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 공개 않고 美서 돌풍 일으킨 ‘옥스 알파’...알고보니 중국 AI

제작사와 국적을 숨긴 채 뛰어난 성능으로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돌풍을 일으킨 인공지능(AI) 모델 ‘옥스 알파(ox-alpha)’의 정체가 중국 모델로 밝혀졌다.
지난 20일 AI 중개 플랫폼인 오픈라우터에 등장한 옥스 알파는 복잡한 코딩과 장시간 이어지는 AI 에이전트 작업에서 높은 성능을 보이며 개발자들의 입소문을 탔다. 성능이 뛰어났지만 국적과 개발사가 가려져 있어 마이크로소프트(MS)나 구글의 새로운 AI 모델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하지만 뚜껑을 열고 보니 중국 AI 스타트업 Z.ai(즈푸AI)가 개발한 ‘GLM-5.3 플래시’였다.
테크 업계에선 옥스 알파가 국적을 숨긴 채 성능만으로 세계 AI 업계에서 중국 AI의 기술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그동안 ‘저가 가성비’ 중심의 중국 AI가 이제는 오픈AI와 앤스로픽 등이 장악한 미국 시장을 성능적으로 넘볼 수 있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일주일 만에 3억4000만회 호출
중국 AI 스타트업 ‘즈푸AI’는 26일(현지 시각) 옥스 알파가 자사가 개발한 GLM-5.3 플래시의 시험 모델이었다고 밝혔다. 앞서 이달 초 공개한 GLM-5.3의 경량 모델이다.
즈푸AI는 ‘GML-5.3 플래시’를 정식 출시 전 개발자들의 이용 행태와 정확한 평가를 받기 위해 미국 AI 중개 플랫폼 오픈라우터에 ‘스텔스 모델’로 올렸다. 이름은 ‘옥스 알파’라고 붙였다. 개발사와 국적을 숨기고 가명을 쓴 것이다. 이 모델은 이용료와 사용량 제한 없이 일주일간 제공됐는데, 성능이 좋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개발자들이 몰렸다. 오픈라우터에 따르면 옥스 알파는 20일부터 26일까지 3억4349만회 호출됐고, 입력과 출력 합계 27조2493억개의 토큰을 처리하며 사용량 1위를 차지했다.
개발자 사이에선 이 AI 모델이 장기간 연속으로 이어지는 코딩 작업에서 강점을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또 앤스로픽의 최첨단 모델 ‘페이블 5′보다 낫다는 평가도 있었다. 결제 업체 스트라이프의 패트릭 콜리슨 최고경영자(CEO)는 직접 옥스 알파를 사용한 뒤 “매우 인상적”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중국산 AI에 업계 깜짝
옥스 알파가 중국산 AI라는 사실과 이 AI 모델의 실제 성능 지표가 공개되자 테크 업계는 깜짝 놀랐다. 옥스 알파 같은 중국 AI 모델의 미국 모델 추격 속도가 예상보다 매우 빠르기 때문이다.
AI 평가 기관 아티피셜 애널리시스에 따르면, 옥스 알파인 GLM-5.3 플래시의 종합 지능 지수는 57점으로 8위를 기록했다. 경량형 모델임에도 오픈AI의 GPT-5.6 테라와 같은 점수를 받았고, 구글의 주력 모델 제미나이 3.7 플래시(56점)보다 성능이 좋았다. 이용료는 AI가 질문을 받는 입력 비용(100만 토큰당)이 0.15달러, 답변을 생성하는 출력 비용이 0.5달러였다. 성능이 비슷한 GPT-5.6 테라의 10~20분의 1 수준이다.
특히 테크 업계는 즈푸AI의 옥스 알파가 AI 추론 작업을 모두 중국산 AI 칩으로 처리했다고 밝힌 부분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중국산 반도체와 고속 연결망, 자체 추론 소프트웨어를 결합해 중국 AI가 사실상 무제한으로 답변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을 입증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중국 AI 업체들이 추론 분야에서는 사실상 자립에 성공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제로 중국 AI 업체들은 막대한 연산 능력을 필요로 하는 ‘학습’ 단계에서는 여전히 엔비디아 칩에 의존하고 있지만, 연산 부담이 적은 추론에서는 자국산 칩을 적극 사용하고 있다. 딥시크의 AI 모델 V3와 R1은 추론에 화웨이 ‘어센드 910C’를 활용한 것으로 알려졌고, 최신 모델 V4 역시 화웨이 칩에서 구동할 수 있도록 최적화했다.
이는 중국의 AI와 이를 지탱하는 AI 반도체 기술이 경쟁력을 갖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실제로 아티피셜 애널리시스 성능 순위에서 상위 10개 모델 중 4개가 중국 AI 모델이다. 모델 정보 등을 공개하는 개방형(오픈웨이트) AI로 한정하면 이미 중국 모델들이 시장을 장악했다. AI 업계 관계자는 “중국 AI의 종합 성능은 미국 최첨단 AI의 턱밑까지 따라붙었고 가격과 개방성에서는 이미 우위를 보이기 시작했다”고 했다. AI 반도체도 마찬가지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미국이 첨단 칩의 공급을 막더라도 중국이 이미 개발한 AI 모델을 저렴하게 서비스하고 세계에 확산하는 것까지 차단하기는 어려워졌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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