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어나는 청소년 도박…‘범죄의 늪’ 빠질라
경찰 적발 잇따라…‘촉법’ 다수
빚더미 순삭·2차 범죄 번지기도
"예방·치료 어려워 조기 개입해야"

#. 전남광주의 한 중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친구를 통해 알게 된 불법 도박사이트에 접속하면서 도박을 시작했다. 처음은 단순 호기심이었지만 소액으로 짭짭한 돈을 벌게 되자 흥미가 생겼다. 이후 다시 건 베팅에서 돈을 잃었고, 이를 만화하기 위해 금액을 키웠다. 이렇게 A군은 가진 돈을 모두 탕진했음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끊지 못했다. 결국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주변 사람의 돈에 손을 대면서 또 다른 범죄로 이어졌다.
A군의 사례처럼 청소년 도박은 스마트폰을 통해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별도의 장소를 찾아갈 필요 없이 휴대전화만 있으면 언제든 도박사이트에 접속할 수 있기 때문이다. 불법 사이트들은 스포츠 경기나 사다리게임 등 청소년에게 익숙한 방식으로 도박을 유도하고, 소액으로 시작할 수 있게 해 진입 장벽도 낮다.
도박 중독 문제도 심각하다. 광주전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의 치유서비스를 이용한 학생은 2023년 174명, 2024년 363명, 지난해 337명으로 최근 3년간 모두 874명에 달했다.
경찰 적발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광주에서는 2024년 청소년 10명이 사이버도박으로 입건됐고 지난해에는 15명으로 늘었다. 전남에서는 2023년 6명이던 적발 인원이 2024년 36명으로 급증했다. 지난해와 올해에도 각각 8명이 적발됐다.
형사처벌 대상이 아닌 어린 청소년도 도박에 손을 대고 있다. 전남에서는 2024년 사이버도박으로 적발된 청소년 가운데 2명이 촉법소년이었고 지난해에도 1명이 촉법소년으로 확인됐다.
더 큰 문제는 도박으로 잃은 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상담 현장에서는 도박으로 잃은 돈을 메우기 위해 범죄에 손을 대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센터에 따르면 청소년 도박과 함께 나타나는 2차 범죄 가운데 대표적인 유형은 사기다. 도박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할 물건이 있는 것처럼 허위 게시물을 올린 뒤 구매자로부터 돈만 받아 가로채는 식이다.
절도로 이어지는 사례도 있다. 가족이나 주변 사람의 현금에 손을 대는 것은 물론, 에어팟 등 비교적 쉽게 현금화할 수 있는 고가의 전자기기를 훔친 뒤 중고거래 사이트에 판매해 마련한 돈을 다시 도박에 쓰는 경우다. 도박으로 돈을 잃고 이를 만회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른 뒤, 마련한 돈을 다시 도박에 거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센터는 특히 청소년의 경우 도박으로 발생한 손실을 단기간에 만회하려는 심리가 강해 2차 범죄로 번질 위험이 크다고 설명한다. 성인에 비해 충동을 조절하는 능력이 충분히 발달하지 않은 상황에서 돈을 잃으면 합법적인 방법으로 해결책을 찾기보다 당장 돈을 마련하는 데 매달릴 수 있다는 것이다.
청소년 도박을 조기에 발견하기도 쉽지 않다. 스마트폰 안에서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부모나 교사가 알아차리기 어렵고, 문제가 드러났을 때는 이미 상당한 돈을 잃거나 빚을 진 뒤인 경우가 많다.
김영곤 광주전남도박문제예방치유센터장은 27일 "청소년들은 도박으로 돈을 잃으면 '한 번만 더 하면 되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 쉽다"며 "당장 베팅할 돈을 마련해야 한다는 조급함까지 더해지면 사기나 절도 같은 범죄에 손을 댈 위험이 커진다"고 말했다. /이서영 기자 dec@namdo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