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권력 전쟁, 꿈의 차이 [취재파일]

박찬범 기자 2026. 8. 27. 15: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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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 장동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당협위원장을 지방운영조직 당규에 따라 당원 투표 등의 방식으로 선출하겠다는 것인데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는 게 장 대표의 명분입니다. 그래서 장 대표는 이번에는 당협위원장을 유임시키지 않고, 당규에 나와 있는 당원 투표 등의 선출 방식에 따라 당협위원장을 새로 뽑자고 제안했습니다.

하지만 당원 투표로 선출을 하게 되면, 반장계 인사도 얼마든지 선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장 대표 측의 논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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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수 장동혁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취임한 지 1년이 지났습니다. 장 대표는 취임 이후 줄곧 당 안팎 인사들의 비판과 공격을 받아왔습니다. 공격수보단 수비수 신세였던 날이 더 많았습니다. 예를 들어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 문제, 투표용지 부족 사태 이슈, 지방선거 패배 책임론 등이 있습니다. 보수 진영 인사들은 장 대표에게 이에 대한 입장을 밝히라고 숱하게 요구해 왔습니다.

올해 초부터는 장 대표 사퇴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현재까지도 사퇴론을 공개적으로 제기하는 의원들이 꽤 있습니다. 이른바 '반장동혁계' 인사들은 강성 지지층에 기대는 장 대표 행보가 문제라고 비판합니다. 중도 외연 확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겁니다. 장 대표는 비판 여론이 극에 달할 때마다 24시간 필리버스터와 단식 투쟁으로 사퇴 여론을 무마에 나서기도 했습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6일 서울 여의도 중앙당사에서 열린 당 대표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장 대표는 사퇴론 압박 속에 2년 임기 가운데 1년을 채웠습니다. 전환점도 맞이했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 투표용지 부족 사태입니다. 장 대표는 장외 투쟁에 집중했습니다. 매일 올림픽공원을 찾았습니다. 6·3 지방선거 책임론을 벗어나기 위한 회피기동이란 비판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장 대표 입장에서는 일부의 '부정선거론'을 '참정권 훼손'이란 더 큰 틀의 의제로 전환하는 데 공들였고, 자신의 팬덤을 더 견고하게 만들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결과론적으로 선관위 특검이 여야 합의로 출범하게 된 것도 자신의 공으로 생각하는 듯합니다. 실제 장 대표 측에서는 아스팔트 우파 광장 세력과 보수 제도권 정치 세력이 처음으로 합심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라고 자평하기도 합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15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핸드볼경기장에서 열린 6·3 지방선거 투표용지 부족 사태 규탄 시위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공격수 장동혁

지난해 임기 초반, 장 대표를 만난 적 있습니다. 당 개혁 방안을 물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때 말했던 개혁 과제 중 하나가 당협위원장(당원협의회 운영위원장) 재정비입니다. 쉽게 말해 놀고먹는 당협위원장을 교체하겠다는 명분입니다. 당협위원장직은 지방 조직을 총괄하는 핵심 자리입니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광역·기초의원들의 공천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현역 의원들은 통상적으로 자신의 지역구 당협위원장직을 겸직합니다.

그때의 의지를 공개적으로 꺼내기까지 거의 1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장 대표는 이제 공격수를 하려는 걸로 봐도 될 것 같습니다. 당협위원장을 지방운영조직 당규에 따라 당원 투표 등의 방식으로 선출하겠다는 것인데 당원 중심 정당을 만들겠다는 게 장 대표의 명분입니다. 국민의힘은 그동안 당협위원장의 임기를 큰 문제가 없는 한 2년 단위로 자동 유임시켜 왔습니다. 당규에도 '매 짝수년 8월 말까지 선출하되, 선출 시기는 최고위원회의에서 정한다'는 문구만 있습니다. '임기가 몇 년이다'란 명시적 문구는 없습니다. 그래서 장 대표는 이번에는 당협위원장을 유임시키지 않고, 당규에 나와 있는 당원 투표 등의 선출 방식에 따라 당협위원장을 새로 뽑자고 제안했습니다. 원외, 원내 예외 없이 당원들의 선택을 받은 사람이 당협위원장을 하자는 주장을 내세운 것입니다.

장 대표 측은 당협위원장 재선출은 일종의 당 개혁이라고 주장합니다. 당원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주는 만큼 개혁이면 개혁이지, 후퇴가 아니라는 겁니다. 정희용 사무총장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장 대표가 개혁 이미지를 선점하고, 이에 반대하는 세력과는 '개혁 대 반개혁' 프레임으로 비치길 원하는 분위기도 읽힙니다.
 

당협위원장 재선출, 전면전 대신 연막전

당협위원장을 당원 투표로 뽑는 이른바 '당원 직선제'는 현역 의원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습니다. 현역 의원들은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합니다. 일부 의원들은 장 대표의 숙청 정치라고 비판했습니다. 명분은 그럴싸하지만, 결국엔 반장계 의원 등을 표적 삼아 진행하는 '정적 제거용'이라는 겁니다. 정정식 원내대표조차 반대했습니다. 의원총회도 열렸습니다. 의원들은 당원 직선제 반대로 총의를 모았습니다. 최고위원들 가운데서도 반대 의견이 나왔습니다.

장 대표 측에서는 전면전을 피하려는 분위기가 읽힙니다. 당협위원장 전면 재선출을 강행하면, 대다수 의원들이 등을 돌리는 상황이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최악의 경우 최고위원 사퇴에 따른 지도부 붕괴까지 우려할 수도 있는 사안입니다. 다만, 장 대표 측은 원점 재검토는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전면전을 피하는 대신 당분간 분위기를 살피며 연막전을 하겠다는 얘기입니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27일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 소노캄 고양에서 열린 2026 국민의힘 국회의원 연찬회에서 인사말하고 있다.


장 대표는 여러 가지 경우의 수를 두고 고민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장 대표 측은 일단 당협위원장직이 공석인 '사고 당협위원회'에서만 신임 당협위원장을 당원 투표로 뽑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현역 의원들이 당협위원장으로 있는 곳에 대해서는 충분히 시간을 가지고 재논의해 보겠다는 겁니다. '전략적 모호성'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장 대표는 공석인 당협위원장직을 당원 투표로 뽑는 것만 해도 당 대표 권한 내려놓기라고 주장합니다. 그동안 당협위원장을 새로 선출할 때는 조강특위를 거쳐 당 대표가 임명하는 방식을 취했습니다. 사실상 당 대표의 의중이 강력히 반영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하지만 당원 투표로 선출을 하게 되면, 반장계 인사도 얼마든지 선출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게 장 대표 측의 논리입니다.
 

국민의힘 권력 전쟁, 꿈의 차이

당협위원장 재선출 이슈는 2028년 총선을 앞두고 벌어지는 당내 권력 전쟁의 서막이라 볼 수 있겠습니다. 당협위원장이라고 해서 총선 공천권이 보장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공천 과정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합니다. 현역 의원들이 만약 지금 이 시점에 당협위원장 자리를 뺏긴다면, 그것은 곧 다음 총선 공천이 불투명해지는 것과도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당협위원장 재선출 카드를 밀어붙이려는 쪽이나, 이를 반대하는 쪽이나 정치 생명을 걸고 하는 투쟁입니다.

각자가 꾸는 꿈이나 지향하는 목표가 달라 이 권력 전쟁은 더 치열해질 전망입니다. 장 대표는 공식적으로 대권의 꿈을 얘기한 적은 없습니다. 다만, 장 대표는 지난 대선 때도 막판까지 국민의힘 대선 후보 경선 출마를 저울질했었습니다. 이른바 '용꿈 꾸는 사람'입니다. 지금도 차기 대통령 적합도를 묻는 여론조사에서 후보군 가운데 한 명으로 등장합니다. 당원 투표로 당협위원장을 뽑자는 장 대표의 '아젠다 세팅'도 최종 목적이 대통령에 있기 때문에 나온 것이라고 보는 당내 시선이 있습니다. 장 대표는 입장에서는, 당원 중심 정당으로 국민의힘을 개혁하고, 정비하고, 총선 승리의 발판을 마련했다는 '서사'를 앞으로 남은 임기 동안 일궈내려 할 것입니다. 앞선 임기 1년 동안 선관위 특검을 관철시킨 게 가시적 성과라면, 남은 1년 임기 동안에는 당을 개혁했다는 이미지를 만들어 내는 데 집중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장 대표의 이러한 계획은 '당원 직선제'라는 대외적 명분과 맞아떨어진 것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장 대표가 단순히 4년 임기 국회의원을 한 번 더 하는 게 목표였다면, 당원 직선제라는 화두를 던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저 의원들과 '형님, 누님, 동생' 하며 '식사 정치'에만 신경을 썼을 것입니다.

대다수 현역 의원들은 장 대표의 당협위원장 재선출에 반대합니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당내 분열을 초래한다는 걱정 때문입니다. 부동산 정책 등 민주당을 공격할 수 있는 이슈가 넘치는데, 당협위원장 자리를 두고 친장, 반장 등으로 나눠서 싸울 필요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한 지도부 인사조차도 '도대체 실익이 뭔지 모르겠다'고 푸념했습니다. 한편으로는 당협위원장 재선출의 칼날이 자기 목을 겨눌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작용했을 것으로 추측해 봅니다. 대다수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서 나의 공천이 보장되는지 여부가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이게 나쁘다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 입장에서는 당연한 본능입니다. 그러나 장 대표가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자기 몫으로 보장돼 있는 당협위원장 자리를 선뜻 내려놓는 것은 쉽지 않은 선택입니다. 정치적 희생양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의심하는 의원들은 장 대표 사퇴 목소리에 힘을 실어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만들어집니다. 결국, 장 대표와 현역 의원들 간 '동상이몽'인 셈인데, 당협위원장 재선출 이슈가 당내 권력 전쟁의 트리거가 될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사진=연합뉴스)

박찬범 기자 cbcb@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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