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 톡] 반도체 떨어지니 바이오 담으라고?

2026. 8. 27. 1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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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불확실성 영향으로 주식 시장이 주저앉자 반도체에 '몰빵'하지 말고 바이오를 담으라는 권유가 증권가에서 약속이나 한 듯 잇따랐는데, 모더나 덕에 시의적절한 조언이 된 모양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모더나의 발표에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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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백신 임상 발표에 장밋빛 기대 확산
바이오 매수 의견 맞물려 시장 상승세
변수 많은 신약개발, 의미 신중 판단을
편집자주
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들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2025년 7월 미국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있는 모더나 사무실에 회사 로고가 표시돼 있다. 케임브리지=로이터 연합뉴스

모더나가 또 세상을 들썩이게 했다. 코로나19 대유행 때 메신저 리보핵산(mRNA)을 원료로 백신을 개발해 인류를 구했는데, 이번엔 mRNA로 암 백신을 만들어 임상시험에서 좋은 결과를 냈다는 것이다. 시장은 즉각 반응했다. 임상 결과 발표 직후 모더나 주가가 폭등했다. 기업공개 이래 가장 높은 일일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반도체에서 헐레벌떡 빠져나와 붕 떠 있던 돈이 갈 곳을 찾은 듯했다. 인공지능 기술을 둘러싼 불확실성 영향으로 주식 시장이 주저앉자 반도체에 ‘몰빵’하지 말고 바이오를 담으라는 권유가 증권가에서 약속이나 한 듯 잇따랐는데, 모더나 덕에 시의적절한 조언이 된 모양새다. 모더나 관련주로 묶인 기업들 주가가 요동을 쳤다.

모더나가 내놓은 임상 결과는 분명 의미가 크다. 인공적으로 합성한 mRNA로 다양한 단백질과 면역체계를 조절해 암을 막거나 늦추려 한 오랜 시도가 상용화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이번 발표를 둘러싼 시장의 기대는 다소 앞서간 면이 없지 않다.

가장 중요한 건 학계와 업계의 과학적, 객관적 평가를 받을 만한 근거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모더나는 연말 학술대회에서 구체적인 데이터를 내놓겠다고 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이 모더나의 발표에 아직 신중한 입장을 보이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일각에선 모더나의 약이 출시되면 암을 당뇨병처럼 관리하게 된다는 예상까지 나왔다. 이번 임상은 흑색종 수술을 받은 환자들에게 이미 시판되고 있는 면역항암제와 모더나 약을 함께 썼더니 면역항암제만 쓴 환자들보다 암의 재발과 전이가 적었다는 것이다. 면역항암제를 쓸 정도의 암을 당뇨병과 비슷한 수준으로 다룰 수 있으려면 모더나 약이 나온 뒤에도 시간이 더 필요해 보인다.

이번 약은 제거된 암이 다시 자라지 않게 돕는 백신이면서 숨어 있던 암이 다른 곳으로 옮겨가지 못하게 방해하는 치료제다. 그런데 모든 암, 모든 환자에게 이런 효과가 나타날 거라 예단하긴 이르다. mRNA는 그 자체가 약효를 내는 성분이 아니다. 환자 몸에 들어가 암세포를 공격할 수 있는 면역체계가 작동하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그 과정이 오래 걸리거나 암세포가 너무 많으면 의미 있는 변화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 있다.

mRNA 암 백신이 혁신적인 기술로 평가받는 이유는 환자마다 다른 암세포 특성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오직 한 환자만을 위한 약이란 얘기다. 대량생산으로 수익성을 맞추는 대다수 의약품과 달리 1인용 제조시설이 필요할 테니 비쌀 수밖에 없다. 암 재발이나 전이를 막는다고 입증된 기간이 충분히 길지 않다면 부자들만 쓰는 약이 될지 모른다.

신약 후보물질이 개발 도중 뜻밖의 암초를 만난 경우는 셀 수 없이 많다. 허가를 받고도 임상시험이나 제조 과정의 결함이 발견되기도 한다. mRNA로 만든 코로나19 백신은 대유행을 막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지만, 이후 면역작용에 필요하지 않은 엉뚱한 단백질을 만들 수 있다는 연구논문이 나왔다. ‘잭팟’이라 환호했던 기술수출이 임상 도중 어그러진 사례도 많다. 반도체가 사이클 산업이라 전망이 불확실하다면 신약 개발은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라 불확실하다.

물론 바이오헬스 산업 성장에 투자 활성화는 큰 힘이 된다. 다만 신약 임상은 차분하고 신중하게 따져볼 필요가 있다. 바이오 쏠림도 반도체 몰빵 못지않게 리스크가 있다. 반도체 주가가 떨어지니 갑자기 바이오 담으라는 건 레버리지 상품 마케팅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임소형 산업1부장 겸 과학전문기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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