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와 육지 진미가 한상 가득… 서울서 맛보는 남도 ‘이모카세’[김도언의 너희가 노포를 아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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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를 운영하는 후배가 한턱내겠다고 했다. 얼마 전 기획 자문을 해준 데 대한 성의 표시란다.
근년 들어 주인이 그날의 재료로 요리를 해내는 상차림이란 뜻의 오마카세(お任せ)가 일식집을 중심으로 유행했는데, 한식에도 '이모님'이라 불리는 주인이 알아서 내주는 이모카세 스타일이 생겼다.
노포를 오래 관찰하면서 깨달은 것인데, 이는 시장 상인들이 서로의 바쁜 형편을 헤아리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일종의 불문율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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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포식당의 메뉴는 식도락가들이 탄성을 내지를 만하다. 남도 음식들이 정신을 차릴 수 없을 정도로 깔린다. 이른바 ‘이모카세(이모+오마카세)’다. 근년 들어 주인이 그날의 재료로 요리를 해내는 상차림이란 뜻의 오마카세(お任せ)가 일식집을 중심으로 유행했는데, 한식에도 ‘이모님’이라 불리는 주인이 알아서 내주는 이모카세 스타일이 생겼다.
1차로 깔리는 음식은 해산물이 주를 이룬다. 문어숙회, 양념게장, 오징어볶음, 멍게, 명란, 칠리새우, 전복구이, 생선조림, 꼬막, 조기구이, 가리비찜, 소라숙회 등이 놓이고, 여기에 잡채와 계란말이, 호박전, 육전 같은 육지의 기름진 메뉴가 곁들여져 풍미의 균형을 맞춰준다. 갓김치와 나물류도 기대 이상의 맛을 낸다.
어디서부터 젓가락을 가져가야 할지 행복한 고민을 하며 하나하나 맛본다. 어쩌면 이리도 정확하게 재료 본연의 맛을 끌어냈는지, 익힌 것은 익힌 것대로, 조린 것은 조린 것대로, 구운 것은 구운 것대로 그 정도가 이상적이다. 중간중간 더해지는 음식들은 식객의 입을 다물지 못하게 할 정도다.
먼저 상상도 못 했던 홍어삼합이 나온다. 홍어의 삭힘 정도나 식감부터 저렴한 외국산이 내는 맛이 아니다. 적당히 수분을 머금은 수육과 묵은지도 훌륭해 홍어삼합 전문점에서나 맛볼 수 있는 수준이다. 이어 신선한 활어회가 나오는데, 내가 갔던 날에는 선도 좋은 광어회가 나왔다. 제철 요리를 내는 집답게 겨울철엔 방어회랑 석화가 나온다고 한다. 육해공의 진미를 맛보고 있으면 화룡점정을 찍듯 꽃게찜과 꽃게탕이 놓인다. 꽃게는 살이 꽉 차 있어 재료를 얼마나 까다롭게 고르는지 알 수 있다. 홍어삼합이나 활어회, 꽃게찜은 여느 식당에서는 하나하나가 메인 메뉴에 해당하는 음식이다. 이를 한 상에서 모두 맛볼 수 있으니 분명 호사가 아닐 수 없다.
이 집의 또 다른 특징은 시장 안에 있는 대부분의 노포가 그렇듯 손님들이 당연한 듯 ‘품앗이’를 한다는 점이다. 가만히 앉아 내주는 것만 먹는 게 아니라 술은 직접 꺼내 마시고, 밥과 반찬이 더 필요할 때도 직접 가져다 먹는다. 노포를 오래 관찰하면서 깨달은 것인데, 이는 시장 상인들이 서로의 바쁜 형편을 헤아리면서 자연스럽게 생겨난 일종의 불문율인 것 같다. 손님들도 아무 불만 없이 이 풍속을 존중하고 따른다.
현재 1인당 가격은 4만 원으로 서민들에게는 다소 부담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음식의 가짓수와 수준을 생각하면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생각이 든다. 제철 재료로 음식을 내는 집인 만큼 계절에 한 번씩, 그러니까 1년이면 네 번 정도 열심히 살고 있는 자기 자신에게, 또는 친한 친구나 정인에게 격려와 응원의 뜻을 전하고 싶을 때 찾으면 어떨까 싶다. 솔직히 감춰두고 혼자서만 즐기고 싶은 집인데, 이렇게 소개글을 쓰고 있는 심사라니.
김도언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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