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병역 기피자라고 곧바로 해고? 소명 기회 줘야” 병역법 헌법불합치

김은경 기자 2026. 8. 27. 1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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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환(가운데) 헌법재판소장 등 헌법재판관들이 27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병역법 제76조 위헌확인 등 8월 심판사건에 대한 선고를 하기 위해 대심판정에 앉아 있다. /뉴시스

병역 기피자에게 아무런 소명 기회도 주지 않고 직장에서 해고하도록 한 병역법 조항은 헌법에 어긋난다고 헌법재판소가 27일 결정했다.

헌재는 이날 병역법 76조 1항 2호 가운데 ‘고용주는 징집·소집을 기피하고 있는 사람이 재직 중인 경우 해직해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재판관 9명 가운데 5명은 헌법불합치, 2명은 단순위헌, 나머지 2명은 합헌 취지의 기각 의견을 냈다.

이번 헌법소원을 청구한 A씨는 종교적 신념을 이유로 입영을 거부했다가 무죄가 확정된 뒤 대체역 편입도 신청하지 않아 다시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A씨는 2023년 5월부터 한 회사에서 파견직으로 일했는데 그해 8월 인천병무지청은 회사에 ‘병역 기피자를 채용하고 있으면 처벌될 수 있으니 A씨가 재직하고 있으니 알려달라’고 통보했다. A씨는 통보 사흘 만에 회사에서 해고당했고 이후 “병역 기피자로 분류됐다는 이유만으로 직장을 잃게 하는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상환 헌재소장과 김형두·정형식·정계선·오영준 재판관 등 5명은 병역 기피자를 해직시키는 제도 자체는 필요할 수 있다고 봤다. 병역 기피로 아무런 불이익도 받지 않게 되면 군 복무를 성실히 한 사람들과 형평성에 어긋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병역을 이행하지 않은 것에 ‘정당한 사유’가 있는지는 개인별 사정을 따져봐야 하는데도, 현행법에는 당사자가 의견이나 자료를 내고 병무청 판단에 이의를 제기할 절차가 전혀 없어 헌법상 과잉 금지 원칙에 어긋난다고 판단했다.

헌재는 “병무청의 일방적인 판단과 조치만으로 해직되면 다시 취업하는 것도 불가능해지는 등 불이익이 매우 크다”며 “권익 보호에 필요한 절차 없이 병역 자원 확보라는 공익만 일방적으로 앞세워 직업 선택의 자유를 지나치게 제한한다”고 했다. 병역기피자의 인적 사항을 공개할 때도 사전 심의와 소명 기회를 주는 만큼, 해직처럼 더 중대한 불이익을 줄 때도 비슷한 절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헌재는 다만 조항의 효력을 당장 없애면 정당한 이유 없이 병역을 기피한 사람에게도 해직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공백이 생긴다며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이 조항은 국회가 법을 고칠 수 있도록 2028년 2월 29일까지 적용된다. 그때까지 개정되지 않으면 2028년 3월 1일부터는 효력을 잃는다.

김복형·마은혁 재판관은 “형사처벌과 인적 사항 공개, 국외여행 제한 등 다른 제재가 이미 있는데 공공·민간 부문 취업까지 모두 막는 것은 지나치게 가혹하다”며 즉시 효력을 없애야 한다는 단순위헌 의견을 냈다. 정정미·조한창 재판관은 병역의무 이행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고려하면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기각 의견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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