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험기] "스티커 대신 책갈피"···GS25·민음사가 만든 '제2의 포켓몬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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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빵을 사려면 진작에 왔어야 해요."
이날 삼성동 일대 GS25 점포 10곳을 둘러봤지만 민음사빵을 판매 중인 곳은 찾을 수 없었다.
지난 21일 GS25가 출판사 민음사,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이른바 '민음사빵'을 선보였다.
이에 후속 제품 출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GS25와 민음사 모두 현재 추가 라인업 출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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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텍스트힙' 트렌드·민음사 팬덤 맞물려 흥행···양사 "예상보다 폭발적"

[시사저널e=조건희 기자]
"그 빵을 사려면 진작에 왔어야 해요."
28일 오전 서울 삼성동 인근의 한 GS25 점포. 화제의 '민음사빵' 재고를 묻자 이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출근 시간대였지만 이미 제품은 모두 팔린 뒤였다.
이날 삼성동 일대 GS25 점포 10곳을 둘러봤지만 민음사빵을 판매 중인 곳은 찾을 수 없었다. 한 점포에서는 "GS25 공식 앱인 '우리동네GS'에서 재고가 확인되는 즉시 매장으로 와야 한다"며 "제품이 입고되자마자 팔려나가는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1일 GS25가 출판사 민음사, 캐릭터 지식재산권(IP)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이른바 '민음사빵'을 선보였다. 민음사빵은 출시 직후부터 품귀 현상을 빚고 있다. 초기 출시된 베이커리 2종인 '사랑에 대하여·모카번 커스타드맛'과 '늑대처럼 싱싱하게 울고 싶었다·깨찰빵 솔티밀크맛'은 출시 사흘 만에 5만개가 팔려나가며 단숨에 GS25 전체 빵 상품 중 매출 1·2위에 올라섰다.
이어 5일 뒤인 26일에는 '오만과 편견·모카번 우유크림맛'과 '나쁜 소년이 서 있다·깨찰빵 커스타드맛' 등 2종이 추가 출시됐다. 28일 기준 4종 누적 판매량은 20만개를 돌파했다. 입고와 동시에 완판되는 현상이 이어지면서 판매율 역시 100%에 육박하고 있다.

실제 매장에서 제품을 구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초구 일대 GS25 점포 10곳에 추가로 재고를 확인했지만 제품이 남아 있는 곳은 한 곳도 없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재고가 남은 점포와 입고 시간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것을 넘어 물류 트럭의 이동 경로와 예상 배송 시간까지 추적하는 글이 잇따르고 있다.

정가 구매가 어려워지자 중고거래 시장에도 민음사빵이 등장했다. 당근마켓 등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는 민음사빵이 개당 7000원에서 1만원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모카번 3700원, 깨찰빵 2700원인 정가와 비교하면 최대 3배가량 높은 가격이다. 동봉된 굿즈의 종류에 따라 개당 1만5000원에 매물이 올라오는 사례도 나타났다.

민음사빵의 품귀 현상을 이끄는 핵심 요소로는 빵 속에 무작위로 들어 있는 '책갈피 기획 상품'이 꼽힌다. 제품에는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표지와 관련 문장을 활용한 책갈피 15종과 한국 대표 시집을 활용한 책갈피 5종 등 총 20종 가운데 1장이 무작위로 들어 있다.
SNS에서는 빵을 구매한 뒤 책갈피를 공개하거나 여러 종류를 모아 인증하는 게시물이 잇따르고 있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민음사 책갈피 컬렉션'을 모으는 것 자체가 하나의 놀이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빵을 먹는 데서 그치지 않고 무작위 굿즈를 수집하는 재미가 더해지면서 과거 SPC삼립 '포켓몬빵'의 띠부씰 수집 열풍과 유사한 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다.
GS25는 이번 협업 상품의 흥행 배경으로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텍스트힙(Text Hip)' 트렌드를 꼽았다. 텍스트힙은 책이나 문장, 시 등 텍스트를 단순히 읽는 것을 넘어 이를 자신의 취향과 개성을 드러내는 문화적 요소로 소비하는 현상을 의미한다.
GS25 관계자는 "문학과 아날로그 감성을 세련된 문화 요소로 소비하는 젊은 층의 취향과 세계문학전집·시집의 문장을 담은 책갈피 기획이 맞아떨어지면서 SNS상 자발적인 인증으로 이어진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음사가 그동안 구축해온 젊은 독자층의 팬덤도 흥행에 힘을 보탰다. 민음사는 약 5년 전부터 공식 유튜브 채널 '민음사TV'를 통해 기존 출판사의 딱딱한 이미지에서 벗어나 최신 유행 소재와 재치 있는 입담을 앞세운 콘텐츠를 선보여왔다. 조아란 부장을 비롯한 직원들이 직접 출연해 출판사와 마케터들의 일상을 보여주면서 2030세대를 중심으로 출판사 자체에 대한 친근감과 팬덤을 형성했다.
온라인에서 형성된 팬덤의 영향력은 오프라인에서도 확인됐다. 지난 6월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에서는 행사 시작과 동시에 민음사 부스로 방문객이 몰리면서 '오픈런'이 벌어질 정도로 높은 관심을 받았다. 당시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은 김아무개씨는 "행사장에 들어서면 민음사 부스는 발 디딜 틈이 없어 제대로 구경하기 어려웠다"며 "작년과 비교해 특별히 파격적인 행사가 없었는데도 팬덤만으로 상당한 인파를 끌어모은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처럼 온라인에서 형성된 출판사 팬덤에 텍스트힙 트렌드와 굿즈 수집 문화가 결합하면서 편의점과 출판사의 이색 협업이 예상 밖의 흥행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이에 후속 제품 출시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지만 GS25와 민음사 모두 현재 추가 라인업 출시 계획은 없다는 입장이다.
이번 협업의 파급력이 예상보다 컸다는 반응이다. 민음사 관계자는 "이번 흥행은 상상하지 못한 결과"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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