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의 창]정부와 서울시는 ‘개발·보전’ 공통의 원칙부터 세우라

김재중 기자 2026. 8. 27.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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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공원 일부를 개발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제공한다는 이재명 정부 방안을 두고 정부와 서울시 사이에 벌어진 갈등은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과 오세훈 서울시장이 두 차례나 만났어도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김 장관은 용산공원 본체는 처음부터 검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면서도 일부 개발 의지를 고수한 반면 오 시장은 탄천물재생센터 등을 대안으로 제시하며 용산공원 본체 개발 절대 불가를 외치고 있다.

정부와 서울시 사이 논쟁은 서울 종로구 세운4구역 재개발을 둘러싼 대립과 오버랩되면서 어이없는 웃음이 나오게 한다. 정부와 서울시 모두 “집값을 잡고 공급을 늘리자”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방안에 들어가면 “내 땅은 개발하고 네 땅은 보전해야 한다”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서울시, 용산공원 개발 절대 반대
정부는 세운4구역 초고층 반대
정치적 계산 따라 ‘내로남불’
원칙 마련이 공급 확대 첫걸음

시계를 지난해 10~11월로 돌려보자. 서울시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관련 계획을 수정 고시하면서 종묘 바로 앞 세운4구역 건축물 높이와 용적률 상향을 알렸다. 기존 계획에서 55m였던 종로변 건물 최고 높이를 98.7m로, 청계천변은 71.9m에서 141.9m로 높였다. 오 시장이 추진해온 북악산에서 종묘, 남산으로 이어지는 녹지축 완성을 위해 최고 38층짜리 초고층 건물을 허용함으로써 건물 대지 면적 축소를 벌충할 수 있게 한다는 취지였다.

건물 높이를 단숨에 2배나 올린다는 계획에 정부는 국가유산청을 중심으로 강하게 반발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종묘의 경관을 심각하게 해친다는 이유에서다. 당시 국무총리였던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종묘 코앞에 고층 건물이 들어선다면 종묘에서 보는 눈을 가리고 숨을 막히게 하고 기를 누르게 하는 결과가 되는 것”이라고 했다. 오 시장은 “오히려 종묘의 생태·문화적 가치를 높여 더 많은 분이 종묘를 찾게 하는 일”이라고 맞받았다.

이번 용산공원 개발 논쟁에선 둘의 입장이 완벽히 바뀌었다. 용산공원 개발설은 지난 13일 정부의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 전후로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용산공원, 구체적으로 용산어린이정원을 개발해 청년과 신혼부부를 위한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한다는 아이디어였다. 갑자기 튀어나온 방안에 관심이 쏠렸고 김 장관은 “용산어린이정원이라고 하면 좁은 개념이고 용산공원 전체를 고민하고 있다”고 말해 판을 키웠다. 오 시장은 “용산공원은 서울의 허파이자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남겨둬야 할 국가적 자산”이라며 즉각 반발했다. 김 장관이 “공원·녹지 기능을 일부 상실한 곳에 제한적으로 주택 공급을 검토하겠다”고 했지만 오 시장은 “미래세대의 몫인 용산공원을 훼손하는 일은 1㎝라도 동의할 수 없다”고 맞받았다.

각자의 권한과 재량을 앞세운 주장은 그 자체로는 명분이 있다. 종묘 앞에 초고층 빌딩이 들어서면 경관 훼손은 피할 수 없다. 용산공원은 오랜 기간 외국 군대가 주둔했다가 되찾은 땅이라는 역사적 의미에 더해 서울 도심에 유일하게 남은 대규모 녹지로서 섣불리 손대면 안 된다는 것도 맞다.

그렇지만 자신의 계획에 같은 잣대를 들이대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다. 종묘의 경관을 강조한 정부는 역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태릉·강릉 인근 태릉골프장 택지 개발을 추진 중이다. 용산공원 개발에 반대하는 오 시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서초구 서리풀지구 그린벨트 해제에 동의했다.

정부와 서울시의 엇박자는 개발과 보전에 관한 원칙과 철학의 빈곤에서 기인한다. 원칙과 철학에 기반해 정책 방향이 도출되는 것이 아니라 정치적 유불리에 따라 입장을 세우고 그 입장을 뒷받침할 논리를 끌어오고 있다. 그렇기에 내 계획에 개발론을 내세우면서 상대방의 유사한 계획에 아무렇지 않게 보전론을 주장할 수 있는 것이다.

서울·수도권 집중과 1인 가구 증가가 이어지는 한 주택난도 계속될 것이다. 지금 시작해도 많은 시간이 걸리는 신규 주택 공급량을 실질적으로 늘리려면 정부와 서울시는 어떤 땅은 개발하고 어떤 땅은 보전할 것인지에 대한 공통의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

김재중 사회에디터

김재중 사회에디터 herm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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