 똥조각을 ‘갈색 송어’라고 불렀어요. 정착지에서는 배설물을 재활용하는 시스템을 개발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진정한 자급자족을 위해서는 마이크로칩이나 산업 장비 같은 것들도 현지에서 직접 생산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알다시피 최첨단 컴퓨터 칩을 만드는 일은 단일 국가가 혼자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가장 앞선 칩들은 미국, 한국, 네덜란드, 대만의 엔지니어들이 얽혀 있는 세계 경제 시스템을 통해서만 만들어집니다. 이런 걸 화성에서 만드는 건 기술적으로 어려울 뿐 아니라, 경제적으로도 사실상 비현실적입니다.”

-지구 최대 규모 밀폐 온실 실험이었던 ‘바이오스피어2’의 실험 결과는 어떠했지요?

“바이오스피어 2(Biosphere 2)는 1990년대 초 애리조나에서 진행된 실험으로, 8명을 거대한 밀폐 온실 안에 넣고 직접 식량을 재배하고, 물을 정화하고, 공기를 생산하며 2년간 생존할 수 있는지를 시험한 프로젝트였습니다. 짧게 요약하면 이들은 생존은 했지만 서로를 몹시 싫어하는 두 그룹(각 4명씩)으로 갈라졌고, 식량을 충분히 재배하지 못해 체중이 10~18%나 줄었습니다.”

-한편 책을 읽으면서 우주 분쟁이 지상전으로 현실화할지도 모른다는 걱정도 들었습니다. 우주에서 영토 분쟁이 일어났을 때 해결할 법도 합의되지 않았다면서요?

“저희도 알아보고 정말 놀랐던 부분입니다. 실상은 1960년대 말과 70년대 초에 수많은 국제 우주법이 제정된 이후, 지난 수십 년 동안 거의 변화가 없었더라고요. 핵심 조약인 ‘외우주조약(Outer Space Treaty)’은 우주에서의 주권 주장을 금지합니다. 누구도 달에 착륙해서 “이 땅은 내 땅이다”라고 선언할 수 없다는 뜻이지요.

하지만 자원 채굴에 대해서는 모호함이 가득합니다. 최근 국제적인 해석은 “땅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는 없어도 자원을 채굴하고 판매하는 것은 가능하다” 쪽으로 기울고 있거든요. 또한 NASA의 아르테미스 협정에 따르면, 자국의 활동 반경 주변에 ‘안전 구역’을 설정하고 타인의 진입을 제한할 수 있게 되어 있습니다. 로켓 착륙 시 파편이 튀어 생명 유지 장치를 타격할 수 있으니 안전상 필요한 조치이긴 합니다.

문제는 이것이 결국 누군가 명당을 선점해 자원을 독점 채굴하면서 타인의 접근을 막는 통로가 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먼저 차지하는 사람이 임자(first-come, first-served)’인 이런 구조는, 좋은 입지를 차지하기 위해 우주에서 부동산 전쟁이 벌어질 경우, 지구상의 지정학적 긴장을 높이게 되겠죠.

이런 ‘선착순’ 시나리오대로라면 우주 접근 비용이 획기적으로 낮아지는 순간, 국가들의 본심과 갈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지 않을까 싶습니다. 참여국들 가운데 상당수가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지요.”

▲모레벌레의 파괴력을 표현한 영화 ‘듄’의 한 장면.

-우주 식민지 혹은 정착지 문제에서 미국과 중국은 지금 어떤 스탠스를 취하고 있나요? 그 틈을 노리는 새로운 강자는 누굽니까?

“시간이 충분히 흐른다면 아마 다음 거물급 플레이어는 인도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역사적으로 국가들이 인간을 우주로 보낸 이유는 과학 때문이 아니라, 자신들이 거대한 경제력과 막강한 군사력을 지닌 ‘초강대국’임을 전 세계에 선포하기 위함이었어요. 사람을 궤도에 올릴 수 있는 나라란 자본과 조직력, 그리고 거대한 미사일을 정밀하게 타격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춘 나라를 뜻하니까요.

탈식민지화로 수많은 신생 국가들이 생겨나면서, 이들이 냉전 진영중 어느 쪽에 설지를 저울질하던 60년대는 미국과 소련의 우주 경쟁이 치열했지만, 지금은 단기적으로는 ‘미국 대 중국’의 구도가 될 것입니다. 그 뒤를 인도가 빠르게 추격하는 모양새죠. 다만 저희는 이런 경쟁 구도가 일어나지 않기를 바랍니다. 인간을 우주로 보내는 것은 과학이자 정치적인 활동인 만큼, 지구상의 모든 국가가 가능한 한 협력하길 바랍니다.”

-기존의 우주 조약과 법 조항들은 잘 지켜지고 있습니까?

“지금까지 법이 잘 지켜져 온 것은 맞습니다만, 그것이 국가들이 법을 진심으로 존중해서인지 아니면 지금까지는 법을 위반하면서 얻을 수 있는 이득이 없어서였는지는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문제입니다.”

-2020년에 체결된 아르테미스 협정에선 좀 나아졌나요?

“대한민국을 포함해 많은 국가가 서명했으니 그 조항들이 유용하다는 공감대는 형성된 것 같습니다. 이 협정은 “우주 자원을 채굴하고 판매하는 것은 용인될 수 있다”는 미국의 관점을 국제적으로 공식화하려는 시도였어요. 모호함을 제거했다는 점은 긍정적입니다만, 우려되는 대목은 여전합니다.

협정에 명시된 ‘안전 구역(Safety Zones)’이 ‘준 영토적 권리 주장’처럼 기능할 수 있어 지정학적으로 기묘한 모순을 낳게 됩니다.”

▲그런대로 균형과 질서가 유지되고 있는 지구 공유지 남극.

-비슷한 공유지인 남극과 심해에서 합의된 규칙이 우주 분쟁을 막을 성공적인 모델이 될 수 있을까요?

“어느 정도는 그렇다고 볼 수 있습니다. 특히 심해 모델은 우주에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남극과 달리 심해법은 자원 개발을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우주와 달리 심해 채굴이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에 대한 규칙이 비교적 명확히 정립되어 있거든요.”

-우주에서 지구를 바라보면 인간이 현명해질 거라는 조망효과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세요?

“환상입니다. ‘조망 효과’는 심리학적 기대치일 뿐. 단지 좋은 풍경을 본다고 해서 인류가 갑자기 더 나은 존재로 진화할 리 만무하지요. 실제로 우주에 다녀온 많은 우주비행사가 이후 도덕적으로 나쁜 행동을 하거나 온갖 개인적 문제를 겪었어요. 그들은 결점을 지닌 인간의 몸으로 우주에 갔고, 돌아올 때도 똑같은 인간이었을 뿐입니다.

▲무중력의 재난 상황을 리얼하게 그린 영화 ‘그래비티’의 한 장면.

-책 말미에 있는 러시아 우주비행사들의 노래 ‘우리 집 앞의 풀’의 후렴구가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는 이 얼음빛 푸른 우주를 꿈꾸지도 않아, 우리가 꿈꾸는 건 우리 집 앞의 풀, 풀, 초록, 초록의 풀’... 설령 지구를 떠나 새로운 문명을 세운다 해도, 우리가 할 일은 우리가 알던 지구를 만드는 일이라는 사실… 우주비행사들은 그걸 알았던 걸까요?

“확실히 알고 있었던 이들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우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활동 중 하나가 바로 지구 사진을 찍는 일이니까요. 우주비행사들은 언제나 고향의 냄새를 풍기는 양파, 오렌지 같은 신선한 음식을 갈망했고 고향 음식을 챙겨갔습니다. 한국의 이소연 우주비행사가 김치를 가져간 것처럼 말이죠.

국제우주정거장(ISS)의 승무원들이 주말 동안 각자의 노트북으로 빗소리를 틀어놓기로 합의했던 일화도 참 인상적이지 않나요? 만약 언젠가 우리가 우주에서 농사를 짓게 된다면, 식물과 동물을 돌보는 일이 우주에서 가장 사랑받는 직업이 되지 않을까 조심스레 짐작해 봅니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SF 명작 ‘그래비티’.

-어떤 SF 영화나 감독을 보며 영감과 위로를 얻으시나요?

“책을 쓰는 동안에는 생각이 오염될까 봐 SF 작품을 일부러 철저히 멀리했었답니다. 그럼에도 평소 취향을 말씀드리면 우리 둘 다 소련 출신의 전설적인 SF 소설가 스트루가츠키 형제를 정말 좋아합니다.”

▲건방지면서도 치밀하게 우주 정착의 현실을 보여주는 책 ‘화성에 도시를 세운다면’. 우주 화장실부터 법체계까지, 이 한 권이면 충분하다.

-작고한 제인 구달 박사는 마지막 인터뷰에서 일론 머스크의 우주선에 “머스크, 트럼프, 푸틴, 시진핑, 네타냐후”를 태워 보내버리고 싶다고 했습니다. 그들이 최초의 화성 시민이 된다면 어떨까요?

“공인들의 불행을 공개적으로 바라지는 않습니다만, 만약 그 인물들이 별들 사이에 인류의 두 번째 고향을 건설하는 리더가 된다면 인류의 미래가 심각하게 우려되긴 할 것 같습니다.”

-앞으로 우주 산업은 어떻게 전개될까요? 더불어 마지막으로 이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뼈 때리는 성찰도 부탁드립니다.

“단기간 내에 인류가 우주로 거주지를 확장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가장 큰 이유는 결국 ‘돈이 되지 않기 때문’이지요. 위성 사업은 세계 경제에 막대한 가치를 창출하지만, 달로 여행을 가는 것은 그렇지 못하니까요. 현재로서는 SF 영화 속 일들을 굳이 실현해야 할 합당한 경제적 이유가 전혀 없는 셈입니다.

다른 행성에 도시를 세우는 일은, 투자 대비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순수한 탐험 목적으로 엄청난 비용을 기꺼이 지불할 수 있을 만큼 인류 문명이 고도로 발달한 먼 미래에나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만약 우주 환경이 인간의 신체, 특히 임산부와 아동에게 안전한가에 대한 답을 찾기도 전에 우주 진출을 서두른다면 우리는 끔찍한 윤리적 재앙을 맞이하게 될 것입니다.

지정학적 체면치레 외에는 우주로 돌진할 하등의 이유가 없으니, 우주보다는 지구 공동체에 훨씬 더 생산적이고 유익한 방식으로 서로에게 감동을 주는 인류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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