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고수의 비밀
[김동식의 기이한 이야기]
장난처럼 시작한 예언
여섯 번 연속 적중했다

맹세코 처음에는 장난이었어요. 요즘 국내 증시가 정말 뜨겁잖습니까? 저도 주식을 하긴 하는데, 미장만 하거든요. 매달 적립식으로 자동 매수하니까, 솔직히 가격이 오르든 내리든 크게 상관 안 하고 살았어요. 그래도 판 돌아가는 건 알아야 하니 가끔 주식 커뮤니티를 드나들기는 하는데, 보고 있으면 진짜 웃기더군요.
“주식 중고거래 합니다. 제가 샀던 가격보다 20% 할인 판매하겠습니다.” “고객센터에 문의하면 주식 환불되나요?” “열받아서 족발 시켰습니다. 마이너스 1억원이나 마이너스 1억3만원이나 똑같지 않습니까?” “왜 자꾸 외인이 팔죠? 길 가다가 외국인 보이면 한 대 패버릴 겁니다.”
하락장일 때 특히 이런 웃긴 글들이 쏟아집니다. 물론, 정색하고 욕하는 글도 많죠. 특히 평소 주식 게시판에서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했던 고수들이 하락장에 욕을 많이 먹죠. 너 때문에 돈 날렸다면서요. 어이가 없죠? 투자는 본인의 책임인데. 그러다 문득, 장난기가 발동한 겁니다. 믿어주세요. 진짜 장난이었습니다.
“너무 크게 돈을 잃으신 게 안타까워서 공유해 드립니다. 내일 하이낸스 오릅니다.” 큰돈을 잃었다는 글을 쓴 한 네티즌에게 저렇게 쪽지를 보낸 겁니다. 당연히 답장으로 쌍욕이 돌아왔고요. 제 장난의 목적은 이거였습니다. 내일 하이낸스가 오르면 “거봐요, 내가 오른다고 했죠?” 하고 놀리는 것 말입니다. 그런데 세상에, 다음날 진짜로 하이낸스가 오르지 뭡니까? 10%나요. 저는 장 마감 때쯤 또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다시 공유해 드립니다. 내일은 하이낸스 내립니다.” 당연히 또 쌍욕 답장이 돌아왔습니다. 그런데 와우, 다음날 또 제 말대로 된 겁니다.
이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되시죠? 맞습니다. 다음날에도, 또 다음 날에도 제 말대로 주가가 맞아떨어진 겁니다. 진짜 환장할 일이었습니다. 연속으로 네 번이나 맞힌 겁니다 제가. 이럴 줄 알았으면 직접 샀어야 하는 건데. “월요일에도 하이낸스 오릅니다. 무조건입니다.” 제가 다섯 번째로 메시지를 보내자, 돌아오는 답변이 달라지더군요. 쌍욕이 아니었습니다. 정보의 출처가 어디인지 진지하게 묻지 뭡니까? 돌아온 월요일, 하이낸스는 17%나 폭등했습니다. 다섯 번이나 제 예언이 적중한 거죠. 그러자 이번에는 그가 먼저 제게 메시지를 수십 개나 보내더군요.
“선생님. 오늘 팔아야 하나요?” “내일도 오를까요? 오늘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은데, 파는 게 나을까요?” “선생님. 내일은 어떻게 되나요. 제발 부탁드립니다.” 저는 장 마감쯤 답장했습니다. “내일 내립니다. 파세요.”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 이제는 선생님으로 부르더군요. 다음날 하이낸스 주가가 진짜로 하락하는데, 와! 이걸 내가 진짜로 투자했으면? 얼마를 벌었을지 상상하니까 억울할 지경이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또 그의 메시지가 폭발했습니다. “선생님 덕분에 정말 조금이라도 복구하고 있습니다. 정말 제 은인이십니다. 내일은 어떨까요?”
그래서입니다. 정말 그래서 그랬던 겁니다. 처음에는 단지 장난이었습니다. 그 장난이 기적처럼 여섯 번이나 적중하는 바람에 이렇게 된 겁니다. 생각해보세요. 억울하지 않겠습니까? 나는 여섯 번을 맞히고도 땡전 한 푼 못 벌었는데, 이 사람은 내 덕에 수천만원을 벌었잖습니까. 나 아니었으면 이 양반 돈 다 녹아내렸을 텐데, 그거 내가 다 구해준 건데! 난 다 맞히고도 거지인데 이 양반은 돈 벌었으니까! 그래서 저도 모르게 우발적으로 그런 메시지가 튀어나와 버린 겁니다. “500만원 입금하시면 알려드립니다.”
단지 그렇게 돼버린 겁니다. 누구라도 저런 상황에서 저런 요구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잖습니까? 예? 솔직히 제가 다음날도 맞혔다면 문제가 되지도 않았겠죠. 만약 맞혔어 봐요. 그 사람은 제 덕에 잃은 돈 전부 회복하고, 저는 500만원 챙기고. 모두가 행복했을 거란 말입니다. 그러니까 최종 정리하자면, 우발적인 장난이었다는 겁니다. 어떤 흑심을 갖고 그 사람에게 접근한 건 절대 아니라고요.
“좋아요. 김철수씨. 그럼 하나만 물어봅시다.” 형사는 온라인 주식 커뮤니티에서 제공받아 출력한 종이 뭉치를 책상에 탁 내려놓으며 말했다. “무슨 장난을 동시에 256명한테 칩니까. 예?” 남자는 대답이 없었다. “절반한테는 다음날 오른다고 보내고, 절반한테는 내린다고 보냈죠. 다음날 맞힌 128명 중 절반한테는 또 오른다고, 절반한테는 내린다고 보냈죠? 계속 맞히다 보면 맹신하는 사람 무조건 나오겠죠? 또 맞혔다면 더 크게 요구할 수도 있었겠죠? 참 우발적이네요. 에라, 이 사기꾼 같은 양반아.”
※픽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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