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인패권] ㊦ 원화 스테이블코인 어디까지 왔나···법은 아직, 은행·핀테크는 먼저 뛴다

박소연 기자 2026. 8. 28.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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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검토안 나왔지만 핵심 쟁점 남아
은행 과반 컨소시엄 놓고 의견 갈려
결제·정산 실증은 이미 금융권 곳곳서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움직이고 있다. 최근 비트코인과 주요 가상자산 가격이 반등하는 가운데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금리 인하 압박과 재무부의 국채 운용, 가상자산 규제 정비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특히 달러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으로 끌어들이는 정책은 가상자산 산업 육성을 넘어 달러의 사용 영역과 미 단기국채 수요를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미 재무부 역시 스테이블코인 확대가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를 강화하고 국채 수요를 늘릴 수 있다는 기대를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확산은 국내 금융시장에도 과제를 던진다. 디지털자산 시장에서 달러 사용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원화의 역할을 어떻게 확보할 것인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은 누가 어떤 방식으로 발행하고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도 본격화하고 있다. 여성경제신문은 [코인패권] 기획을 통해 최근 암호화폐 시장이 다시 움직이는 배경과 미국의 금리·국채 정책을 상편에서 살펴보고, 달러 스테이블코인 확대와 미 국채 수요의 연결고리를 중편에서 짚는다. 이어 하편에서는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가 어디까지 왔는지와 국내 금융권이 풀어야 할 쟁점을 살펴본다.
AI 생성 이미지 /ChatGPT

미국이 달러 스테이블코인의 제도권 편입을 본격화하고 세부 규칙 마련에 들어간 사이 한국에서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가 진행 중이다. 금융당국은 디지털자산기본법 정부 검토안을 마련해 관계기관과 협의하고 있으며 은행과 핀테크·플랫폼 기업들은 법제화에 앞서 결제와 정산, 해외송금 등을 염두에 둔 기술 검증에 착수했다.

앞서 여성경제신문은 올해 초 [원화S코인] 기획을 통해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에 들어오기 위해 풀어야 할 과제를 점검했다. 논의의 중심에는 누가 코인을 발행할 것인지부터 준비자산을 어떻게 관리하고 발행사가 부실해졌을 때 어떤 절차로 상환·퇴출할 것인지,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어디에 사용할 것인지 등이 놓여 있었다. 특히 은행과 비은행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가 제도화의 주요 쟁점으로 꼽혔다.

관련 쟁점을 점검한 이후 원화 스테이블코인 제도화 논의는 정부 검토안 마련과 본격적인 입법 논의 단계까지 왔다. 금융위원회는 관계기관 협의를 이어가고 있으며 여당은 정부와의 협의를 거쳐 9월 통합안 발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다만 가장 큰 쟁점인 발행 주체 문제는 아직 결론이 나지 않았다. 은행이 발행 법인의 과반 지분을 가져야 하는지를 둘러싼 논쟁도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현재 국내 가상자산 규율의 중심인 가상자산이용자보호법은 이용자 자산 보호와 불공정거래 규제 등에 초점을 맞춘 1단계 법이다. 스테이블코인의 발행과 준비자산·상환, 디지털자산 사업자의 진입 규제 등은 2단계 법인 디지털자산기본법에서 다뤄질 예정이다.

계속되는 발행 주체 논쟁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발행 주체를 둘러싸고는 은행 중심으로 시작해야 한다는 입장과 일정한 요건을 갖춘 비은행에도 문을 열어야 한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한국은행은 제도 도입 초기에는 은행 중심 컨소시엄에 발행을 허용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지지하고 있다. 은행이 자본과 유동성, 자금세탁방지 규제를 받고 중앙은행의 지급결제망에도 연결돼 있어 대규모 상환 요구나 준비자산 문제가 발생했을 때 기존 금융감독 체계 안에서 대응하기 상대적으로 쉽다는 논리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은행 중심 방안의 하나로 은행들이 발행 법인의 지분 50%+1주 이상을 보유하고 핀테크·플랫폼 기업이 함께 참여하는 방식이 거론돼 왔다. 은행이 경영권을 확보해 금융 안정과 이용자 보호를 책임지고 기술기업은 서비스 개발과 유통에 참여하는 방식으로 안정성과 혁신을 함께 확보하자는 취지다. 다만 금융당국은 은행의 과반 지분 보유를 포함한 발행 법인의 주주 구성이 확정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대쪽에서는 은행이 과반 지분을 보유한다는 사실만으로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편다. 준비자산과 상환 의무, 유동성 관리와 내부통제 등 동일한 규제를 충족한다면 비은행에도 발행을 허용해야 한다는 것이다. 은행에 지배권을 우선 부여할 경우 핀테크·플랫폼 기업의 사업 주도권과 경쟁을 제약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앞서나가는 금융권 실증

금융권의 실증은 결제와 정산 단계까지 진행되고 있다. 가장 최근에는 우리은행과 쿠팡이 지난 7월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해 쿠팡이츠 주문 결제대금을 가맹점주에게 실시간으로 정산하는 기술검증(PoC)을 마쳤다. 우리은행은 전자지갑과 은행 계좌를 연결해 원화와 스테이블코인을 서로 바꾸는 온·오프램프 기능도 구현했다.

지방은행들도 발행과 유통, 결제 과정의 기술 검증에 나섰다. BNK부산은행은 지난 6월 다날핀테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충전·결제·환불·송금·정산 기능을 시험하고 실제 서비스에 필요한 처리 속도와 안정성을 점검했다. JB전북은행도 지난 4월 다날핀테크와 원화 스테이블코인의 유통부터 가맹점 결제·정산까지 전 과정을 실거래와 비슷한 환경에서 검증했다. iM뱅크는 핑거·밸리데이터와 함께 은행 예치금과 블록체인상 발행량을 실시간으로 맞춰보는 시스템과 보안 기술 등을 검증하고 있다.

카드업계도 기존 결제망에 스테이블코인을 적용하는 방식을 시험하고 있다. 여신금융협회와 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NH농협카드 등 9개 카드사는 지난 7월 공동 PoC를 마치고 원화 스테이블코인으로 결제 승인과 정산, 거래 취소 등을 처리할 수 있는지 검증했다. 신한카드는 이에 앞서 고객과 가맹점의 지갑 간 직접 결제와 카드대금 납부, 국가 간 송금·정산 등 스테이블코인을 활용한 결제 시나리오를 별도로 시험했다.

신한은행은 스테이블코인 제도화에 대비해 자금세탁방지 체계도 강화하고 있다. 블록체인 컴플라이언스 전문기업 보난자팩토리의 KYT(Know Your Transaction) 솔루션 '트랜사이트'를 도입해 온체인 모니터링 체계를 구축했다. 트랜사이트는 블록체인상 거래 정보와 지갑 주소를 분석해 자금세탁이나 보이스피싱 등 금융범죄와 연관된 위험 신호를 점검하는 방식이다. 스테이블코인이 결제와 송금에 활용될 경우 거래 편의뿐 아니라 불법자금 이동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걸러낼 수 있는지도 금융권의 주요 과제가 되고 있다.

달러코인과 맞붙으려면 '쓸 곳'부터

달러 스테이블코인은 세계적인 달러 보유·결제 수요를 기반으로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 원화는 달러와 같은 기축통화 수요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실제 거래에서 원화 스테이블코인을 써야 할 이유를 만드는 것이 먼저다.

가장 가까운 시장은 결제와 정산이다. 국내 금융회사들이 가맹점 실시간 정산과 카드 결제 등으로 기술 검증 범위를 넓히는 것도 기존 금융망보다 빠르고 간편하게 처리할 수 있는 영역을 찾기 위해서다. 국내 결제만으로는 기존 카드와 계좌이체를 대체할 유인이 크지 않을 수 있는 만큼 국가 간 송금이나 글로벌 커머스·콘텐츠처럼 여러 금융기관과 결제망을 거쳐야 하는 거래에서 효용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사용처를 해외로 넓히려는 움직임도 시작됐다. 최근 게임·플랫폼 업계에서는 원화 연동 스테이블코인 KRWQ를 글로벌 게임 결제·정산에 적용하는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게임과 콘텐츠, 해외 전자상거래처럼 한국 기업과 해외 이용자 사이에서 거래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시장은 원화 스테이블코인이 초기 수요를 확보할 수 있는 후보로 꼽힌다.

코인을 쓸 수 있는 유통망도 함께 갖춰져야 한다. 은행이 발행하더라도 이용자가 보유하거나 결제할 지갑과 거래소, 결제 플랫폼이 연결되지 않으면 유통 규모를 키우기 어렵다. 네이버·두나무와 카카오·은행권 등이 금융회사와 거래소, 결제 플랫폼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준비하는 것도 발행 이후 유통망까지 확보하려는 움직임과 맞닿아 있다.

마지막으로 원화와 스테이블코인을 손쉽게 바꿀 수 있는 연결고리가 필요하다. 이용자가 필요할 때 원화를 코인으로 전환하고 다시 원화로 상환할 수 있어야 결제와 송금 수단으로 기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준비자산과 상환 체계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동시에 은행 계좌와 지갑을 연결하는 온·오프램프를 얼마나 넓게 구축하느냐도 시장 확대를 좌우할 요소다.

☞온·오프램프: 법정화폐와 가상자산을 서로 교환할 수 있게 연결하는 통로. 은행 계좌의 원화를 스테이블코인으로 바꾸는 과정은 온램프, 스테이블코인을 다시 원화로 환전해 계좌로 보내는 과정은 오프램프에 해당한다.

☞KYT(Know Your Transaction): 블록체인상 거래 흐름과 지갑 정보를 분석해 자금세탁이나 불법자금 이동 가능성을 확인하는 절차. 거래 상대방의 지갑이 제재 대상이나 범죄 연관 주소와 연결돼 있는지 등을 추적하는 데 활용된다.

☞기술검증(PoC): 새로운 기술이나 서비스가 실제 환경에서 구현 가능한지 사전에 시험하는 절차. 정식 상용화에 앞서 결제·정산·송금 기능이나 처리 속도, 안정성 등을 확인하는 데 활용된다.

여성경제신문 박소연 기자
syeon0213@seoulmed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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