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재난 이후의 시간을 함께 건너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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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부터 사흘간 9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거제.
하지만 나뭇가지부터 스티로폼, 생활폐기물까지 마을 앞 바닷가는 폭우가 남기고 간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담벼락에는 흙탕물이 차올랐던 자국이 선명하고, 배수로에는 미처 걷어내지 못한 토사가 남아 있어 다시 비가 내릴까 주민들의 마음은 급하기만 한데요.
하지만 자신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누군가의 일상을 되찾아주기 위해 쓰레기를 치우고 진흙을 걷어내며 자신의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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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창원] 8월 15일부터 사흘간 900㎜가 넘는 비가 쏟아진 거제.
200년 만의 극한호우는 평범했던 일상을 한순간에 바꿔놓았습니다.
비가 그친 자리에서는 무너진 일상을 다시 일으키는 일이 시작됐습니다.
멀리서 달려와 진흙을 걷어내며 힘을 보태는 사람들.
그 현장으로 가봅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바다는 다시 잔잔해졌습니다.
하지만 나뭇가지부터 스티로폼, 생활폐기물까지 마을 앞 바닷가는 폭우가 남기고 간 쓰레기로 가득합니다.
큰 잔해는 걷어냈지만, 남은 쓰레기는 하나씩 줍고 치워야 하는 상황인데요.
이날 사천시청 공무원 40여 명이 이른 아침부터 복구에 나섰습니다.
[허원권/사천시청 시민안전국 국장 : "와서 보니까 진짜 거제시 주민들이 얼마나 많은 피해를 입었는지 실감하고, 저희들이 (자원봉사 활동을) 하는 동안 최대한 열심히 해서 그 아픔을 나누고자 합니다."]
하나둘 포대가 채워질수록 쓰레기에 가려졌던 바닷가도 조금씩 제 모습을 드러내는데요.
고령의 주민들만으로는 엄두를 내기 어려웠던 일이었습니다.
[박오홍/대계마을 이장 : "마을 사람들도 나이가 전부 다 연로하셔서 나이가 많아서 옳게(제대로) 못합니다. 요즘 (농촌에) 젊은 사람들이 있습니까? (청소를 도와주시니까) 고맙죠. 너무너무 고맙죠."]
거제의 또 다른 마을.
도로가에는 집 안에 있어야 할 가구와 살림살이가 줄지어 나와 있습니다.
불어난 물이 골목을 넘어 집 안까지 밀려들었던 겁니다.
스무 살에 시집와 이 집에서 60여 년을 살아온 이순희 어르신.
이번 폭우는 평생 일궈온 삶의 터전까지 덮쳤습니다.
[이순희/거제시 거제면 : "새벽 2시나 돼서 나갔죠. 안 나갔으면 큰일 날 뻔했죠. 물이 철벅철벅 올라와서 '안 되겠다, 빨리 나가야겠다' 싶어서 할아버지하고 손잡고 빠져나왔어요. 여기 싱크대에 물이 찬 것 보세요. 20살 시집 와서 지금 82살인데 처음이야. 이만큼 이렇게 된 건 처음이야."]
집 안에 머물던 고령의 어르신들에게는 대피하는 일조차 쉽지 않았습니다.
[서복삼/거제시 거제면 : "그때 하마터면 물에 떠내려갔죠. 물이 여기까지 차오르는데 사람이 못 나오죠."]
마을 곳곳은 아직도 참혹했던 그 순간에 그대로 멈춰 있습니다.
담벼락에는 흙탕물이 차올랐던 자국이 선명하고, 배수로에는 미처 걷어내지 못한 토사가 남아 있어 다시 비가 내릴까 주민들의 마음은 급하기만 한데요.
남겨진 흔적을 하나라도 더 걷어내기 위해 LH 직원과 자회사 직원 등 60여 명이 마을을 찾았습니다.
막혀버린 물길을 다시 내고, 골목과 집 안에 들어찬 흙을 퍼냅니다.
[박상근/LH 경남지역본부 : "저희는 잠깐 덥고 말지만 피해 입으신 분 생각하면, 여기 이왕 온 거 조금이라도 더, 한 손이라도 더 도와드리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에 잔뜩 머금은 살림살이와 가구는 혼자 들기 힘들 만큼 무거워졌는데요.
그래도 무작정 버릴 수는 없습니다.
오랜 세월 함께한 물건도, 꼭 간직해야 할 것들도 있기 때문입니다.
[강홍석/LH 총무처 차장 : "주민분들이랑 대화를 나누면서 버려야 될 물건, 꼭 소중해서 챙기셔야 할 물건 이런 부분들을 잘 구분해서 작업하는 데 참고를 하고 있습니다."]
치워야 할 것은 여전히 많지만, 하나를 들어내고 또 하나를 닦아내며 집은 조금씩 원래의 모습을 찾아갑니다.
[서분이/거제시 거제면 : "봉사자분들이 계시니까 이렇게 다 오셔서 해주시지 봉사자가 없으면 우리가 해야 할 거 아닙니까? 다른 지역에서 오셔서 봉사를 해주시니까요. 진짜 너무너무 고맙죠. 더 이상 고마울 게 어디 있습니까?"]
복구의 손길은 아이들이 돌아올 학교로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장평초등학교를 비롯해 거제 시내 30여 곳의 학교가 이번 폭우로 침수됐는데요.
장평초등학교 역시 운동장과 급식소, 유치원 교실까지 물에 잠기면서 개학이 사흘 미뤄졌습니다.
아이들이 돌아오기 전에 조금이라도 더 치우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사람들이 학교를 찾았습니다
학생들이 쾌적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도움이 필요한 상황입니다.
삽을 들고 배수로와 화단에 쌓인 진흙을 걷어내고 아이들이 다칠 수 있는 나뭇가지와 잔해들을 치우는 봉사자들.
중장비가 들어오지 못하는 배수로까지 눈에 잘 띄지 않는 곳도 일일이 살핍니다.
처음 와본 학교, 한 번도 만나지 못한 아이들을 위한 일이지만 힘든 작업을 이어가는 이유는 같습니다.
[장명운/행정안전부 : "눈에 잘 보이지 않는 곳에도 아직 도움의 손길이 많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생각했던 것보다 많이 힘든데 얼른 학교를 정비를 하면 아이들이 와서 수업을 받을 수 있다는 생각이 그래도 힘을 내게 하는 것 같습니다."]
[김준영/천안도시공사 : "몸은 힘들지만 초등학교 어린이들을 위해서 열심히 수해 복구 작업을 하는 것에 감사와 기쁨을 느낍니다."]
하루 앞으로 다가온 개학.
개학을 기다릴 아이들을 위해 선생님들도 복구에 힘을 보태고 있습니다.
[강동헌/장평초등학교 2학년 교사 : "학생들 안전을 위해서 금요일까지 작업을 마무리해야 하는데 아직 여의치 않은 상황입니다. 학교에서는 최선을 다해서 학생들이 안전하게 등교할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평범한 일상을 되찾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합니다.
하지만 자신의 일상을 잠시 내려놓고 누군가의 일상을 되찾아주기 위해 쓰레기를 치우고 진흙을 걷어내며 자신의 힘을 보태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박상근/LH 경남지역본부 : "많이 상심 많았을 텐데 부족하겠지만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으면 합니다."]
[허원권/사천시청 시민안전국장 : "저희들이 함께하니까 여러분들 빨리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방무/행정안전부 사회연대경제국 국장 : "전국에서 이렇게 도움의 손길이 있으니까 힘내시고 빨리 또 일상생활로 복귀하시기를 간절히 빌겠습니다. 파이팅!"]
특별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거제에서는 지금, 서로의 손을 보태며 재난 이후의 시간을 '함께' 건너고 있습니다.
구성:정현정/촬영·편집:한동민/내레이션:주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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