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사가 하나의 시"라던 코르티스…한로로 '0+0'은 왜 돈 라임이 됐나 [MD포커스]

[마이데일리 = 강다윤 기자] 좋아해서 이름을 넣었다. 하지만 그 방식까지 모두가 반긴 것은 아니었다. 그룹 코르티스가 선배 가수 한로로를 향한 팬심을 드러냈지만, 신곡 속 한 줄의 가사는 예상 밖의 논란으로 번졌다.
코르티스는 최근 서울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데뷔 1주년 기념 공연에서 신곡 '머니머니머니(MONEYMONEYMONEY)' 무대를 처음 공개했다. 돈에 대한 10~20대 멤버들의 솔직한 생각을 담은 힙합 곡으로, 멤버 전원이 작사와 작곡에 참여했다.
논란이 된 건 "난 될래 놀며 돈을 버는 사람 뽀로로 / 통장에 0에 0을 더해 마치 한로로 / 저능해진다더니 다들 침을 호로록"이라는 가사다. '뽀로로', '한로로', '호로록'으로 라임을 맞추면서 한로로의 곡 '0+0'을 통장 잔액과 연결했다.
문제는 '0+0'이 팬들에게 단순한 숫자 조합으로 받아들여지는 곡이 아니라는 점이다. '0+0'은 한로로의 세 번째 미니앨범 '자몽살구클럽'에 수록된 곡으로, 이 앨범은 한로로의 첫 소설 '자몽살구클럽'과 세계관을 공유한다. 소설은 상처와 결핍을 가진 청소년들이 서로를 만나고, 서로를 붙잡으며 살아갈 이유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앨범 역시 이 소설의 서사를 음악으로 이어간다. 수록곡들은 소설의 흐름을 따라가고, 타이틀곡 '시간을 달리네'와 '0+0', 선공개곡 '도망'의 뮤직비디오에도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등장한다. 이 가운데 '0+0'은 "난 우리를 영영 잃지 않아 / 너도 영영 그럴 거지"라는 노랫말처럼 서로를 버리지 않고 함께하겠다는 마음을 담고 있다.
때문에 팬들에게 '0+0'은 단순히 라임을 맞추기 좋은 숫자 두 개가 아니었다. 그런데 코르티스의 노래에서는 이 제목이 통장에 0을 더해 돈을 불리는 의미로 쓰였다. 원곡이 가진 맥락은 빠진 채 제목과 한로로라는 이름만 언어유희의 재료로 남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 이유다.
이런 가운데 코르티스 멤버 건호는 24일 팬 커뮤니티 플랫폼 위버스에 한로로를 향한 장문의 글을 남겼다. 그는 "가사가 하나의 시로 읽혀져서 리스너의 입장에서 가사를 제 경험에 빗대어 공감할 수 있어서 선배님 음악을 좋아한다"며 한로로를 향한 팬심을 드러냈다.
다만 논란이 된 가사가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 한로로 측과 사전에 관련 내용을 공유했는지 등에 대해서는 따로 언급하지 않았다.
특히 "가사가 하나의 시로 읽힌다"는 설명은 오히려 또 다른 의문을 남겼다. 그만큼 한로로의 작품을 깊게 들여다봤다면, 소설과 앨범의 서사 안에 놓인 '0+0'을 전혀 다른 돈의 맥락으로 가져온 선택에는 왜 같은 고민이 닿지 않았느냐는 것이다.
논란이 계속되자 결국 한로로가 직접 입을 열었다. 한로로는 "'늙크크'인 제가 많은 분들의 연락 덕에 코르티스 멤버분들의 소중한 마음이 담긴 노래와 글을 무사히 전해 받았다"고 밝혔다.
이어 "음악 하는 사람들이 음악으로 소통하고 서로의 마음을 채워 주는 것만큼 의미 있는 게 어디 있느냐"며 "이번 신곡에서의 언급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가고 있다"고 전했다.
또한 한로로는 "'0+0'이 제작된 모든 과정을 지켜봐 온 팬분들이 혹여나 이번 일로 크게 속상해하는 일이 더 이상 없었으면 하는 마음"이라며 자신을 걱정한 팬들도 챙겼다.
한로로가 직접 후배들의 마음을 받아들이면서 당사자 간 갈등으로 번지는 것은 피했다. 다만 한로로가 이번 일을 좋은 뜻으로 받아들였다고 해서 팬들이 처음 가사를 접하고 느낀 불쾌함까지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다.
코르티스는 멤버들이 직접 작사와 작곡에 참여하는 팀이다. 다른 가수의 이름과 작품을 자신의 가사에 가져왔다면, 팬심을 전하는 것만큼 그 작품이 가진 맥락을 살피는 과정도 필요했다.
팬심은 전해졌고 한로로 역시 그 마음을 받아줬다. 그럼에도 "가사가 하나의 시"라고 느낄 만큼 좋아했다던 '0+0'이 왜 통장 속 0을 더하는 라임이 됐는지는 여전히 아쉬움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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