널뛰고 발빼고…트럼프 여전한 전략

2026. 8. 29. 00:1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미치광이 전략
짐 슈토 지음
이종민 옮김
21세기북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내뱉는 말들을 곧이곧대로 믿을 사람은 이제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란과의 종전 협상에 관해서도 그렇고 관세 협박에 대해서도 그렇고 ‘양치기 소년’이 돼 버린 지 오래다.

최근에는 동맹인 한국과의 한·미 연합훈련을 아무런 사전협의도 없이 갑자기 축소하라는 지시를 내리는가 하면 북한 김정은에게는 느닷없이 러브콜을 보냈다. 하도 기이한 일을 많이 벌이다 보니 이젠 그러려니 하는 사람들이 많다. 문제는 그 대가가 이만저만 큰 게 아니라는 점이다.

CNN 뉴스룸 앵커인 짐 슈토가 쓴 『미치광이 전략』은 동맹과 적국을 가리지 않는 트럼프의 종잡을 수 없는 행태를 비판적으로 고발한 책이다. 북한과 이란, 러시아·우크라이나·중국·시리아 등과의 대외정책에서 보인 트럼프의 오락가락 행보가 미친 후폭풍을 파헤쳤다. 트럼프 집권 1기인 2020년 영문판이 나오긴 했지만 6년이 지난 지금 집권 2기에도 하나도 달라지지 않았음이 매일매일 매시간 증명되고 있다.

지은이 슈토는 트럼프-김정은 북·미 정상회담, 이란과의 충돌 등 이 책에서 다루는 주요 내용들을 취재하고 보도했다.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 정책을 실행에 옮기기 위해 직접 발탁했던 측근들인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 피터 나바로 백악관 무역·제조업 담당 고문, 조셉 윤 전 대북정책특별대표, 수전 고든 전 국가정보국 수석부국장 등 슈토의 수많은 직접 취재원은 이 책의 무게와 객관성을 더 높인다.

긴박하게 움직이는가 싶다가 무대응으로 침묵하고, 거칠게 위협하다가도 슬그머니 꽁무니를 빼며 도무지 앞뒤가 맞지 않는 소리를 하는 행태는 트럼프의 전매특허다. 집권 1기 당시에도 미 국방부 펜타곤 관료들은 보복 엄포와 막판 발 빼기를 오가는 트럼프의 널뛰기 행보가 이란을 더욱 대담하게 부추기지나 않을까 조마조마했다. 트럼프는 지금 이란과의 전쟁을 마무리하지 못하고 깊은 수렁에 빠져 있다. 이란의 핵무기 보유 저지 등 목표한 성과를 제대로 이루지 못하고 호르무즈해협 통행조차 막아 놓은 꼴이 됐다.

이 책은 트럼프의 행동을 ‘미치광이 전략’이라고 단정 짓는다. 트럼프는 이 전략의 원조 격인 닉슨이나 아이젠하워 대통령보다 한 발 더 나갔지만 얻은 것보다 잃은 게 더 많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화염과 분노’ 엄포를 놓으며 핵 단추 크기를 놓고 입씨름을 벌인 김정은에게는 오히려 북·미 정상회담으로 초대하는 카펫을 깔아 주었다. 트럼프와의 회담 결렬 이후 믿을 건 핵무기밖에 없다며 결국 핵을 손에 쥔 김정은은 지금 다시 자신에게 추파를 던지는 트럼프를 저울질하며 높아진 몸값을 과시하고 있다.

적국이나 동맹국 가릴 것 없이 미치광이 전략을 전방위로 남용한 트럼프는 적어도 지금까지는 낙제점을 받고 있다. 중국이나 러시아, 이란 같은 나라들이 미치광이 전략을 트럼프의 취약점으로 삼고 역공을 펼치기조차 한다.

어쨌든 미국과 장단을 맞춰야 하는 동맹국인 한국으로서는 참으로 난감한 지경이다. 이 책에는 우리가 냉철히 관찰하고 대응해야 할 ‘트럼프 월드’에 대한 통찰이 번득인다.

한경환 자유기고가

Copyright © 중앙SUNDAY.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