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10년 공들인 ‘일대일로’ 핵심 관문, 수초 만에 붕괴… 히말라야 경제 회랑 재건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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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무너진 관문을 대신해 중국이 10년 넘게 키워 온 지룽 통상구(吉隆口岸)가 26일 홍수와 산사태에 매몰됐다.
올해 6월 23일까지 이 통상구를 거쳐 중국과 네팔을 오간 출입국 건수는 10만건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5% 늘었다.
그때까지 중국 장무 통상구와 네팔 타토파니를 잇는 통로는 네팔의 대중국 수출 69%를 처리했다. 중국정부는 장무 통상구 대신 네팔 라수와에서 지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넓히고, 국경검사시설과 물류센터를 새로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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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히말라야 육상 물류망 치명타
인도 견제할 中 거점 붕괴
남아시아 지정학적 파장 예고
2015년 네팔 대지진으로 무너진 관문을 대신해 중국이 10년 넘게 키워 온 지룽 통상구(吉隆口岸)가 26일 홍수와 산사태에 매몰됐다. 중국과 네팔을 잇는 유일한 육상 관문이자, 네팔이 중국에서 들여오는 물량을 가장 많이 처리하던 핵심 거점이다. 중국이 이 통로를 종착지 삼아 밀어 온 4조원대 히말라야 횡단 철도와 일대일로 사업까지 한꺼번에 발이 묶였다.
27일(현지시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통상구가 자리한 중국 티베트자치구 지룽현은 이번 홍수와 산사태로 건물이 통째로 묻히고 진흙이 평균 1.5m 쌓였다. 현재 지룽현 일대 주요 도로 대부분이 끊겼고 통신과 전력도 두절됐다. 중국 당국은 27일 이 일대 사망자가 3명이고, 558명은 실종 상태라고 집계했다.

리창 중국 총리는 27일 군과 무장경찰 500명을 직접 이끌고 현장에 도착해 구조를 지휘하고 있지만, 28일 현재 구조작업은 일시 중단됐다. 중국 관영 CCTV는 28일 오후 2시 기준 지룽 재해 현장 상류 10km 지점 언색호(堰塞湖·자연댐 호수)가 다시 넘치기 시작해 구조대가 지룽진 라오장촌(老江村) 입구에서 작업을 멈췄다고 전했다. 수색활동을 일시 중단하면서 실종자 집계와 갱신도 지연되고 있다.
중국 재정부와 응급관리부는 지룽 현장에 구호비 1억2000만 위안(약 247억원)을, 국가발전개혁위원회는 지룽 복구에 예산 1억 위안(약 206억원)을 각각 배정했다. 그러나 중국 국가이민관리국이 28일 0시를 기해 인근 지역 통행증 발급을 중단할 만큼 정상적인 작업이 어려워 복구에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주요 매체들은 전했다.
지룽 통상구에서 강 하나만 건너면 이번 재해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네팔 라수와가디가 나온다. 두 도시는 네팔어로 우정을 뜻하는 미테리 다리로 이어져 있었다. 무너지기 두 달 전까지 물동량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였다. 올해 6월 23일까지 이 통상구를 거쳐 중국과 네팔을 오간 출입국 건수는 10만건을 넘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2.85% 늘었다.
중국은 11년 전 지진으로 주력 관문을 이미 한 번 잃었다. 2015년 네팔 카트만두 일대를 덮친 대지진은 국경 반대편 장무(樟木) 통상구 시설을 무너뜨렸다. 그때까지 중국 장무 통상구와 네팔 타토파니를 잇는 통로는 네팔의 대중국 수출 69%를 처리했다. 장무 통상구는 4년 동안 재건을 거쳐 2019년 다시 교역 문을 열었지만, 예전 물동량을 되찾지 못했다. 중국정부는 장무 통상구 대신 네팔 라수와에서 지룽으로 이어지는 도로를 넓히고, 국경검사시설과 물류센터를 새로 지었다. 네팔을 상대하는 통상 관문 역할도 장무 대신 지룽이 차지했다. 하지만 이번 재해로 지난 10년에 걸쳐 올라간 미테리 다리와 두 나라 국경검문·세관 통로 역할을 하던 국경시설들이 모두 쓸려 내려갔다.

중국 경제에서 이 교역로가 차지하는 절대 규모는 중국 정부가 들이는 공에 비해 지극히 미미하다. 네팔 중앙은행 집계에 따르면 2025~2026 회계연도 기준 네팔 전체 교역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6.8%에 그쳤다. 인도는 중국보다 4배 가까이 많은 61.7%를 차지했다. 같은 기간 네팔이 중국에 판 물건 매출도 직전해보다 65.2% 줄었다. 그럼에도 네팔 정부가 승인한 외국인직접투자(FDI)에서 중국은 48%를 차지해 인도(17.9%)보다 약 세 배 더 많은 돈을 썼다. 중국이 네팔과 물건을 사고파는 대신 도로와 발전소, 송전선을 까는 식으로 교류를 늘렸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네팔은 2015년 인도와 헌법 문제로 크게 부딪친 뒤, 중국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당시 네팔이 인도 의견을 빼고 새 헌법을 공포하자 인도는 국경 무역을 다섯 달 가까이 전면 통제했다. 네팔은 바다가 없어 물자 대부분을 인도 항구로 들여온다. 수입에 의존하는 연료와 의약품이 끊기면서 네팔 사회는 반년 가까이 혼란을 겪었다. 이 일을 겪은 네팔은 이듬해 4월 중국과 무역·운송협정을 맺고, 2018년 6월에는 시진핑 국가주석과 카드가 프라사드 올리 네팔 총리가 ‘트랜스 히말라야 다차원 연결망(Trans-Himalayan Multi-dimensional Connectivity Network)’ 구축에 합의했다.
보통 히말라야 경제 회랑(Trans-Himalayan Economic Corridor)이라 부르는 이 구상은 두 나라 국경 도로와 철도, 항공, 송전선, 통신망까지 하나로 묶는 사업이다. 네팔은 2019년 톈진과 선전 등 중국 항구 네 곳과 란저우·라싸 등 내륙항 세 곳을 쓸 권리까지 받아냈다. 중국은 항구가 없는 네팔에 인도를 대신할 출구를 열어주고, 그 대신 히말라야를 넘어 남아시아로 들어가는 길을 얻는 구조다.
중국은 2000년부터 2017년까지 네팔에 투자와 무상원조, 차관을 합쳐 45억달러(약 6조2300억원)를 약속했다. 2015년 카트만두 대지진 뒤에는 복구 자금 4억8300만달러(약 6690억원)를 따로 내놨다. 간판 사업으로 꼽히던 포카라 국제공항에는 중국수출입은행 차관 2억1600만달러(약 2990억원)가 들어갔다.

지룽과 카트만두를 잇는 히말라야 횡단 철도는 이 연결망의 핵심이다. 카트만두와 누와콧, 라수와 세 개 군을 잇는 네팔 구간은 72.25㎞로 서울에서 평택까지 거리와 비슷하지만, 이 가운데 98.5%를 다리와 터널로 이어야 한다. 사전 타당성 조사에 따르면 네팔 구간 건설비는 최소 27억5000만달러(약 3조8100억원)로 추정됐다. 네팔 현지 매체 카트만두포스트는 지난 5월 네팔과 중국이 2024년 12월 4일 일대일로 기본협정에 서명하며 10개 사업을 골랐지만, 이 가운데 대부분이 1년 반이 지나도록 사전 타당성 조사조차 시작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이번 홍수로 히말라야 횡단 철도를 포함해 합의문에 이름을 올린 사업들은 착공은 커녕 사전 타당성 조사도 하기 전에 현장이 사라졌다. 중국이 같은 지룽 통상구에 무너진 국경시설을 다시 세울지 여부조차 분명하지 않다. 이번 재해 이전에도 네팔 측 렌데콜라 지역은 상습적인 홍수에 시달렸다. 로이터는 지난해 7월 8일에도 같은 식으로 토사물이 밀려 내려와 미테리 다리가 통째로 떠내려 갔고, 이 때문에 국경이 6개월 가까이 닫혔다고 전했다.
중국은 임시 조립식 다리를 놓는 식으로 지난해 12월 29일 통로를 급하게 다시 열었다. 하지만 이번 재해로 교역로 복구 노력은 8개월 만에 수포로 돌아갔다. 국경 네팔 쪽에서 배후 물류기지 노릇을 할 티무레 드라이포트는 80%가량 지어진 상태에서 지난해 홍수로 창고와 옹벽을 잃은 뒤 1년 넘게 공사가 멈춰 있다. 카트만두포스트는 “중국 시공사 현장 책임자가 부지 자체를 부적합하다고 보고, 시설 이전을 제안했지만 네팔이 대체 부지를 내놓지 못했다”고 했다.
야코프 슈타이너 오스트리아 그라츠대 지구과학자는 27일 AP에 “히말라야 일부 지역은 이제 사람이 살기에 너무 위험하다(too risky to live in)”며 “히말라야 전역에 걸친 수천 개 빙하와 급경사, 계곡을 일일이 감시하기는 대단히 어렵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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