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이 넘치기 시작했다”…네팔·중국 국경 ‘시한폭탄 호수’ 붕괴 우려

베이징/이벌찬 특파원 2026. 8. 28.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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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작업 중단하고 구조대 철수
또다시 대규모 홍수 덮칠까 걱정
27일 중국 CCTV가 촬영한 항공 영상. 지룽 통상구 인근에서 자연댐 호수가 확인됐다. 토석류 끝부분은 지룽 통상구에서 약 2.5㎞ 떨어진 지점까지 밀려왔다. /CCTV

네팔과 맞닿은 중국 시짱(티베트) 지룽현에서 산사태 잔해가 강을 막아 생긴 ‘시한폭탄 호수’가 넘치기 시작해 중국 당국이 구조 작업을 중단하고 구조 인력과 차량을 철수시켰다. 현지에 비가 이어지면서 호수 수위가 계속 오르는 가운데 호수로 유입되는 물의 양은 다음 달 1일 전후 정점에 이를 전망이다. 토사와 암석으로 만들어진 제방이 무너지면 이미 홍수로 초토화된 피해 지역을 또다시 대규모 홍수가 덮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중국 관영 CCTV에 따르면 지룽 통상구에서 10여㎞ 떨어진 상류에 형성된 호수에서 물이 넘치면서 추가 홍수나 토석류가 발생할 위험이 커졌다. 구조대는 추가 재해 위험으로 인해 지룽현 라오장촌 일대에 발이 묶였다. AP통신은 피해 지역에 들어갔던 구조 인력과 차량이 1km 떨어진 안전 지역으로 철수해 대기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마을 집어 삼키는 토사 네팔 북부 라수와 지역의 북단 라수와가디와 맞닿은 중국 티베트 지룽 국경 지역에서 26일 홍수로 산기슭의 토사가 무너져내리며 건물들을 덮치고 있다. /X

지룽현의 ‘시한폭탄 호수’는 지난 26일 홍수와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암석과 토사가 강을 막으면서 형성됐다. 중국 구조 당국이 드론과 3차원 장비를 이용해 조사한 결과 호수는 길이 약 150m, 깊이 40~50m로 파악됐다. 저수량은 약 250만㎥로 추정된다. 콘크리트 댐이 아니라 산사태 때 쏟아져 내린 암석과 토사가 강을 막아 만들어진 만큼 물이 급격히 불어나면 제방이 무너질 가능성이 있다.

28일(현지시간) 네팔 누와콧 지역 트리슐리에서 경찰이 홍수 경보에 따라 도로를 통제하고 있다. 네팔 당국은 티베트 상류 지역의 댐 붕괴 보고에 따라 주민들에게 높은 곳으로 이동할 것을 당부했다./ AFP연합뉴스

최대 고비는 다음 달 1일이 될 전망이다. 중국 당국은 호수로 유입되는 물의 양이 이날 정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지룽 통상구 일대에는 최근 비가 이어지면서 주변 토양과 암석이 느슨해졌고 앞으로 일주일 동안 추가 강수도 예보됐다. 중국 수리부는 향후 사흘 동안 호수로 약 300만㎥의 물이 추가로 유입될 것으로 내다봤다. 올림픽 규격 수영장 약 1200개를 채울 수 있는 양이다. 수리부는 제방 붕괴 위험이 높다며 27일 시짱에 홍수 방어 4급 비상 대응을 발령했다.

중국은 호수의 수위를 낮추는 작업을 구조의 최우선 과제로 두고 있다. 8명으로 구성된 전문 기술팀은 드론 항공 촬영과 3차원 모델링을 통해 호수 크기와 제방 상태를 조사하며 대응 방안을 찾는 중이다. 기술진은 제방의 낮은 부분을 굴착해 배수로를 만드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지만, 배수로를 지나치게 넓게 뚫으면 물이 한꺼번에 쏟아질 우려가 있다. 호수 주변은 가파른 절벽이 많아 중장비가 접근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리창 중국 국무원 총리는 27일 오후 지룽 재해 현장을 찾아 구조·복구 작업을 지휘했다. 중국 국가소방구조국은 28일 오전 종합소방구조대 681명과 차량 113대가 현장에 도착했다고 밝혔다. 구조대는 도로가 끊긴 지역에는 고무보트로 접근하거나 산을 넘어 도보로 진입하고 드론을 띄워 피해 지역을 수색하는 방식으로 실종자를 찾고 있다.

하지만 2차 재해 위험은 구조 작업까지 가로막고 있다. 지룽 통상구 일대에는 홍수와 산사태로 쓸려 내려온 대규모 토사가 쌓여 있지만 상류 호수가 무너질 가능성 때문에 본격적인 제거 작업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네팔에서도 시짱과 비슷하게 호수가 형성되어 2차 홍수 위험이 커지고 있다. 네팔 국가재난위험경감관리청도 홍수로 밀려온 토사가 보테코시강을 막아 호수가 만들어졌고, 수위가 계속 상승하고 있다고 밝혔다. 로이터는 네팔과 중국 양쪽에서 토사에 막혀 생긴 호수들이 추가 홍수 위험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26일 재난은 히말라야 고지대의 빙하와 암석이 무너지면서 시작됐다. 얼음과 암석은 시속 약 180㎞로 계곡을 따라 20㎞ 이상 쓸려 내려오며 거대한 토석류로 변했고 네팔의 마을과 지룽 통상구를 덮쳤다.

인명 피해는 계속 늘고 있다. 이번 재난으로 네팔에서 469명, 중국 시짱에서 3명 등 최소 472명이 숨졌다. AP는 네팔에서 977명, 중국 시짱에서 558명 등 양국에서 1535명이 실종된 것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실종자 가운데 카일라스산을 찾은 순례객과 관광객 등 외국인이 다수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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