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공포가 만든 폭력… 누구나 제물이 될 수 있다[덕후의 서재]

2026. 8. 28.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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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버 웹툰 '제물 투표'(이아거 작)가 화제다.

전작 '나쁜 마법사의 꿈'에서 다수의 정의가 어떻게 악이 되는지를 그렸던 작가는, 이번에는 다수의 공포가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를 그린다.

새똥 맞기를 선택하지 않았듯이, 왕따를 선택하지 않았듯이, 제물을 선택하지 않았듯이 고를 수 없었던 운명이 더 많다. '제물 투표'의 악마가 직접 제물을 고르지 않는다는 설정이 의미심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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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덕후의 서재

네이버 웹툰 ‘제물 투표’(이아거 작)가 화제다. 지난 5월 연재를 시작하자마자 독자들 사이에 ‘명작의 기운’이라는 평이 따라붙었다. 버스 사고를 당한 산경고 2학년 3반 아이들은 악마가 지배하는 낯선 마을에 갇힌다. 마을의 규칙은 하나다. 이틀에 한 번, 투표로 한 사람을 뽑아 악마에게 바친다. 악마들이 인간 제물을 삼키면 마을은 이틀의 평화를 얻는다.

주인공 도현은 교실에서 왕따였다. 왕따를 당하던 친구를 도왔다는 이유로 미움을 샀다. 원래 왕따였던 친구도 별 이유 없이 왕따를 당했다. 지나가는 새가 흘린 새똥에 맞았을 뿐인데, 반 친구들이 더럽다며 피하다가 그대로 굳어졌다. 마을에서도 사정은 같다. 농사꾼, 간호사, 목수 같은 필수 인력은 투표에서 면제되고, 쓸모를 증명하지 못한 자부터 지목된다. 교실에 있었을 때부터 가해를 일삼던 친구는 어른들과 거래해 면제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는 도현을 제물로 밀어 넣는다. 교실의 손가락질이 마을의 거수로 이어지는 장면을 보며 슬슬 깨닫게 된다. 이 지옥도는 단순 공포 크리처 판타지가 아니라 우리가 아는 세계라는 것을. 전작 ‘나쁜 마법사의 꿈’에서 다수의 정의가 어떻게 악이 되는지를 그렸던 작가는, 이번에는 다수의 공포가 어떻게 폭력이 되는지를 그린다.

르네 지라르는 공동체가 위기에 처하면 아무나 한 명을 지목해 폭력을 몰아주고 평화를 산다고 했다. 희생양 메커니즘이다. 순서가 중요하다. 죄가 있어 제물이 되는 순서가 아니라, 제물로 뽑힌 뒤에 죄목이 발명된다. 왕따도 같다. ‘쟤는 그럴 만해’라는 말은 발명된 죄목이며, 방관자들의 알리바이일 뿐이다. 나는 다르니까 뽑히지 않으리라는. 그러나 셜리 잭슨의 소설 ‘제비뽑기’가 보여주었듯 지목은 우연이다. 누구나, 언제든, 아무 이유 없이 뽑힐 수 있다. 왕따가 된다면, 제물이 된다면, 피해자가 된다면 그것은 본인의 탓이 아니다. 이유가 있다는 믿음은 피해자를 두 번 벌하는 일이다.

인간은 본질 없이 ‘던져진 존재’라고 본 사람들도 있다. 우리는 시대도 부모도 교실도 고르지 못한 채 세계에 던져진다. 웹툰 속 아이들이 그 마을을 선택하지 않았듯이. 새똥 맞기를 선택하지 않았듯이, 왕따를 선택하지 않았듯이, 제물을 선택하지 않았듯이 고를 수 없었던 운명이 더 많다. 던져짐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다. 다만 던져진 자리에서 무엇을 할지는 각자의 몫이다. ‘제물 투표’의 악마가 직접 제물을 고르지 않는다는 설정이 의미심장하다.

전혜정 청강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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