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신이라도 찾았으면" 병원 앞 사진 뒤적… 네팔 가족들의 절규 [네팔 대홍수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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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온종일 비가 내린 28일(현지시간) 트리부반대학병원에서 만난 덴징 셰르파(55)는 병원 외벽에 나붙은 전단지를 훑고 또 훑으며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그곳엔 네팔 북부 대홍수 피해 지역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시신 사진이 빼곡하게 게시돼 있었다.
트리부반대학병원에는 주로 '노벌 프라시' 지역에서 발견된 시신들이 옮겨져 있다고 한다.
사무엘 까르(41)는 휴대폰에 저장된 장인의 사진을 띄운 채 병원 벽에 붙은 시신 사진과 얼굴을 하나씩 비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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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찾으러 하루 200명 넘게 병원 찾아
신원 확인 희생자 장례, 거리엔 냄새 진동
해외서 급히 귀국…"얼굴 봐야 마음 놓여"

"대체 어디 있는 거니…"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 온종일 비가 내린 28일(현지시간) 트리부반대학병원에서 만난 덴징 셰르파(55)는 병원 외벽에 나붙은 전단지를 훑고 또 훑으며 연신 마른 침을 삼켰다. 그곳엔 네팔 북부 대홍수 피해 지역에서 발견된 신원 미상의 시신 사진이 빼곡하게 게시돼 있었다.
셰르파는 두 차례 병원을 방문했지만 실종된 두 동생과 비슷한 얼굴은 찾지 못했다. 그렇다고 희망을 품을 수도 없다. 동생들이 살아 있다는 소식 역시 듣지 못했기 때문이다. 셰르파는 "시신이라도 수습해 장례를 치를 수 있다면 다행"이라며 말끝을 흐렸다.
한국일보는 대홍수가 할퀸 네팔을 직접 찾았다. 대홍수 사흘째인 이날까지 사망자와 실종자는 합계 3,000명이 훌쩍 넘는다. 시신이 여럿 이송된 트리부반대학병원에도 애끊는 발걸음이 끝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가족을 잃은 이들의 울음과 절규가 차디찬 벽 앞에서 메아리쳤다. 병원 앞을 지키던 현지 경찰은 "가족을 찾으러 이곳에 오는 사람이 매일 200명이 넘는다"고 말했다.
"시신 찾아 장례 치를 수 있었으면..."

라주 조데리(37)도 며칠째 병원 앞을 맴돌고 있다. 홍수 뒤 사라진 삼촌 때문이다. 그는 "삼촌이 피해 지역 근처에서 일하는 건 알고 있었고 금방 돌아올 줄 알았는데 며칠이 지나도 오지 않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이날은 네팔의 명절이었다. 조데리는 삼촌에게 주려고 준비한 '붉은 팔찌'를 전날 병원 벽 근처에 두고 갔다. 명절 때 손목에 차는 전통 팔찌로, 손으로 나쁜 일을 하지 않도록 지켜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한다. 하지만 밤새 내린 비에 팔찌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조데리는 비에 젖어 흐릿해진 시신 사진들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전단지도 다시 만들어 붙여야 할 것 같다"며 "찾을 수나 있을지 모르겠다"고 읊조였다.
여러 곳 흩어진 시신들 "어떻게 찾죠"

병원 본관 앞에서는 군인과 경찰이 책상에 앉아 실종자 명단을 직접 작성하고 있었다. 가족들이 "누가, 어느 지역에서 실종됐고 자신과 어떤 관계인지" 설명하면 군경이 인적사항을 하나씩 취합하는 방식이었다. 군 관계자는 "사람을 최대한 빨리 찾기 위해 리스트를 만들어 두는 것"이라며 "트리부반대학병원에만 이날 정오 즈음까지 1,498명이 등록돼 있다"고 설명했다.
트리부반대학병원에는 주로 '노벌 프라시' 지역에서 발견된 시신들이 옮겨져 있다고 한다. 다른 지역 사람들은 지나가는 경찰을 붙잡고 가족을 찾아달라며 애타게 하소연했다. 강 하류에 살던 아버지와 연락이 완전히 끊겼다는 라스와 아난(29)은 "아버지와 매일 밤 전화해 안부를 묻곤 했다"며 "홍수 때문에 시신을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난 뒤에 찾거나 아예 찾지 못할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망연자실했다.

사무엘 까르(41)는 휴대폰에 저장된 장인의 사진을 띄운 채 병원 벽에 붙은 시신 사진과 얼굴을 하나씩 비교했다. 아내는 충격과 두려움 때문에 집 밖으로 나오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까르는 "시신 사진 밑에 발견된 지역이 적혀 있는데, 경찰에게 그 지역으로 직접 가서 확인해보라는 설명을 들었다"며 "아내와 함께 가보려 한다"고 말했다.
응급실 앞도 실종자를 찾는 사람들로 붐볐다. 응급실 내부는 보호자만 출입할 수 있었고, 건물 바깥 기둥에는 치료를 받은 사람과 퇴원한 사람의 명단이 붙어 있었다. 주변 벽에는 병원 본관과 마찬가지로 실종자 사진이 곳곳에 내걸렸다.
시신 태우는 냄새..."가족 만나러" 붐비는 공항

한쪽에선 신원이 확인돼 가족에게 인계된 희생자들의 장례가 치러지고 있었다. 카트만두 공항에서 병원으로 향하는 길에 지나간 화장터 주변에선 시신 태우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힌두교 장례가 치러지는 이곳은 평소에도 24시간 화장이 이뤄지지만, 현지 관계자는 "홍수 뒤 수습된 시신이 늘면서 화장도 많아졌다"고 설명했다. 화장터를 차로 20분가량 지나온 뒤에도 바람을 타고 날아온 냄새가 희미하게 풍겼다.
여전히 생사가 확인되지 않은 가족을 찾아 네팔로 급히 돌아가는 이도 많았다. 카트만두로 가기 위해 경유하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선 재난 당시 영상을 반복해서 보거나 가족들과 영상통화를 하는 네팔인들이 눈에 띄었다.
중국에 머물던 마하수아라(47)는 가족들과 하루 넘게 연락이 끊기자 항공권을 구해 귀국길에 올랐다. 그는 "기다리다 보니 자꾸 안 좋은 상상을 하게 됐다"며 "빨리 가서 가족들을 보고 마음을 놓고 싶다"고 했다. 쿠알라룸푸르에서 카트만두로 향하는 5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선 내내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카트만두 공항 국내선 도착장도 생존한 가족을 직접 맞이하러 나온 사람들로 혼잡했다. 형과 함께 아버지를 기다리고 있던 브레임 라이(27)는 "강물이 모든 걸 휩쓸고 가는 영상을 잊을 수 없다"며 "혹시 내 가족이나 친척이 저기에 있는 건 아닐까 너무 무서웠다"고 말했다.
카트만두= 남병진 기자 sou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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