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우리 딸들이 그런 욕을, 문화충격”···여성 욕설에 성차별 논란 격화되는 인도

인도에서 시험 문제 유출에 항의하는 Z세대 시위대가 정치인을 향해 사용한 욕설을 둘러싼 논쟁이 정치권으로 번지고 있다. 특히 젊은 여성 시위대의 욕설을 두고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문화적 충격”이라고 표현하면서 여성에게만 다른 잣대를 적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다.
영국 BBC는 27일(현지시간) 최근 인도 시위대의 욕설 논란이 여성의 정치적 발언과 가부장제에 대한 논쟁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보도했다.
시위대 15세 소녀 욕설, 온라인서 십자포화···모디 총리 “문화적 충격”

논란은 지난달 델리 등에서 수 주간 이어진 바퀴벌레국민당(CJP) 시위 과정에서 일부 젊은 여성 참가자들이 나렌드라 모디 총리를 향해 욕설을 하거나 조롱하는 영상이 SNS를 통해 확산하면서 불거졌다.
경찰이 관련 게시물에 대한 수사에 나서면서 15세 소녀가 논란의 중심에 섰다. 자신의 욕설이 담긴 영상을 삭제하고 사과했지만 비난은 이어졌다. 소녀와 가족들은 온라인에서 악성 댓글과 협박이 계속되면서 여러 차례 거처를 옮긴 것으로 전해졌다.
CJP 측은 욕설을 시위의 표현 방식 중 하나로 봤다. CJP 대변인 소라브 다스는 BBC에 “욕설과 시위는 오랫동안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다”며 “일부에게 불쾌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욕설이 범죄가 될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모디 총리도 시위 이후 SNS에 영상을 올려 이를 직접 언급했다. 그는 젊은 여성들이 자신을 향해 욕설한 것을 두고 “어떻게 우리 딸들이 그런 말을 할 수 있느냐”며 “문화적 충격”이라고 표현했다. 그러면서도 “실수는 어린 시절에 할 수 있는 일”이라며 이들을 용서하겠다는 취지로 말했다.
그러나 모디 총리는 학생 시위대에 대한 경찰의 강경 진압이나 여성 참가자들이 온라인에서 받은 성적 협박이나 신상정보 유출 문제 등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왜 여자만 문화적 충격인가”

모디 총리의 발언은 반발을 불렀다. 야당 지도자인 라훌 간디는 최근 대학생들과 만난 자리에서 “남자가 욕하면 괜찮고 여자가 욕하면 문화적 충격이냐”며 모디 총리를 비판했다.
그는 모디 총리가 여성 시위대의 욕설을 별도로 문제 삼은 것 자체가 가부장적 시각을 드러낸다고 지적했다. 간디는 “여성에게는 정해진 자리가 있고 남성에게는 완전한 자유가 있다는 사고방식은 무엇이냐”며 “남성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욕하고 싶으면 욕해도 된다는 것이냐. 이런 가부장제를 깨뜨려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시위대에게 쏟아진 온라인 공격도 ‘성별에 따른 이중잣대’ 논란을 키웠다. 모디 총리를 비판해온 이들 사이에서도 여성 참가자들의 욕설이 지나쳤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여성들에게는 남성 참가자들보다 훨씬 거센 비난과 성적 협박 등이 집중됐다는 것이다.
인도에서 여성이 공개적으로 욕설을 사용하는 것이 전례 없는 일은 아니다. 인도 젠더 문제를 다뤄온 언론인 나미타 반다레는 BBC에 “북부 인도 일부 지역에서는 결혼식에서 신부 측 여성들이 신랑 측을 향해 욕설이 섞인 노래를 부르는 전통도 있다”며 “평소에는 용인되던 여성의 욕설이 정치적 공간에서 등장하자 ‘문화적 충격’으로 규정한 것은 이중잣대”라고 지적했다.
반다레는 “여성들은 너무나 형편없이 대우받고 공격의 대상이 되기 쉽다”며 “그런데 여성들이 욕설을 사용하면 모두가 ‘어떻게 여자애들이 욕을 할 수 있느냐’고 묻는다”고 말했다.
정치권 뿌리 깊은 ‘여성 비하’ 도마에

모디 총리 역시 과거 성차별적 발언으로 여러 차례 비판을 받았다. 그는 2022년 독립기념일 연설에서 “인도 사회에 만연한 여성혐오에 맞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지만, 구자라트주 총리였던 2004년에는 야당 정치인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한 여성 정치인을 ‘저지 소’에 빗댄 발언을 했다. 소는 인도에서 신성한 동물이지만, ‘저지 소’는 외래종을 가리키는 표현으로 여성을 비하한 것이라는 비판이 거셌다.
최근에는 다카이치 사나에 일본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그를 “나의 여동생”이라고 불러 논란이 일었다. 외교 무대에서 여성 지도자를 ‘여동생’이라 호칭한 것은 성별·나이에 따른 위계적 인식을 드러낸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각에선 인도 정치권 전반에서 남녀를 막론하고 거친 언어와 인신공격이 일상화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최근 인도 TV 정치 토론 뿐 아니라 법정과 의회에서도 욕설과 혐오 표현이 반복되고 있다고 BBC는 전했다.
사회학자 시브 비슈와나탄은 욕설의 확산을 민주주의의 위기와 연결했다. 그는 “욕설 사용은 민주주의가 더 심각하게 무너지고 있다는 징후”라며 “토론의 종식과 존중의 부재를 보여준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mj10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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