벽엔 실종자, 철문엔 시신 사진... 가족 못 찾은 사람은 눈물만

카트만두/김명진 기자 2026. 8. 28. 2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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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수도 카트만두 비극의 현장 르포
28일 오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대학병원 앞에서 한 남성이 자신의 지인을 찾고 있다. 지인의 얼굴, 이름, 주소지 등이 적힌 종이를 들고 있다./김명진 기자

28일(현지 시각) 오후 1시 50분, 비가 내리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교육대병원 정형외과 병동 앞. 슬리퍼를 신은 마이스쿠마 타바 머거르(19)군이 비를 맞으며 병원 외벽에 붙은 명단을 1분 넘게 훑어봤다. 26일 네팔 북부를 덮친 대홍수 이후 연락이 끊긴 사람들의 이름이 적힌 실종자 명단이었다. 하지만 그가 찾던 매형의 이름은 없었다.

머거르군은 홍수 이후 사흘째 매형을 찾아 카트만두 시내 병원을 돌고 있다고 했다. 투어리스트로 일하던 매형은 홍수가 난 뒤 연락이 끊겼다. 그는 “시신이 있다는 병원 세 곳을 찾아갔지만 매형을 찾지 못해 이곳까지 왔다”며 “매형이 실종된 뒤 누나는 정신을 놓다시피 해 내가 대신 찾아다니고 있다”고 했다.

28일 오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대학병원 외벽에 대홍수로 숨진 이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사람들이 사진을 보며 자신의 가족을 찾고 있다./김명진 기자

병동 앞은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 모인 150여 명으로 북적였다. 이들은 실종자 이름과 나이, 살던 곳 등 신원 정보를 등록하려고 줄을 섰다. 네팔 당국 관계자가 받아 적는 실종자 명부에 매겨진 번호는 850번을 넘겼다. 851번째로 실종자 등록을 한 바하드 타바 머거르(32)씨는 홍수가 난 다음 날부터 매일 이곳을 찾아 동생의 이름을 적고 있다고 했다. 그는 “혹시 명단에서 빠질까 봐 매일 와서 다시 등록하고 있다”고 했다.

수염도 깎지 못하고 병원을 찾은 비살로 또만(36)씨는 실종자 명단 앞에 5분쯤 멍하니 서 있었다. 이윽고 명단에서 눈을 뗀 그가 걷기 시작했다. 병원 철문에는 사람들의 얼굴이 찍힌 사진 25장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홍수로 숨졌지만 아직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시신 사진이었다. 세 살 정도로 보이는 아이부터 일흔은 넘어 보이는 노인까지 있었다. 가족이 알아볼 수 있게 당국이 시신을 촬영해 내건 것이다. 빗줄기에 종이가 젖어 사진 속 얼굴이 번졌지만, 사람들은 우산도 쓰지 않은 채 벽 앞을 좀처럼 떠나지 못했다. 사진을 한 장씩 들여다보며 가족 얼굴을 찾았다. 끝내 찾지 못한 이들은 두 손을 모은 채 눈물을 흘렸다.

28일 오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대학병원 외벽에 대홍수로 숨진 이들의 사진이 붙어 있다. 사람들이 사진을 보며 자신의 가족을 찾고 있다./김명진 기자

또만씨도 사진 25장을 하나씩 살폈다. 그가 찾는 가족은 한두 명이 아니었다. 홍수로 집이 통째로 쓸려가면서 두 남동생과 제수씨, 7살과 30개월 된 조카까지 가족 다섯 명이 한꺼번에 연락이 끊겼다고 했다. 또만씨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신원 미확인 시신이 있는 곳까지 왔다”며 “아무것도 할 수 없어 답답하다”고 했다.

꾸순 구름(19)씨도 시신 사진을 하나씩 확인하고 있었다. 일곱 살 위 오빠는 홍수 발원지 인근 수력발전 댐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날까지 사흘째 연락이 닿지 않고 있다고 했다. 구름씨는 “홍수 첫날만 해도 오빠가 살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자신이 없다”며 “시신 사진을 하나하나 들여다보는 게 무섭지만, 오빠가 살았는지 죽었는지조차 알 수 없는 게 더 무섭다”고 했다.

28일 오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대학병원 외벽에 실종자들의 정보가 붙어 있다./김명진 기자

병원 한쪽 벽에는 홍수 이후 연락이 끊긴 가족과 지인의 사진을 넣고 이름과 인상착의, 연락처 등을 적은 A4 종이가 줄줄이 붙었다. 병원을 찾은 사람들이 직접 출력해 온 종이를 벽에 붙인 뒤 병원을 찾는 사람들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애타게 가족 행방을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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