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르포] 안성휴게소 의원 폐원에 커지는 우려
“화물차 세울 수 있는 병원, 이곳뿐이었는데…”
버스 없는 마을 주민·기사들 푸념
道 “환자 적어… 의료 공백엔 고민”

경기도립 안성휴게소 의원이 문을 닫기 4일 전인 27일 박재열(82) 어르신은 퉁퉁 부은 손가락으로 병원을 찾아 익숙한 듯 간호사와 안부 인사를 주고받았다. 평소 농사일을 하다가 자주 다치곤 해 이 병원 단골이라는 박 어르신은 이날도 낫으로 왼쪽 검지 손가락을 베어 곧장 병원으로 달려왔다. 박 어르신은 치료를 받으며 “이 병원 말고는 차로 40분은 가야 병원이 있어. 여기 없어지면 큰일 나게 생겼다”며 푸념했다.
전국 최초이자 유일한 고속도로 병원인 경기도립 안성휴게소 의원의 폐원이 확정된 가운데(8월25일자 2면 보도) 주변에 병원이 없어 이곳을 이용하던 주민들과 위급한 상황에 병원을 찾던 화물노동자 등을 중심으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특히 안성시 원곡면 등 일부 지역의 경우 병원을 오갈 수 있는 버스 등 대중교통도 원활치 않아 안성휴게소 의원이 문을 닫는다면 시내의 병원을 오가는 데에만 2시간 정도가 걸릴 수도 있다.
김유석 이장(원곡면 산하리)은 “마을에 농사일 하시는 분들이 제초작업 하거나 벌에 쏘이는 등 위급한 상황이 발생했을 때 바로 갈 수 있는 병원은 여기뿐”이라며 “산하리 신촌 마을은 버스도 아예 못 들어오는 곳이다. 하루에 한 번씩은 어르신들 병원 갈 일이 있어서 제가 차로도 모셔다드리곤 하는데, 이 병원이 없어지면 막막하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곳은 화물차 기사들이나 일반 여행객들도 위급한 상황에 자주 찾던 곳이다. 장정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본부장은 “화물노동자들은 화물차 주차 때문에 일반 시내에 있는 병원에 갈 생각도 못 하는데 이렇게 고속도로에 병원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 있다”며 “대형 교통사고가 일어나도 골든타임을 놓치기 일쑤였던 의료 사각지대를 해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곳이다. 적자라는 이유로 폐원하는 것은 공공성 파괴 행위”라고 비판했다.
안성휴게소 의원에서 일하던 직원들도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박홍식 진료원장은 “6월 말에 갑자기 폐원을 통보받아 당황스럽긴 하다”며 “환자가 적은 병원이 아니다. 공공의료가 존재하는 이유를 고려해서 결정했어야 하지 않나 싶은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단순히 적자여서라기보다는 지난 2021년에 설립할 때 예상했던 것보다 진료 환자 수가 적어서 결국 폐원을 결정하게 된 것”이라며 “의료취약지역에서 의료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안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경기지역본부는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기도가 일방적으로 폐쇄를 강행하는 것은 지방정부가 스스로 공공의료의 책무를 포기하겠다는 선언”이라며 강하게 규탄했다.

/이영지 기자 bbangzi@kyeong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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