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팔 대홍수 르포] 생존자 만나보니 '만신창이'…실종자가족 병원 몰려

정윤주 2026. 8. 2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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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오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교육대병원(T.U. Teaching Hospital) 정형외과 병동에서 만난 프로바 마난더(35)씨는 산사태·대홍수 사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본래 라수와 티무레 지역에 사는 마난더씨와 가족은 갑자기 밀려온 흙탕물 속에 목숨은 구했지만, 곳곳을 다쳤다.

마난더씨의 언니는 다리가 부러졌고, 여동생도 얼굴 부위를 크게 다쳐 사고 당일 헬기로 이 병원에 이송됐다.

타망씨는 "다른 병원도 다녀왔지만,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남동생이 홍수가 난 날 라수와에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나선 뒤 아직 연락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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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홍수 흙탕물 속 가까스로 목숨구한 이들…"집도, 가게도 흔적도 없어"
실종가족·친지 찾으려 이어지는 발걸음…곳곳에 인적 사항 전단 붙어

(카트만두=연합뉴스) 정윤주 기자 = "거대한 흙탕물에 집도, 가게도 흔적도 없이 사라졌어요. 챙긴 거라곤 앞치마에 넣어둔 휴대전화가 전부에요"

28일 오후 네팔 수도 카트만두의 트리부반 교육대병원(T.U. Teaching Hospital) 정형외과 병동에서 만난 프로바 마난더(35)씨는 산사태·대홍수 사태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본래 라수와 티무레 지역에 사는 마난더씨와 가족은 갑자기 밀려온 흙탕물 속에 목숨은 구했지만, 곳곳을 다쳤다.

마난더씨의 언니는 다리가 부러졌고, 여동생도 얼굴 부위를 크게 다쳐 사고 당일 헬기로 이 병원에 이송됐다.

어머니와 형제 등 가족 6명은 현재까지 실종 상태다.

취재 허가를 받아 병동에 들어가 보니 마난더씨의 여동생은 왼쪽 눈을 뜨지 못하고 있었다. 시력에 이상은 없지만 눈 주변에 심한 찰과상을 입어 눈을 뜰 수 없었다.

얼굴 전체에도 쓸리고 베인 상처가 가득했다. 양팔에는 깁스를 했고 척추도 골절돼 전치 1개월 진단을 받았다.

마난더씨는 어머니와 형제들과 함께 티무레에서 음식점을 운영해왔다. 티무레는 산사태·대홍수가 시작된 지점에서 불과 3㎞ 떨어져 있는 곳이다.

마난더씨는 실종된 가족 생사를 걱정하며 "몸도 마음도 다 만신창이"라고 말했다.

그는 홍수 직후 직접 찍은 당시 현장 동영상을 보여줬다. 동영상에는 토사에 쓸려 무너진 집과 도로가 참혹했던 순간을 짐작하게 했다.

마난더씨가 지금 입고 있던 옷도 홍수 직후 카트만두에서 급하게 구매한 것이라고 했다.

시누이 니투 덩거(31)씨도 홍수를 피해 달아나는 과정에서 입은 다리 상처를 보여줬다.

이들은 눈시울을 붉히면서 "모든 것을 다 잃었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혹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느냐"고 기자에게 되묻기도 했다.

대홍수 생존자 프로바 마난더씨(왼쪽)와 니투 덩거(가운데) (카트만두=연합뉴스) 정윤주 촬영

현재 이 병원에 산사태·대홍수 사태로 이송돼 입원한 환자는 20여명이다.

이 중 7명은 중환자실에 누웠고, 5세 여아는 응급 수술을 받고 있다.

중환자실과 응급실 내부는 취재가 허용되지 않았다.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병원 관계자는 "환자가 말을 하기도 어려운 정도로 중증"이라며 "환자의 상태가 좋지 않고 신속한 치료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형외과 병동의 배정된 환자 대다수가 붕대를 두르고 침대에 누워 있었다.

몸을 가누지 못하거나 스스로 식사하기 어려워 보호자의 도움을 받는 환자도 많았다.

잠시 뒤에도 응급실에서 처치를 마친 환자 한 명이 추가로 입원할 예정이다.

병동에서 만난 의사는 "환자가 언제 올지 몰라서 침대와 장비 등을 추가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트만두 트리부반 교육대병원에 이송된 네팔 대홍수 부상자들 (카트만두=연합뉴스) 정윤주 촬영

연락이 끊긴 가족을 혹시라도 만날 수 있을지 기대하며 무작정 병원을 찾는 사람들 발길도 이어졌다.

미나 라울(40)씨는 여동생의 남편 등 실종된 친척들을 찾고자 이 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라울 씨는 "친척들이 라수와 지역에서 일을 하다가 실종돼 지금 연락이 닿지 않는다"며 "혹시 이곳에 있는 건 아닌지 물어보고 싶어서 왔다"고 말했다.

빙하 붕괴로 보테코시강이 범람하면서 라수와 지역에서 발생한 참사로 사망자와 실종자는 계속 늘어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라수와 지역이 중국 국경과 맞닿아 있어 일자리를 찾아 중국에 오가는 사람들이 큰 피해를 봤다고 입을 모았다.

댐 건설 등 각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건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도 라수와 지역에서 일을 하고 있었다.

라울 씨는 "친척들이 라수와에서 건설 일을 하고 있었다"며 "이 병원에도 없다고 하면 다른 병원을 찾아가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카트만두 트리부반 교육대병원 벽에 붙은 대홍수 실종자 전단 (카트만두=연합뉴스) 정윤주 촬영

병원 입구에 붙어 있는 입원 환자 명단을 확인하려는 사람들도 계속 몰려들었다.

샴바하둣 타망(38) 씨는 명단을 한참 들여다봤지만, 실종된 남동생과 매형의 이름을 찾지 못했다.

타망씨는 "다른 병원도 다녀왔지만, 이름을 찾지 못했다"며 "남동생이 홍수가 난 날 라수와에 필요한 물건을 가지러 간다고 나선 뒤 아직 연락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병원 입구 벽에는 가족들이 사진과 이름을 적은 실종자 전단도 곳곳에 붙어 있었다.

이틀 전 홍수로 전력 공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으면서 병원 내부 정전도 잇따랐다. 병원 내부 불이 꺼졌다 켜지기를 반복했고, 일부 병실은 전등을 절반만 켜둔 상태였다.

한편 이날 네팔과 중국 국경의 히말라야 산악 지대에서는 이틀 만에 또다시 댐이 붕괴했다. 외신 등에 따르면 댐 붕괴로 라수와 지역에서 진행되던 헬기 구조 작전이 중단됐다.

소셜미디어 등을 중심으로 주민들이 다급하게 대피하는 모습이 확산하기도 했다.

네팔 대홍수 부상자들이 헬기·앰뷸런스로 이송된 카트만두 트리부반 교육대병원 (카트만두=연합뉴스) 정윤주 촬영

jungl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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