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승 변호사의 조세소송 산책] 비거주자 상속인의 상속세 납부한도와 조세채무 승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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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수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기로 결심했다.
영수가 서울 아파트를 매도한 뒤 납부하지 않은 양도소득세 3억 원과 영수가 생전에 친척들에게 증여한 현금 10억 원을 상속재산에 가산해 계산한 상속세 약 2억 원을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원고들 상증세법은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부과하는데, 상속세를 납부할 책임을 정할 때에는 미국 주택까지 포함해 31억 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결국 상속세 과세표준은 9억 원(=한국 예금 1억 원 + 현금 10억 원 - 기초공제 2억 원)이 되어 영수의 상속인들은 약 2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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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 체납 국세는 상속인이 승계
납부한도에 해외 상속재산도 포함 가능

영수는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가기로 결심했다. 서울 아파트를 매도해 이민 자금을 마련했고, 오랫동안 자신의 사업을 도운 친척들에게 현금 10억 원을 나누어 증여했다. 이후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해 영주권을 취득했지만, 3년 뒤 사망했다. 사망 당시 영수에게는 미국 주택(30억 원)과 한국 예금(1억 원)이 있었다. 상속인인 아내와 아들은 한국 예금을 알지 못해 미국 주택만 3:2 비율로 상속받았다.
그런데 얼마 뒤 아내와 아들은 한국 세무서로부터 뜻밖의 납세고지서를 받았다. 영수가 서울 아파트를 매도한 뒤 납부하지 않은 양도소득세 3억 원과 영수가 생전에 친척들에게 증여한 현금 10억 원을 상속재산에 가산해 계산한 상속세 약 2억 원을 납부하라는 것이었다. 아내와 아들은 한국에서 상속받은 재산 1억 원을 넘는 세금을 납부할 수 없다며 전심절차를 거쳐 소송을 제기했다.
판사 원고들(아내와 아들)과 피고(세무서장)는 영수가 사망 당시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증세법')이 정한 비거주자라는 점에는 동의하지요?
피고 그렇습니다. 영수가 비거주자이기 때문에 미국 주택은 과세대상에 포함하지 않았습니다. 다만 영수가 생전 친척들에게 증여한 10억 원은 사전 증여재산으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되므로, 원고들이 납부할 상속세는 약 2억 원입니다. 또한 영수가 서울 아파트를 양도하고 납부하지 않은 양도소득세 3억 원 역시 상속인인 원고들이 승계하였으므로 납부해야 합니다.
원고들 상증세법은 상속으로 받은 재산을 한도로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정하고 있고, 국세기본법 또한 상증세법과 유사한 규정을 두고 있습니다. 원고들이 한국에서 상속받은 재산은 예금 1억 원뿐이므로 원고들은 1억 원을 한도로 상속세와 양도소득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습니다.
피고 하지만 원고들이 실제로 상속받은 재산은 미국 주택까지 포함해 31억 원입니다. 31억 원을 한도로 상속세와 양도소득세를 납부해야 합니다.
원고들 상증세법은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경우 국내 상속재산에 대해서만 상속세를 부과하는데, 상속세를 납부할 책임을 정할 때에는 미국 주택까지 포함해 31억 원을 기준으로 삼는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피고 그렇다면 적어도 피상속인이 체납한 양도소득세는 31억 원을 한도로 상속인들이 납부해야 한다고 봐야 합니다. 상속세는 국제적인 과세권 배분을 고려해 거주자와 비거주자의 과세대상을 달리 정하고 있지만, 이미 발생한 피상속인의 체납 세금을 누가 어느 범위에서 승계하는지는 국제적 과세권 배분과는 관련이 없습니다.
상속세와 비거주자
최근 해외로 이주하는 사람이 늘면서 상속과 관련한 새로운 분쟁이 생기고 있다. 특히 사례처럼 비거주자인 피상속인이 생전에 제3자에게 국내 재산을 증여한 때에는 복잡한 문제가 생긴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상속세 과세표준에 상속세율을 곱한 후 누진공제를 빼서 계산한다. 따라서 실제 세액을 좌우하는 핵심은 상속세 과세표준이 얼마인지, 그중 상속세 과세가액에 어떤 재산이 포함되는지이다. 피상속인이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거주자'인 때에는 국내외 모든 상속재산이 과세대상이 된다. 반면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라면 국내 상속재산만 과세대상이 된다. 사전 증여재산 가산의 범위나 가능한 상속공제 역시 다르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라면 2억 원의 기초공제만 인정되고, 일괄공제나 배우자공제 등은 인정되지 않는다. 요컨대 상증세법은 상속세 계산에 있어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명확히 구분하고 있다.
사례에서 영수는 사망 당시 비거주자였으므로 한국 예금 1억 원만 상속세 과세대상이다. 상속공제는 기초공제 2억 원만 인정된다. 영수가 친척들에게 10억 원을 증여하지 않았다면, 상속세 과세표준이 0원(=한국 예금 1억 원 - 기초공제 2억 원)이 되어 아내와 아들이 납부할 상속세는 없다.
사전 증여재산 가산제도
상속개시일 전 10년 이내 상속인에게 증여한 재산가액과 상속개시일 전 5년 이내에 상속인 아닌 자에게 증여한 재산가액은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된다. 피상속인이 비거주자인 때에는 국내 재산만 가산 대상이다.
영수는 사망하기 3년 전 여러 친척들에게 10억 원을 증여했다. 영수가 증여한 현금은 국내 재산이므로 상속세 과세가액에 가산된다. 결국 상속세 과세표준은 9억 원(=한국 예금 1억 원 + 현금 10억 원 - 기초공제 2억 원)이 되어 영수의 상속인들은 약 2억 원의 상속세를 납부해야 한다. 친척들이 납부한 증여세만큼 상속세가 줄어들지만, 여러 친척들에게 나눠 증여해 납부한 증여세가 적다면 아내와 아들이 부담할 상속세액은 크게 줄어들지 않는다.
상속인들의 상속세 납부한도
아내와 아들이 상속받은 재산 중 국내 상속재산은 1억 원이다. 그럼에도 2억 원이 넘는 상속세를 모두 납부해야 할까? 상증세법에 의하면, 공동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의 상속재산 총액을 과세가액으로 하여 산출한 상속세 중에서 그가 상속으로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비율에 따른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고(제3조의2 제1항), 전체 상속세에 대해 자신이 받았거나 받을 재산을 한도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가 있다(같은 조 제3항).
문제는 위 규정에서 말하는 '상속으로 받았거나 받을 재산'의 범위이다. 상증세법은 상속세 과세대상에 대해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구분하지만, 상속세 납부의무에 대해서는 거주자와 비거주자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고 있다. 여기서 '상속으로 받은 재산'을 국내 상속재산만 보면, 아내가 상속받은 국내 상속재산은 6,000만 원이고, 아들이 상속받은 국내 상속재산은 4,000만 원이므로, 그 한도에서만 상속세를 납부하면 된다. 반면 국내외 상속재산이 모두 포함된다고 보면, 아내는 18억6,000만 원[=(미국 주택 30억 원+한국 예금 1억 원)×3/5]을, 아들은 12억4,000만 원을 상속받았으므로 상속세 2억 원 전액을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피상속인이 비거주자라면 상속인은 국내에 있는 상속재산 가액의 범위 내에서만 상속세를 납부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하였다(대법원 2024. 9. 12. 선고 2022두64143 판결). 따라서 아내와 아들이 2억 원의 상속세를 모두 납부해야 한다는 세무서장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조세채무 승계와의 차이점
그렇다면 영수가 체납한 양도소득세 3억 원 역시 국내 상속재산인 1억 원만 한도로 승계될까? 국세기본법 제24조는 상증세법과 유사하게 "공동상속인들은 피상속인이 납부할 국세 등을 상속분에 따라 나누어 계산한 국세를 상속으로 받은 재산의 한도에서 연대하여 납부할 의무를 진다"고 정하고 있다. 여기서도 '상속으로 받은 재산'이 국내 상속재산만을 의미하는지, 아니면 국내외 상속재산을 뜻하는지 문제된다. 서울고등법원은 국내외 상속재산을 의미한다고 보았다[서울고등법원 2022. 9. 28. 선고 2021누40876 판결(위 대법원 2022두64143 판결의 원심판결로 양도소득세 부분은 상고되지 않았음)]. 국세기본법 제24조는 피상속인이 거주자인지 비거주자인지를 구분하지 않고, 이미 성립한 피상속인의 납세의무를 상속인이 승계하는지는 국제적 과세권 배분과 관련이 없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에 따르면, 아내가 상속받은 국내외 재산은 아내가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 1억8,000만 원(=3억 원×3/5)보다 많고, 아들이 상속받은 국내외 재산 역시 아들이 부담해야 할 양도소득세 1억2,000만 원보다 많으므로, 아내와 아들은 영수가 체납한 양도소득세를 모두 승계한다. 위 서울고등법원 판결에 의하면, 양도소득세에 관한 아내와 아들의 주장은 받아들여지기 어렵다. 하지만 위 판결에 대해서는 대법원의 명시적 판단이 없고, 비판하는 의견도 있으므로, 판결의 추이에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허승 변호사(김·장 법률사무소)·한국세법학회 연구이사
※ 본 칼럼은 필자가 개인적으로 작성한 것으로 저자가 속한 법률사무소의 입장과는 관련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