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돌아온 이창동 감독 “영화는 만들어져야 하니까요”

손미정 2026. 8. 27. 1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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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는 10여 년 전이었다. 감독은 그때 이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창동 감독은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에서 열린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신작을 선보이게 된 배경에 대해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그럼에도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투자를 찾을 때도 기다려줬다"면서 "현실적으로 (극장용 영화 제작이) 여의치 않게 됐을 때, 넷플릭스 측에서 다시 나와 작품에 대해 믿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인 호석과 그의 아내 미옥, 그리고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그의 남편 상우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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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만 신작 ‘가능한 사랑’ 9월 개봉뒤 OTT로
“기술발전과 함께 노동이 소멸하는 시대 반영”
전도연 “시나리오 읽고 역시 이창동이라 생각”
이창동 감독이 25일 넷플릭스 영화 ‘가능한 사랑’ 제작발표회에 참석하고 있다. [연합]

“기술의 발전과 함께 노동 자체가 소멸하는 그런 시대가 왔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처음 영화를 만들고자 했을 때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필연성이 더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이창동 감독)

때는 10여 년 전이었다. 대기업의 대규모 집단 해고와 총파업, 그리고 공권력이 그 파업을 강제 진압한 사건은 우리 사회에 큰 충격을 안겼다. 감독은 그때 이를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누군가에겐 처절한 생존인 이 문제를 드라마로 만드는 것에 대한 의문이 그의 머릿속을 뒤덮었다. 결국 감독은 애써 준비해 왔던 작업을 ‘엎었다’.

시간이 지나 지난해 초 이 감독은 잠시 덮어두었던 이 작품을 다시 꺼냈다. 노동의 가치가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고, 일자리의 소멸이 현실화하는 오늘날 “이 이야기를 지금 해야 하지 않나”는 생각이 감독의 마음을 움직였다. 이창동 감독의 영화 ‘가능한 사랑’은 그렇게 오랜 고민과 의심, 확신을 지나 완성됐다.

“극장과 스트리밍의 공존, 누구도 막을 수 없어”

‘박하사탕’(2000), ‘오아시스’(2002), ‘밀양’(2007) 등을 만든 이창동 감독이 8년 만에 신작 ‘가능한 사랑’으로 대중들을 만난다.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다.

당초 ‘가능한 사랑’을 극장용 영화로 만들겠다는 감독의 의지는 강했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았다. 침체된 영화 업계는 ‘이창동’이라는 이름값 앞에서도 쉽게 지갑을 열지 않았다. 그때 손을 내민 건 넷플릭스였다. 그리고 한국 영화를 대표하는 거장의 복귀작이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를 통해 나온다는 소식은, 당시 위기를 넘어 존립 자체를 위협받고 있던 한국 영화계에 무거운 질문을 던지기 충분했다.

이창동 감독은 25일 서울 마포구 호텔 나루에서 열린 ‘가능한 사랑’ 제작보고회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 신작을 선보이게 된 배경에 대해 “넷플릭스는 처음부터 이 작품에 관심을 가졌다. 그럼에도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었고, 투자를 찾을 때도 기다려줬다”면서 “현실적으로 (극장용 영화 제작이) 여의치 않게 됐을 때, 넷플릭스 측에서 다시 나와 작품에 대해 믿음을 보여줬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영화를 만들겠다고 마음먹은 지난해 상반기는 한국 영화 산업의 회복에 대해 의구심이 있었던 때였다. 그럼에도 영화는 만들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극장 영화와 스트리밍 서비스가 공존하는 산업 구조의 변화는 누구도 막을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이제는 그 속에서 어떻게 관객과 가까워질 수 있는지 고민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영화 ‘가능한 사랑’은 해고 노동자인 호석과 그의 아내 미옥, 그리고 해고 노동자들을 취재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와 그의 남편 상우가 만나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 감독은 “같이 일한 오정미 작가가 해고 노동자 부부만이 아니라, 다른 부부의 이야기를 겹쳐서 이야기를 하면 다른 겹이 생기면서 영화가 더 풍부해질 수 있겠다고 제안했다”며 “그러한 과정에서 영화가 되살아났다”고 설명했다.

영화 ‘가능한 사랑’의 한 장면. [넷플릭스 제공]

“이창동 감독의 작품은 무조건 해야 했다”

캐스팅에는 이 감독과 인연이 깊은 전도연과 설경구, 그리고 조인성과 조여정이 함께했다. 미옥 역의 전도연은 ‘밀양’ 이후 20여년 만에 이 감독과 만나 호흡을 맞췄다. 전도연은 “캐스팅 제안을 받고 바로 시나리오부터 달라고 재촉했다”며 이 감독과의 작업이 유달리 욕심났다고 했다.

그는 “미옥은 해고 노동자인 남편의 화가 언제 폭발할지 모르는 상황에서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는 강인한 인물”이라면서 “이창동 감독님의 작업이라는 것만으로도 해야만 하는 작품이었고, 시나리오를 읽고 나서는 역시 이창동이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설경구는 미옥의 남편 호석 역을 맡았다.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에 이어 이 감독과 세 번째 만남이다. 작품 제안을 받았을 당시 넷플릭스 시리즈 ‘들쥐’ 촬영과 일정이 겹쳐 합류가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에도, 설경구는 사나흘 밤낮을 새우는 강행군을 감수하며 이 감독의 부름에 응했다.

설경구는 “이 감독님과 작품을 하는 것만으로도 너무 좋았다”면서 “‘박하사탕’ 때의 초심을 떠올리며, 그때로 돌아가자는 마음으로 연기했다”고 말했다.

영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2001), ‘생일’(2019), ‘길복순’(2023)에 이어 네 번째로 호흡을 맞추는 전도연과 설경구의 연기 시너지도 기대되는 부분이다.

부족함 없이 자라 따뜻한 마음을 지녔지만, 속마음을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캐릭터 상우 역에는 조인성이, 모든 사건의 발단이 되는 다큐 감독 예지 역에는 조여정이 낙점됐다.

조인성은 “배우로서 배울 기회가 많지 않은데, 감독님에게 배운다는 마음으로 현장에 갔다”면서 “감독님 작품 안에서 모두가 초심으로 돌아간 느낌이었다”고 했다. 조여정은 “예지라는 인물로 현장에 있으려고 많이 노력했다”면서 “그 과정에서 하루하루가 너무 소중하고 행복했다”고 말했다.

극장용 영화를 만들고 싶었던 감독의 바람은 추석을 앞둔 오는 9월 23일 ‘가능한 사랑’이 일부 극장 개봉을 확정 지으며 이뤄졌다. 영화는 개봉 전부터 유수의 해외 영화제에서 러브콜을 받으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당장 영화는 내달 초 열리는 제83회 베니스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 진출, 월드 프리미어로 공개된다. 또한 제99회 미국 아카데미영화상 국제장편영화 부문 한국 출품작으로도 선정됐다.

이 감독은 “이 영화는 제목 그대로 사랑에 관한 영화다. 남녀 간의 사랑, 사람 간의 사랑, 우리 같은 사람들이 영화를 만드는 마음 등이 모두 포함된다”면서 “우리가 살아가면서 어떤 사랑이 가능하고, 그것을 지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질문하는 영화다. 관객들의 최초 반응이 궁금하다”고 말했다.

손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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