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스팅하우스 ‘지분 인수’ 3大 조건[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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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탄소중립 실현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폭증에 따른 기저 전력 확보를 위해 원자력 발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30여 개국이 2050년까지 원전 용량 3배 확충을 선언하는 등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이러한 지정학적 구도 속에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자국 대표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WEC)의 지분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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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가 탄소중립 실현과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폭증에 따른 기저 전력 확보를 위해 원자력 발전으로 돌아서고 있다.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30여 개국이 2050년까지 원전 용량 3배 확충을 선언하는 등 ‘원전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그러나 현재 글로벌 원전 수출 시장은 강력한 국가 금융 지원을 등에 업은 러시아와 중국이 70% 이상을 독식하고 있다. 반면 원천기술 종주국인 미국은 오랜 신규 건설 정체로 시공 공급망과 산업 생태계가 크게 와해된 상태다.
이러한 지정학적 구도 속에 최근 미국 정부가 한국 측에 자국 대표 원전 기업인 웨스팅하우스(WEC)의 지분 공동 인수를 제안했다고 한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한국엔 중대한 기회다. 원천기술은 있으나 시공 인프라를 상실한 미국과 압도적인 시공 역량을 갖췄지만 특허 족쇄에 묶인 한국이 거대한 ‘원전 연합체’를 구축할 발판이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 WEC의 주요 주주로 참여할 경우 실익은 명확하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체코 원전 수주 과정에서 맺은 WEC와의 불리한 지식재산권 협약을 전향적으로 재협상할 결정적 계기가 된다. 향후 50년간 지급할 막대한 로열티와 기자재 구매 의무를 주주 배당이나 계약 개정으로 상쇄한다면 우리 원전 수출의 수익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다. 나아가 8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내 신규 원전 및 소형모듈원전(SMR) 프로젝트는 물론 동유럽 대형 원전 시장을 주도적으로 선점할 전기가 마련된다.
그러나 장밋빛 기대 이면의 치명적 리스크도 직시해야 한다. 2006년 WEC를 무리하게 인수했다가 파국을 맞은 일본 도시바를 뼈아픈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당시 도시바는 과도한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인수한 뒤, 미국 내 원전 건설 과정에서 공기 지연과 시공비 폭증으로 수조 원대 적자를 냈고, 2017년 WEC 파산보호 신청과 핵심 사업부 헐값 매각을 거쳐 결국 74년 만에 도쿄증시 상장 폐지라는 비극을 겪었다.
제2의 도시바 사태를 막으려면 치밀한 밸류에이션 검증과 협상이 필수다. 첫째, 조(兆) 단위 자금이 투입될 기업 가치 평가에서 ‘승자의 저주’를 피해야 한다. 공기 지연이나 자재비 상승에 따른 재무 리스크가 우리 정부와 공기업으로 전가되지 않도록 엄격한 손실 분담 구조를 설계해야 한다. 둘째, 단순 ‘시공 하청업체’로의 전락을 차단해야 한다. 투자 지분에 상응하는 의결권과 경영 참여권을 확보해, 고부가가치 설계 및 지적재산권 수익은 미국이 챙기고 고위험 시공만 한국이 떠안는 불공정 구조를 이사회 차원에서 강력히 견제해야 한다. 셋째, 기술 독립성 유지다. 지분 참여에 더해 한국 고유 노형과 독자 기술을 고도화하는 투 트랙 전략을 고수해야 기술 종속을 방지할 수 있다.
이번 WEC 지분 참여 논의는 한·미 에너지 안보 동맹의 미래 지형을 새로 짜는 고도의 산업 패권 전략이 돼야 한다. 글로벌 원전 시장 주도권 탈환을 위한 이번 협력이 양국 원전 연합의 글로벌 규격 및 SMR 표준화 주도로 이어지길 기대한다. 안정적인 전력망 인프라가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청정에너지 전환 시대에 양국이 최고의 기술·시공 동맹으로 거듭나도록, 실익을 극대화하는 정교한 협상 전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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