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허위종결 경찰, 재수색때도 투입돼 태연히 위치 조회

제주=송은범 기자 2026. 8. 28.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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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에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모 씨(37)의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부모 경장(34)이 7월 가족의 재신고로 다시 시작된 수색에도 그대로 투입돼 장 씨의 위치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27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부 경장은 5월 15일 장 씨의 최초 실종 신고를 받고 2시간여 만에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스스로 종결한 뒤 전산 시스템에는 '교통사고 사망'이라고 입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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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종여성 “교통사고 사망” 입력하고
두달뒤 다시 찾겠다며 직접 조회
성인실종법 11년째 국회벽 못넘어
與 “신속 논의”… 유족 “개선 기대”
빈소 찾은 제주청장 “억울한 일 없도록 수사” 27일 고평기 제주경찰청장이 제주 실종 신고 허위 종결 사건의 피해자 장모 씨(37)를 조문하기 위해 제주의 한 병원에 마련된 빈소에 들어가고 있다. 고 청장은 “(유족에게) ‘고인께서 한 점 억울한 일이 없도록 철저히 수사해 통보드릴 것’이라고 말씀드렸다”고 했다. 제주=뉴시스
제주에서 실종 104일 만에 숨진 채 발견된 장모 씨(37)의 신고를 허위로 종결한 혐의를 받는 제주서부경찰서 부모 경장(34)이 7월 가족의 재신고로 다시 시작된 수색에도 그대로 투입돼 장 씨의 위치를 조회한 것으로 드러났다. 5월 본인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며 허위로 시스템에 입력해 놓은 실종자를 다시 찾겠다며 위치를 추적한 것. 경찰이 추정한 장 씨의 사망 시점은 5월 13일로, 재수색 당시엔 이미 숨진 지 두 달이 지난 뒤였다.

● ‘사망 종결’해 놓고 재신고에 위치 4차례 조회

27일 제주경찰청에 따르면 부 경장은 5월 15일 장 씨의 최초 실종 신고를 받고 2시간여 만에 “연락이 닿았다”며 사건을 스스로 종결한 뒤 전산 시스템에는 ‘교통사고 사망’이라고 입력했다. 이에 따라 동료 경찰관들은 해당 기록을 쉽게 조회할 수 없게 됐다. 하지만 장 씨가 이후로도 연락이 닿지 않자 그의 가족은 지난달 19일 서울 노원경찰서에 다시 신고했고, 이후 제주경찰의 재수색이 시작됐다.

본인이 허위 종결한 사건의 재수색에 부 경장은 태연하게 참여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박상웅 국민의힘 의원이 제주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부 경장은 지난달 20일 오후 5시 16분부터 다음 날 오후 2시 20분까지 하루 사이 4차례 장 씨의 휴대전화 위치를 직접 조회했다. ‘교통사고 사망’이라고 허위 입력해 놓은 지 두 달 만에 당사자를 찾겠다며 위치를 조회한 것이다.

게다가 지난달 2일 부 경장은 또 다른 60대 남성의 실종 신고도 임의로 종결한 상태였다. 두 건의 허위 종결을 진행한 부 경장은 관련 사실을 동료들에게 알리지 않았다.

경찰이 부 경장의 범행을 알아챈 건 한참 뒤였다. 가족의 재신고 이후에도 장 씨의 생활 흔적이 전혀 확인되지 않자 경찰은 지난달 27일부터 진료 기록과 출입국 정보, 고용 정보까지 뒤졌지만 소용없었다. 결국 압수수색 영장을 통해 통화와 계좌 내역을 확인했고, 그제야 “장 씨와 통화했다”는 부 경장의 말과 달리 실제 통화 기록이 전혀 없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대해 고평기 제주청장은 이날 “초기엔 ‘장 씨와 실제로 통화했다’는 부 경장의 주장을 거짓이라고 단정할 수 없었다”고 했다. 또 고 청장은 장 씨의 사인에 대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연은 장 씨 부검 결과 목매 숨질 때 주로 부러지는 목뿔뼈에서 골절이 발견됐지만 시신 부패가 심하고 부분적으로 백골화해 외상·질식 등을 논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 성인실종법, 11년 만에 국회 움직이나

이번 사건으로 성인 실종자도 아동이나 지적장애인, 치매 환자처럼 신속히 수색할 수 있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면서 정치권도 관련법 처리에 속도를 내고 있다. 현재 실종 아동 등은 폐쇄회로(CC)TV 영상, 교통·신용카드와 진료 명세 등을 영장 없이 받아볼 수 있지만 성인은 관계 기관이 협조하지 않으면 영장부터 받아야 한다. 자살 가능성, 의료적 치료 필요성 등 고위험군이면 영장 없이 이런 자료를 확보할 수 있게 하는 관련 법안은 2015년 이후 10여 건 발의됐지만 11년째 처리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이날 “22대 국회에서도 4건 발의됐지만 여전히 국회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며 “논의를 서두르겠다”고 밝혔다.

경찰도 입법에 긍정적이다. 장 씨의 경우 실종 경보를 발령하기 위해 그를 ‘장애인’으로 입력하는 편법을 써야 했지만 성인실종법이 개정되면 일반 성인 실종 신고에 대해서도 휴대전화 문자메시지 실종 경보를 알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제주의 한 병원에 마련된 빈소를 지킨 장 씨의 아버지도 “이번 일을 계기로 우리 딸 같은 일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번 기회에 시스템이 개선되기를 바란다”고 했다.

※제주 실종 허위 종결 사건 피해자의 유가족은 언론에 이번 사건에 대해 피해자 익명 보도를 요청했습니다. 동아일보는 이 요청에 따라 피해자를 익명으로 보도합니다.

제주=송은범 기자 seb1119@donga.com
제주=이다겸 기자 gyeom@donga.com
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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