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공원 대안으로 꼽힌 '탄천' 가보니...하수처리시설 이전이 관건[르포]
주민 반발과 악취 문제 공존
대체 부지 찾기 10년간 제자리

"서울시가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기려고 10년 동안 부지를 찾아나섰지만 마땅한 곳이 없습니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위치한 인근 공인중개사 관계자의 말이다.
27일 오전 대청역 3호선에서 내려 2번출구로 나와 마루공원 방향으로 걷다 보니 탄천물재생센터가 발견됐다. 대형 하수처리시설이라기엔 산책로와 함께 잔디광장, 체력단련장, 다목적운동장 등이 갖춰져 있었고 언뜻 보기엔 근린공원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서울시는 정부의 용산공원 주택 공급안에 대한 대안으로 이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기고 그 자리에 주거·산업 복합단지를 짓겠다는 제안을 내세우고 있으나, 하루 90만㎥에 달하는 하수 처리 기능을 대체할 부지를 확보하는 것이 관건이다.
오세훈 서울시장과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 두 차례 만남을 갖고 용산공원 내 주택 공급안에 대해 논의했다. 오 시장은 지난 26일 자리에서 용산공원 활용 대안으로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를 옮기고 그 자리에 최대 1만3000가구 규모의 주거·산업 복합단지를 짓자고 공식적으로 제안했다. 절반가량은 주택으로 나머지 절반은 로봇·물리적 인공지능(피지컬 AI) 연구시설로 채우겠다는 구상이며 서울시는 이를 '동남권 청년 특화 산업단지(가칭)'로 부르고 있다.
해당 부지는 강남구 개포로 일대에 걸쳐 있으며 면적은 39만3000㎡ 규모로 1980년대 후반 문을 연 이래 40년 가까이 가동돼 왔다. 강동·송파 전역과 강남·서초 일부, 하남·과천 일부까지 아우르는 광역 하수를 하루 최대 90만㎥ 처리하고 있다.
부지가 갖춘 입지 여건은 우수한 편이다. 3호선 대청역에서부터 탄천물재생센터가 위치한 마루공원 입구까지는 성인 여성 기준 도보 3분이 소요된다.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부터 3호선, 수인분당선, GTX-A, SRT가 지나가는 수서역까진 자동차 이용 시 10분가량 소요돼 역세권으로서 입지가 탄탄한 편이다. 강남권에서 이만한 규모의 평지를 한 번에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는 평가도 받고 있다.

물길과 산이 모두 가까워 이른바 '수변·숲세권'을 함께 누릴 수 있다는 점도 특징이다. 인근에는 탄천이 흐르고 마루공원, 대진공원, 대치유수지체육공원에 이어 강 건너 잠실유수지 공원을 누릴 수 있다. 대치동 학원가와도 이어져 있으며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 병원도 인접해 있다. 용산 부지처럼 토양 정화 절차를 거칠 필요가 없다는 점 역시 상대적 강점으로 꼽힌다.
해당 부지는 인근 주민들 사이에서는 탄천물재생센터 방류장에서 나는 악취가 심하다는 불만이 꾸준히 제기돼 온 곳이기도 하다. 실제 평일 오전 시간대에 방문해 보니 대청역 3호선 2번출구에서 나오자마자 냄새가 나기 시작하더니 마루공원에 도착했을 땐 악취가 강하게 느껴졌다.
인근 주민들은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겨 악취에서만 벗어날 수 있다면 그 자리에 무엇이 들어서든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울 강남구 일원동에 거주 중인 60대 A씨는 "밤만 되면 악취가 동네에 퍼져서 살 수가 없다"며 "마루공원 앞에는 악취로 인해 식당도 못 들어올 정도"라고 불만을 표했다.
이어 그는 "주민들의 민원이 빗발치니까 하수처리장 내 스크린장치를 설치해서 이 정도 수준인 것"이라며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길 수만 있다면 청년주택이든 뭐든 상관없다"고 덧붙였다.

다만 인근 부동산 업계에서는 탄천물재생센터 부지에 청년주택이 들어선다면 주민들의 반발이 심할 것이라는 회의적 시각도 공존했다. 임대주택 자체가 주민들에겐 비선호 시설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일원동 A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기는 건 주민들도 당연히 찬성하겠지만 결국 그 자리에 무엇이 새로 들어서는지가 중요하다"라며 "인근에는 이미 수서1단지 등 임대주택이 많은데 탄천물재생센터 같은 좋은 입지를 임대로 만들면 어느 주민이 좋아하겠나"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인근 주민들은 서울시가 임시적으로 용산을 지키기 위해 탄천물재생센터를 버린다고 받아들이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주민들의 반발보다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길 만한 부지를 찾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의견도 나왔다.
일원동 B공인중개사 관계자는 "서울시가 탄천물재생센터를 옮기려고 10년 동안 부지를 찾아나섰지만 마땅한 곳이 없다"라며 "이곳은 여러 지역의 하수 처리를 하고 있기에 그에 맞는 부지를 찾는 것이 우선이다"라고 말했다.
사업의 최대 난제는 결국 하루 90만㎥에 이르는 하수 처리 기능을 어디로, 어떻게 이전하느냐다. 하수 처리를 옮기려면 새 부지를 물색하고 시설을 새로 지으며 이전 대상 지역 주민들을 설득하는 행정 절차까지 모두 거쳐야 한다. 서울시 계산으로는 시설 이전에만 4~5년, 이후 주택을 짓는 데 다시 4~5년이 걸려 전체 일정이 10년 가까이 소요될 수 있다. 정부가 속도를 내는 데 협조한다면 이 기간을 1~2년가량 앞당길 수 있다는 게 서울시 입장이다.
서울시는 연내에 사업 적격성 조사를 마무리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재원 마련을 위해 인근 시유지를 매각해 5조원대 자금을 확보하고 여기에 민간 투자까지 더하는 방안을 오 시장이 이번 회동에서 직접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오 시장은 지난 25일 국회에서 열린 한 포럼에서도 이 제안이 갑자기 나온 것이 아니라 2년 전부터 전담팀을 꾸려 관련 용역을 마쳤고 지금은 민간사업자의 적격성 조사를 진행 중인 단계라고 강조한 바 있다. 국토부는 아직 이 부지를 개발하겠다는 결론을 내리지 않은 상태다. 서울시가 관련 자료를 넘기면 공급 규모와 사업성, 시설 이전 방식 등을 따져보겠다는 방침이며 김 장관 역시 회동 이후 긍정적으로 살펴보겠다고 언급했다.

다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이번 사업이 실현되더라도 강남권 주택 공급 부족 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기보다는 제한적 효과에 그칠 것이라는 신중론이 우세했다. 지속적인 공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효과가 반감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강남권에 1만 가구 이상 물량이 나온다면 공급 부족 문제에 대한 갈증은 어느 정도 해소될 수 있다"며 "다만 이후 지속적인 공급 신호 없이 이번 물량 하나로 그친다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가 검토 중인 '일부 이전·일부 지하화' 방식을 두고는 현실적인 최선책이라기보다 부지 여건상 불가피하게 나온 절충안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이 방식이 현실적인 대안이라기보다는 부지를 활용하는 데 워낙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구조에서 나온 것"이라며 "어차피 밀도 있게 활용해야 하는 여건이라면 시설을 지상보다 지하로 넣고 그 위를 주거 공간으로 쓰는 편이 실질적으로는 더 나은 전략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대체 부지를 찾는 과정의 최대 걸림돌로는 지금과 비슷한 여건의 땅을 찾기 어렵다는 점이 꼽혔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는 "동질의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부지를 찾는 게 가장 큰 걸림돌"이라며 "여건 차이가 너무 크면 이전 자체가 어려워지는 만큼, 완전히 같지는 않더라도 최대한 비슷한 여건의 부지를 찾는 게 최선"이라고 강조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애초에 대체할 땅이 없다는 것"이라며 "대체 부지의 지자체와 주민들에게 상응할 만한 것을 제공하는 절충안이 마련된다면 부지 확보도 불가능하지만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탄천물재생센터 부지는 교통망과 자연환경, 의료 인프라 등 정주 여건에서는 후한 점수를 받고 있지만 풀어야 할 숙제도 만만치 않다. 대규모 하수처리 기능을 대체할 시설을 얼마나 신속히 확보하고, 청년주택이 들어설 경우 불거질 주민 반발을 어떻게 해소하는지가 사업의 성패를 가를 전망이다. 서울시와 국토부는 다음주 중 다시 만나 이 부지 활용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서현진 기자 shj7890@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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