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니 총리는 어떻게 ‘반트럼프’ 지도자의 선봉이 됐나[시스루피플]

정유진 기자 2026. 8. 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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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과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FP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미국과 관세 전쟁을 선포하면서 ‘반트럼프’ 지도자로서의 입지를 굳히고 있다. 미국과 가장 긴 국경을 맞대고 있으며 경제·안보의 모든 것이 미국과 뿌리 깊이 통합된 캐나다가 그 어떤 동맹국도 하지 못한 일을 시작한 것이다. 무모해 보이기까지 하는 그의 이번 결정은 트럼프 시대 이후까지 이어질 구조적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피할 수 없는 싸움을 시작한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정통 테크노크라트 출신인 카니 총리는 사실 ‘투사’와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는 골드만삭스에서 13년 동안 일했고, 캐나다 재무부를 거쳐 2008년 캐나다 중앙은행 총재가 됐다. 이후 영국인도 아닌데 영란은행 총재로 발탁돼 2013~2020년 재임하면서, 주요 7개국(G7)에 속하는 두 나라에서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하는 기록을 세웠다.

중앙은행 총재는 기본적으로 시장을 놀라게 하지 않기 위해 말 한마디의 파장까지 계산하는 사람이다. 싸움의 선봉에 서기보다는 오히려 위기를 진정시키는 쪽에 가깝다. 카니 총리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캐나다 중앙은행을 이끌었고, 영란은행에서는 브렉시트 충격을 수습해야 했다. 그는 카리스마 있는 리더라기보다는 일관성과 원칙을 중요시한 ‘조정자’로 평가받았고, 그 자신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으로 ‘신중함’을 꼽은 바 있다.

그러나 신중함과 과감함이 언제나 양립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카니 총리는 2008년 3월 취임 한 달 만에 금리를 0.5%포인트 인하했다. 당시 캐나다 경제는 비교적 견조했지만, 미국발 침체 가능성을 우려해 큰 폭의 선제적 인하에 나선 것이다. 리먼 브러더스 사태가 터진 것은 그로부터 반년 후였다. 그는 2010년 한 대학의 초청 연설에서 당시를 회상하며 “오늘날 정책 담당자들은 내일까지 기다릴 수 없다. 우리는 즉각 행동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 AFP연합뉴스

이 때문에 카니 총리의 이번 결정이 금융 시스템 붕괴 같은 ‘꼬리 위험’의 현실화 조짐이 보이면 시장보다 먼저 과감하게 움직였던 그의 과거 경험이 반영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는 미국의 보호주의를 단순히 트럼프 대통령만의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 지속할 ‘구조적 변화’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캐나다 경제인협회의 골디 하이더 회장은 “캐나다 기업들은 여전히 미국을 가장 중요한 파트너로 여기지만, 이러한 변화는 트럼프 이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관계없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고 AP통신에 말했다. 몬트리올 맥길 대학의 다니엘 벨랑 정치학 교수도 “트럼프가 백악관을 떠나면 모든 것이 ‘정상’으로 돌아갈 것이란 생각은 희망 사항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카니 총리는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벌이면서도, 미국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교역국 다변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다. 그는 향후 10년간 미국 이외 시장으로의 수출을 두 배로 늘려 연간 3000억 캐나다 달러의 추가 교역을 창출함으로써 70%에 달하는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지난 7월엔 캐나다 기업들의 미국 외 시장 진출을 돕는 ‘전략 수출 사무소’를 외교부 산하에 신설했다.

카니 총리는 지난 한 해 동안 5개 대륙에 걸쳐 20개 이상의 무역 및 안보 협정을 체결했다. 또 캐나다산 원유의 아시아 시장 접근성을 높이고 미국 시장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앨버타주에 태평양 연안으로 이어지는 새 송유관 건설도 추진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캐나다가 제3국과 무역협정을 맺을 수 있는 재량까지 제한하려 한 것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조건이었다. 미국 측은 “보조금이나 덤핑을 받은 제3국산 철강·알루미늄이 캐나다를 거쳐 미국으로 우회 유입되는 것을 막기 위한 요구였다”고 주장했지만, 캐나다에겐 교역 다변화 전략을 포기하고 미국의 통상 정책에 보조를 맞추라는 요구로 받아들여졌다.

프랑수아-필리프 샹파뉴 캐나다 재무장관이 25일(현지시간) 오타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미국에 대한 보복 관세를 발표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캐나다는 다른 나라들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반기에 동참해 주길 원하고 있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주의 데이비드 이비 주지사는 “다른 나라들도 캐나다의 대응을 주시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바라건대 우리를 따라나서길 바란다. 언젠가는 세계가 (미국을 향해) ‘이제 충분하다’고 말하게 될 것”이라고 CTV방송에 말했다.

하지만 카니 총리는 당분간 외로운 싸움을 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그가 올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강대국의 전횡에 맞서 중견국들이 함께 행동해야 한다”고 했던 연설은 전 세계에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지만, 지금까지 별다른 결실을 보지 못했다. 유럽이나 영국, 일본 등 다른 국가 지도자들은 카니 총리가 미국을 상대로 어디까지 버틸 수 있을지 관망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현재 카니 총리의 대미 강경책이 대다수 캐나다 국민의 지지를 얻고 있지만, 무역 전쟁 여파가 본격화하면 여론은 몇 달 안에 바뀔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여론조사업체 앵거스리드에 따르면 캐나다인의 76%는 카니 총리의 무역 협상 중단 결정을 지지하고 있지만, 같은 여론 조사에서 40%는 자신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할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캐나다의 저항이 별다른 성과 없이 더 큰 경제적 피해로 끝난다면, 이는 다른 나라들에 오히려 경고가 될 수도 있다. ‘맞서면 더 큰 대가를 치른다’는 학습효과 때문에 트럼프와의 정면충돌을 더욱 피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폴리티코는 “캐나다는 오는 10월 유럽연합(EU)과 정상회담을 개최해 파트너십을 더욱 공고히 할 예정”이라면서도 “그러나 미국의 압력에 저항할 수 있는 연합을 구축하는 데는 여전히 수년이 걸릴 수 있다. 미국의 다른 동맹들이 트럼프 대통령과의 마찰을 꺼리고 있는 상황에선 더욱 그렇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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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ttps://www.khan.co.kr/article/202608261603001

워싱턴 | 정유진 특파원 sogun7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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