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칼럼]국군사관학교 창설 공청회 유감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2026. 8. 27. 2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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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터의 참호 속, 한 러시아 병사가 생의 마지막 순간에 마주한 것은 적군의 총구가 아니었다. 윙윙거리는 기괴한 모터 소리와 함께 자신을 내려다보는 드론의 서늘한 광학 렌즈였다. 이 전쟁터에서는 병사가 죽기 전에 마지막으로 자신을 추적한 드론과 눈이 마주친다. 참호 안의 한 병사는 하늘에서 드론이 자신을 내려다보는 걸 알고는 체념한 듯 “마지막으로 담배 한 대 피우게 해달라”고 소리치고는 불을 붙인다. 드론은 이 병사가 담배를 몇분간 피우는 동안을 기다렸다가 참호 안으로 배회 폭탄을 떨어뜨린다. 참호의 좁은 틈새와 무너진 건물 내부까지 사냥감을 집요하게 쫓아온 1인칭 시점(FPV) 드론 앞에서 무기력한 병사에게는 공포를 넘어선 깊은 체념만이 감돈다. 드론은 전장의 인간에게 티끌만 한 오차도 없는 ‘확실한 죽음의 서비스’를 배달한다.

우크라이나 정부 발표에 따르면 올해 2월 이후 전선에 촘촘히 구축된 킬존(Kill-zone)에서 26만명의 러시아군 사상자가 발생했고, 이 중 16만명이 사망자였다. 통상 부상자가 사망자의 3~4배에 달하던 군사적 상식은 완전히 파괴되고 역사상 처음으로 사망자가 더 많은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개전 이래 양측 합산 사상자가 200만명을 넘어선 가운데, 올해 단위 면적 점령 시 발생하는 전사자 비율은 전년 대비 무려 9배나 치솟았다. 전장을 손바닥 보듯 내려다보는 정찰 드론과 인공지능(AI) 기반 타격 알고리즘이 결합하면서 ‘숨을 곳도, 후송될 기회도 없는 전장’이 완성되었다. 이 전쟁에서는 전차와 장갑차가 사라졌다. 전선에 대규모 부대를 집결시키는 것조차 불가능해졌다. 극도로 투명해진 전장은 드론이 그 자리를 완전히 차지하고 있다. 기존 전쟁에서 불변의 진리로 통했던 화력과 기동의 작전 교리가 근원적으로 붕괴되었다.

기이한 비극은 전장의 무기체계가 21세기 첨단전으로 진화했음에도, 양측 군 수뇌부의 사고방식은 여전히 과거의 대규모 소모전에 멈춰 있다는 점이다. 전장의 현실을 모르는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자국 병사들이 죽어가는 걸 알고도 연내 도네츠크 완전 점령이라는 비현실적 명령을 내렸고, 장군들은 막대한 인명 피해를 뻔히 알면서도 병력을 밀어 넣는 ‘고기 분쇄기’ 전술을 고수한다. 이에 우크라이나도 소모전으로 대응하는 기이한 행태를 보인다.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양측 지휘관의 뿌리가 러시아 엘리트 사관학교 체제에 맞닿아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군 총참모장 발레리 게라시모프는 카잔 고등전차지휘학교와 보로실로프 군사아카데미를 나온 붉은 군대 엘리트다. 거침없이 부하들 희생을 명령하는 ‘학살자’라는 별명의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올렉산드르 시르스키 역시 러시아 블라디미르주 출신으로 모스크바 고등군사지휘학교를 졸업했다. 적대하는 두 사령관 모두 대량 병력 동원과 화력 투사를 뼛속 깊이 학습한 ‘소련식 종심전투교리’의 후예들이다. 이들은 아무리 세상이 변해도 자신이 보고 배운 대로 싸우려고 한다.

8월 말, 국방부는 육해공 3군 사관학교를 통합하는 ‘국군사관학교 통합안’ 공청회를 열었다. 그러나 현장은 육사 총동창회를 비롯한 예비역 원로들의 극렬한 반발로 아수라장이 되었다. 단상 위에서는 통합이 합동성 강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 지방 이전으로 입학생 수준이 얼마나 저하되는지, 3군 교육 통합의 경제성과 효율성이 얼마인지가 오갔고, 객석에서는 “군의 전문성을 훼손한다”는 고성이 터져 나왔다. 묻지 않을 수 없다. 지금 서울에 있느냐 지방으로 가느냐, 교수의 질이나 예산 절감 효과가 얼마나 되느냐 따위가 군 교육 개혁의 본질인가? 군 교육의 존재 이유는 오직 하나, 다가올 미래 전쟁에서 우리 장병들이 헛되이 죽지 않고 살아남아 승리하도록 만드는 것이다.

심지어 우리보다 기술적으로 낙후되었다는 북한조차 무인기와 비대칭 전력의 파괴력을 먼저 깨닫고 교리를 바꾸고 있는데, 우리 군의 노병들은 변화를 가로막고 있다. 구소련의 군사 엘리트와 비슷한 행태다. 차라리 그 공청회장 대형 스크린에 드론을 피해 참호 안에서 마지막 담배를 피우다 폭사하는 러시아 병사의 동영상을 틀어주었어야 했다. 그리고 똑똑히 경고했어야 한다. “지금 군 교육과 작전 교리를 현대적으로 혁신하지 않으면, 내일의 한반도 전장에서 우리 청년들이 바로 저렇게 죽어갈 것”이라고 말이다. 이런 전쟁의 본질을 말하지 않고 태릉의 육사 자리에 아파트를 지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논쟁할 만큼 우리 안보가 한가한 영역이 아니다.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김종대 전 정의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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