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때 장기연체 소상공인 빚 갚아준다…정부 "도덕적해이 크지 않아"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차주 지원 방안
"소각·감면·연장 등 방식·대상 4분기 발표"

정부가 코로나19 당시 빚으로 버틴 뒤 장기연체에 빠진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채무 감면·소각을 포함한 특별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반복되는 정부의 빚 탕감이 도덕적 해이를 부를 수 있다는 지적에 정부는 채무조정 과정에서 고의로 빚을 갚지 않은 사례는 미미했으며 그러한 논란이 확산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2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주재로 열린 비상경제본부 회의 겸 경제관계장관회의 겸 민생물가특별관리 관계장관 TF에서 이러한 내용의 '금리 상승기 대비 취약차주 지원 방안'을 발표했다.
이번 대책의 핵심은 코로나19 시기 누적된 소상공인 부채 정리다. 2020~2023년 은행권·정책금융을 통해 공급된 개인사업자 대출 358조7000억원 중 미상환 잔액은 154조7000억원(43.1%)으로, 이 중 3개월 이상 장기연체 비율은 4.1%(6조3000억원)다.
정부는 코로나 때 소상공인 지원이 영업손실에 대한 직접 보상보다 대출과 만기연장·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에 집중된 만큼 누적 채무를 계속 미루기보다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전 금융권 개인사업자 연체율은 2019년 0.72%에서 2021년 0.43%, 지난해 1.81%, 올해 3월 말 2.05%까지 상승했다.
이에 내년 금융권과 공공기관이 보유한 코로나 피해 개인사업자·법인 소상공인의 무담보 장기연체채권을 대상으로 특별 채무조정을 추진한다. 장기연체채권 기준은 코로나 종료(2023년 6월) 이전 연체가 발생해 지금까지 지속되는 연체채권을 의미한다.
소상공인이 상환능력을 완전 상실한 경우 채권을 매입·소각하는 새도약기금, 일부 상환능력이 있다면 원금을 감면하거나 상환기간을 연장하는 새출발기금과 같은 방안 등이 검토된다. 구체적인 지원 대상과 감면율, 규모는 금융위원회가 추가 설계해 이르면 올해 4분기 내 발표할 예정이다.
강기룡 재경부 차관보는 전날 브리핑에서 "오래 누적된 채무를 계속 놔두고 상환만 미루는 것이 맞느냐는 고민이 있었다"며 "소각일지, 만기연장 방식일지 고민이 있다. 상환 능력, 새출발기금·새도약기금과의 관계, 성실상환자의 요구도 감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20년 넘게 사실상 회수하지 못한 금융공공기관의 장기연체채권도 정리한다. 정부는 올해 하반기 금융공공기관이 보유한 20년 이상 장기연체채권을 일괄 소각하고, 수출입은행도 중소기업 장기 미상환 특수채권 162억원과 관련 연대보증인 채무를 정리한다.
정부가 채무 감면을 반복하면 '버티면 결국 빚을 탕감해준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도덕적 해이 우려도 나온다. 정부는 상환 가능성을 면밀히 따져 지원 대상을 정하고, 채무조정 이후 재기 프로그램까지 연계해 '단순 탕감'으로 끝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이와 관련해 강 차관보는 "새출발기금을 운영하면서 느낀 것이지만 악의를 가지고 일부러 빚을 갚지 않다가 탕감받은 경우는 거의 없을 정도로 미미했다"며 "관념적으로 (빚을) 안 갚을 거다,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하는데 생각보다 그런 일은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빚 탕감 시) 회전문 창업이 없도록 동일업종 창업을 막고 임금근로자로 갔을 때 원금을 조금 더 감면해주는 등의 세심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며 "도덕적 해이가 만연하거나 확산되진 않을 거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성실상환 중소기업·소상공인에 대한 인센티브도 마련했다. 기업은행의 '소상공인 희망 Dream 대출' 공급을 올해 1조5000억원에서 3조원으로 2배 늘리고 성실상환 중인 경영애로 소상공인에게 금리를 1.8%포인트(p) 우대한다. 신용보증기금의 '소상공인 스텝업 특례보증'도 보증료율 우대 폭을 0.3%p에서 0.4%p로 확대한다.
한국은행도 금융중개지원대출을 개편해 지방 중소기업, 개인사업자 지원을 확대하고 중소기업 전반에 대한 신용연계지원도 신설한다.
서민금융 공급도 늘린다. 햇살론 일반·특례보증은 올해 5조9000억원에서 내년 6조2000억원으로 3000억원 확대한다. 연 4.5% 금리로 최장 10년간 이용할 수 있는 소액·저리·장기대출을 새로 도입한다. 청년 미소금융 한도도 500만원에서 1000만원 이내로 확대한다.
정부의 고강도 취약차주 지원 비용이 일반 금융소비자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에 강 차관보는 "은행, 보험·증권사를 망라해 금융회사들의 전반적인 영업 상황이 괜찮아 사회적 기여 차원에서 일부 떠안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비용 전가 문제는 당장 없을 것이고 그런 일이 없도록 금융당국이 잘 관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환능력을 아예 상실한 채권까지 계속 보유하면서 정상적인 금융활동을 막는 것이 맞는지도 균형 있게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소각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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