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착카메라] "바퀴벌레 사는 단칸방, 건물 청소부"…독립운동가 생가와 후손은 지금

이상엽 기자 2026. 8. 28.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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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독립 운동을 하면 삼대가 망한다'는 자조 섞인 문장이 여전히 우리 사회를 맴돌고 있습니다. 이런 세태를 끝내야 하지만, 독립 영웅과 후손들의 흔적을 따라가다보면 여전히 관심도, 보상도 부족하다는 생각은 지우기 어렵습니다.

밀착카메라 이상엽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나무로 세운 기둥은 삭았습니다.

흙으로 쌓은 벽은 허물어졌습니다.

독립운동가 차희식 선생 생가입니다.

3·1 만세운동 때 앞장섰다가 9년 넘게 옥고를 치렀습니다.

이제 집 일부만 보존됐습니다.

다른 독립운동가 생가를 찾아가봤습니다.

주소를 보면 산속 어딘가에 생가가 있다고 나오거든요.

그런데 길 안내가 따로 없어서 찾기 어렵습니다.

지금부터 카메라 녹화를 끊지 않고 쭉 가볼게요.

풀숲을 헤치고 올라와보니 집이 한 채 보이는데요.

표지석과 안내판도 없어서 독립운동가의 생가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안쪽을 살펴보면요, 일단 마당에 풀이 많이 자랐고 지붕과 처마가 일부 내려앉은 상태입니다.

이쪽에 보시면요, 이 방은 천장이 무너져서 책상을 덮쳤고요.

또 저 방은 곰팡이 벽지가 다 뜯겨져서 들어갈 수조차 없습니다.

독립운동가이자 언론인 장효근 선생 독립선언서를 나눠주다 옥고를 치렀습니다.

1916년부터 1945년까지 하루도 빼지 않고 일기를 썼습니다.

독립운동과 국내외 정세에 대한 내용입니다.

매일 고민했던 그 공간과 흔적은 지금 이 상태입니다.

의병장 차도선 선생 묘역, 목숨 걸고 싸웠던 이 남성 얼굴은 알 수 없습니다.

생가도 사진 한 장도 남지 않았습니다 다만 77살 손녀가 할아버지를 기억합니다.

[차옥겸/독립운동가 차도선 선생 손녀 : {뭘 찾으시는 거예요?} 훈장. {이불 속에 넣은 이유가 있으세요?} 누가 훔쳐갈까봐.]

포수 출신인 차 선생은 홍범도 장군과 함께 의병부대를 이끌었습니다.

[차옥겸/독립운동가 차도선 선생 손녀 : '나는 홍범도에 뛰는 차도선' 하루 저녁에도 천 리씩 뛴다고 그래서 차천리라고 이름났다고.]

1912년 일제 헌병대가 작성한 20장짜리 비밀수신 보고서에도 차도선 이름이 나옵니다.

"폭도의 수괴는 홍범도와 차도선", "홍범도는 부하 500여 명, 차도선은 부하 300여 명이 있다"고 적혔습니다.

당시 일제는 이 의병장을 붙잡으려고 가족을 고문했습니다.

[차옥겸/독립운동가 차도선 선생 손녀 : 우리 할아버지를 잡으려 해도 못 잡잖아요. 그럼 우리 할머니를 데리고 간대요. 너네 할아버지 간 곳을 대라 해서 모른다 하니까 이렇게 지졌다고. 남편 간 곳을 말 안 한다고. 죽어도…]

할아버지에 이어 아버지 형제도 독립운동에 뛰어들었습니다.

후손들 삶은 더 고달팠습니다.

손녀는 평생 건물 청소부로 살아왔습니다.

[차옥겸/독립운동가 차도선 선생 손녀 : 침대 패드도 바꾸고. 빨래하고. 방 한번 쓸고 닦고. 화장실 청소하고.]

지하 단칸방에 오래 살다 겨우 임대아파트로 옮겨왔습니다.

[차옥겸/독립운동가 차도선 선생 손녀 : 바퀴벌레가 엄청 많고. 시커멓게 곰팡이 피고. 쥐까지 들어와서…]

그래도 할아버지가 자랑스럽고 우리나라가 고맙다고 했습니다.

[차옥겸/독립운동가 차도선 선생 손녀 : 고생은 우리 할아버지와 아버지가 했는데 내가 혜택을 받으니까. 나는 아무것도 한 게 없잖아요. {어머니가 받는 혜택이 그렇게 크지 않은 것 같아서요.} 기초생활수급자니까 생활비를 받잖아요. 누가 그렇게 해주겠어요? 나라에 고맙고.]

독립운동가의 생가에도 그 후손의 삶에도 역사는 남아 있습니다.

이제 그 역사를 어떻게 기억하고 보존할지는 우리 몫입니다.

[영상편집 류효정 VJ 김동규 작가 유승민 취재지원 이송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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