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몬(민음사+포켓몬)’ 등극한 GS25 민음사빵
[인터뷰] 고다슬 GS리테일 디저트팀 MD
인기 검증된 맛에 2030 여성 선호하는 민음사 ㆍ오늘의 귀여움 콜라보 입혀
우리동네 GS 일간 활성 고객ㆍGS페이 가입자 증가
빵 출시 이후 민음사 책 판매까지 증가… 연간 협업 구상 중

[대한경제=문수아 기자] “오만과 편견 빵 구하고 싶은데 어디서 살 수 있나요, 도와주세요”
편의점 냉장 빵 하나가 출시 엿새 만에 10만 개 넘게 팔렸다. 출판사 민음사의 세계문학전집과 시집을 3000원 안팎의 빵으로 옮겨온 GS25의 ‘민음사빵’이다.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민음의 시’시리즈 표지에 캐릭터를 더한 협업 디자인을 빵 포장에입히고 같은 디자인의 책 모양투명 책갈피 1장을 랜덤으로 담았다. 아이돌과 캐릭터에 기대온 편의점 지식재산(IP) 협업 시장에서 ‘책 읽는 행위’를 굿즈로 번역한 고다슬 GS리테일 디저트팀 상품기획자(MD)의 판단이 적중한 결과다.
지난 21일 전국 GS25 매장에 처음 등장한 민음사빵은 사흘 만에 5만 개가 팔렸다. GS25 냉장빵 카테고리 매출 1, 2위에 올랐다. 26일 2차 상품이 출시된 이후에는 단숨에 10만 개 이상 팔렸다. 픽업 예약과 재고 확인을 할 수 있는 우리동네GS 앱에는 재고를 찾는 접속이 몰려 한때 작동이 지연될 정도였다. 20~24일 ‘민음사빵’ 누적 검색량은 약 20만건에 달했다. 고 MD는 “기획 단계에서 예상했던 판매 수량의 2배 이상을 초단기에 달성했다”고 말했다.
◆아이돌ㆍ캐릭터에 지친 협업 시장, ‘책’에서 답을 찾다
민음사빵은 편의점 협업이 스스로 쌓은 피로감에서 출발했다. 갈수록 편의점 기획 상품 생명력이 짧아지면서 아이돌, 캐릭터, 애니메이션을 소재로 한 협업이 나왔다 사라지기를 반복했고, 고객마저 흥미를 잃어간다고 봤다. 그 빈자리를 ‘책 읽는 행위’로 채운 것이 텍스트힙 협업이다. 고 MD는 “텍스트힙이 트렌드로 거론되는 건 결국 사람들이 책을 본다는 의미로 해석했다”며 “해마다 늘어나는 국제도서전 방문객 데이터, 비독서인까지 아는 민음사 유튜브 마케팅을 판단 근거로 활용했다”고 말했다.
과거 협업을 진행했던 캐릭터 브랜드 ‘오늘의 귀여움’이 민음사와 GS25 사이에 가교를 놓았다. 민음사가 오늘의 귀여움과 협업해 세계문학전집 에디션, 노트 등 굿즈를 출시하고 서울국제도서전에서 흥행하면서 독서 팬들 사이에서 인지도와 수요가 쌓인 상태였다. 고 MD 역시 앞서 출시한 협업 서적 표지를 확인하고 “이건 무조건 된다”고 판단했다.
타깃은 국제도서전 고객 데이터에서 잡았다. 20~30대 여성은 책과 함께 굿즈를 사고 40대 여성은 책 자체를 산다는 분석을 토대로 책도 굿즈도 좋아하는 20~30대 여성을 주 소비층으로 설정했다. 남녀 구매가 반반에 가깝던 냉장 디저트 빵 매출에서 민음사빵 출시 뒤 여성 고객 비중은 5%가량 높아졌다.

◆‘버리는 굿즈’도, ‘들러리 빵’도 아닌 본질 살린 콜라보
고 MD는 협업을 기획하며 첫 원칙으로 ‘맛’을 설정했다.‘버리지 않는 굿즈, 들러리로 두지 않는 빵’을 목표로 맛있는 빵에 캐릭터와 민음사 책을 결합하는 구조였다. 굿즈를 모으려고 빵을 버리는 소비를 막으려면 빵 자체가 맛있어야 한다고 판단했다.매일유업의 생크림을 사용해 반응이 좋았던 ‘엠즈베이커스'의모카번과 깨찰빵을 골랐다. 고 MD는 “상품을 기획할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맛이고, 가격과 컨셉은 그다음”이라며 “냉장빵 스테디셀러인 모찌롤도 맛이 보장돼 자리를 지킨 것”이라고 말했다.
굿즈로는 책갈피를 넣었다. 고 MD는 “빵 굿즈는 스티커(‘띠부띠부씰’)로 흔히 만들지만, 매니아가 아닌 고객은 모으지 않는다고 봤다”면서 “그 대신 일반 고객도 귀여워서 모으고 실생활에서 쓸 수 있는 책갈피를 굿즈로 택했다”고 말했다. 독서인의 굿즈로 끝나지 않아야 생명력이 길어진다는 계산이었다.
협업 상품의 책 목록은 전적으로 민음사가 구성했다. 협업 빵이 나온 뒤 민음사의 책 판매량도 늘면서 유통사와 출판사 모두 수혜를 본 협업 성공사례가 됐다. 실제 SNS 등에는 민음사빵 굿즈로 생긴 책갈피에 맞춰 세계문학 책을 구매한다는 후기들이 이어지고 있다.

매출보다 크게 남은 것은 화제성이다. 빵을 구하지 못한 소비자가 중고 거래에서 책갈피 한 장에 5000~1만원 웃돈을 얹는, 포켓몬빵 ‘띠부띠부씰’을 닮은 현상까지 번졌다. 서울우유 크림빵 등 역대 크림빵 협업과 견줘 단기 화제성으로는 최고라는 게 고 MD의 평가다. 소비자가 직접 구매하고 후기를 올리면서 자연스럽게 SNS 콘텐츠가 퍼져나가자 GS25가 준비한 SNS 바이럴 마케팅을 취소했을 정도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우리동네GS 일일활성사용자(DAU)는 민음사빵 출시 직후인 21∼24일 하루 평균은 약 97만4000명으로 일주일 전 같은 요일(14~17일, 약 87만8000명)보다 10.9% 많았다. 초반 접근성을 높이려 얹은 GS페이 1+1 행사는 결제 서비스 신규 가입까지 끌어올려, GS페이 가입자도 일평균 기준 2.5배로 늘었다.
주문이 몰리면서 생산현장도 바빠졌다. 냉장빵은 제조일 기준 5일 안에 팔아야 해 미리 쌓아둘 수 없어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태다. 중소 규모의 제조공장은 아르바이트 30여 명을 급히 채용해 야간 생산까지 돌리고 있다. 다른 제품 제조를 중단하고 민음사빵만 생산하는데도 전국 1만8000여 개 GS25 점포에 고르게 공급하기 어려워 수시로 공장과 물량을 조정하고 있다.
GS25는 민음사빵을 한정판이 아닌 상시 판매할 계획이다.민음사와도 다음 협업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이다.
고 MD는 “민음사와의 협업을 이어가면서도 같은 문법을 반복하면 고객 피로가 쌓일 수 있어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게 다음 과제”라고 말했다.
문수아 기자 moon@
〈ⓒ 대한경제신문(www.dnews.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대한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